퍼스널리티

박소담이 지금 서 있는 곳

2019.08.28
‘똑소담, 지략 별 다섯개, 아이디어 뱅크’

tvN ‘삼시세끼 산촌편’은 프로그램 속 박소담을 위와 같이 소개한다. 그럴 수밖에! 살살 감자를 캐는 법을 언니(염정아, 윤세아)들에게 알려주고, 바퀴에 묻은 흙까지 삭삭 씻어 캐리어를 방 안으로 들이고, 밧줄로 문을 고정하거나 천막을 쳐야하는 상황에서 스스럼없이 못질을 하고, 집기 위치를 옮기며 위치를 선정하고, 염정아, 정우성, 윤세아 같은 선배들에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먼저 스스럼없이 제안을 던지며 그에 맞춰 솔선수범하는 훌륭한 인재상. 만약 취업 실습 현장에 나온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봤다면 가산점을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류승완 감독님이 수고했다며 케이크를 주셨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돌아가는 길에 손과 마음이 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던 게 생각이 나요(‘얼루어 코리아’)” '베테랑'(2015)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손과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고 답했던 박소담은 천 만 영화 '기생충'(2019)의 주연으로서 칸의 레드카펫에 섰고,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PD가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기사나 프로필에 인용하기 좋은 수식어는 모조리 차지한 셈이다. 2015년이 박소담의 발견이었다면, 2019년은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유망주’와 ‘똑소담’ 그 사이의 시간 동안 박소담이 항상 대중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느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그려진다.

박소담은 2015년 이후 TV 드라마로 직행했다. 2016년 당시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와 ‘뷰티풀 마인드’로 박소담을 만난 사람들은 그를 밝고 씩씩한 캐릭터로 기억한다. 그동안 영화 출연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박소담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연극 무대로 향했다. 동명의 스웨덴 영화를 각색한 ‘렛미인(2016)’의 잔인하지만 외로운 뱀파이어 소녀, 역시나 동명의 영화 속 나탈리 포트만으로 각인된 앨리스의 이미지를 자신의 방식으로 덧씌워야 했던 ‘클로저(2016)’, 괴팍한 할아버지와 호기심 넘치는 대학생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낸 ‘앙리 할아버지와 나(2017)’의 콘스탄틴……. 도통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로 가볍고 사뿐하게 무대를 누비다가 힘껏 감정을 표출하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박소담에게 적역이었지만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인사를 마치는 그를 여러 번 객석에서 목격하면서도 그에 대해 좀처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기생충’ 속 기정이 반가웠다. 배우 박소담을 향해 조금씩 품어온 갈증에 대한 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때때로 지나치게 낭랑하다고 생각했던 목소리는 무능력한 부모를 대신해 재빨리 자기 앞길을 챙겨야하는 막내딸이 갖춰야했던 생존력이 되어 울려퍼졌고, 앳돼 보인다고 곧잘 묘사되던 이목구비 속 울상에 가까운 표정은 너무 일찍 철들어야 했던 20대 초반의 기정이 가져야 했던 냉소와 절망, 그 모두를 껴안았다. 기정이 눈을 흘기며 담배를 물 때, 변기 위에 앉아 울음을 터뜨릴 때, 그 얼굴은 마치 박소담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것처럼 느껴졌다.

현재 3화까지 방영된 ‘삼시세끼 산촌편’은 이전의 ‘삼시세끼’ 시리즈와 비교해도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인물 간의 역할 분담은 물 흐르듯 쾌적하게 ‘착착’ 이뤄지고, 때로 좌충우돌 ‘미션’에 가깝게 보여졌던 상차림 또한 그냥 하루 일과 중 하나처럼 보일 정도로 ‘슥’ 지나간다. 그 속에서 탈색한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고, 신중하게 수제비 떡볶이 간을 보는 염정아와 정우성의 뒷편에서 혼자 묵묵히 튀김을 튀겨내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던 것처럼 아무 의심없이 씩 웃으며 다음 할일을 계속 찾아나서는 순간은 한번 더 배우 박소담에게 현실적인 색채를 부여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삼시세끼 산촌편’ 클립에서 박소담과 관련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동딸 제시카의 스카이캐슬 도전기!”, “고기를 굽는 법을 아는군요. 역시 일리노이 출신” ‘기생충’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장면,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파생된 배우에 대한 이미지는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인터넷 ‘밈(Meme)’이 됐다. 이건 드디어 사람들이 박소담을 알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긍정적인 신호 아닐까. 물론 박소담은 원래부터 항상 박소담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땅에 단단하게 발을 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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