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결혼식│② 여성이 결혼을 준비하며 겪는 일들

2019.08.13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다.” 여성들이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모습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신부는 결혼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아직까지도 은연중에 여성을 한 집안에서 다른 집안으로 넘겨주기 위한 과정으로 여겨지며, 이는 신랑과 신부가 동등하게 다뤄지지 않는 결혼식의 요소들을 통해 드러난다. 결혼을 준비하고 식을 치르기까지 여성이 겪는 일들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1. 신부의 부모님은 사돈에게 항상 ‘을’이다

“왜 어머니가 시댁의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지난 5월 결혼한 여성 A(28)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느꼈던 불편함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신혼집을 마련하는 비용을 남편과 동등하게 부담했고, 시댁 측에는 폐백(신부가 시댁에 와서 시부모를 비롯한 여러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혼례 의식)과 이바지음식(갓 혼인한 신부가 시댁에 갈 때 음식을 장만하는 문화로, 최근에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시댁에 방문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을 하지 않는 쪽으로 양해를 구했다. “요즘은 폐백을 양가가 서로에게 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성이 시댁에서 제공해준 신혼집에 대한 보상으로 하는 폐백 문화를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결혼식이 끝난 뒤, A는 어머니가 200만 원 가량의 현금을 이바지음식 대신 준비해 시댁에 선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대해 그는 “남편의 부모님은 처가의 눈치를 보지 않는데, 왜 동등하게 결혼한 사이에서도 여자 집안만 눈치를 봐야 하나”라는 불만을 표했다. 올해 결혼 예정인 여성 B(30) 역시 “지금 같은 시대에 폐백이나 이바지음식, 예단이 굳이 필요한가 싶지만 어머니가 ‘괜히 돈 몇 푼 아꼈다가 시댁에 평생 밉보여서는 안 된다’고 완강히 말씀하셔서 결국 모두 준비하기로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며느리가 시댁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결혼 문화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들은 사돈 앞에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2. 결혼식에도 ‘핑크택스’가 존재한다
최근 예비 부부들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웨딩 플래너에게 상담을 받아 업체를 소개받고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 6월 결혼한 여성C(28)는 ‘스드메’가 결혼을 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당되는 절차라고 인정하면서도, ‘신부는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뿌리박힌 인식이 업계에서 ‘핑크택스’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남성의 예복이 정장 형태로 단순한 반면, 드레스 형태인 여성 예복은 디자인이나 재질이 복잡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비슷한 수준의 옷을 준비한다고 전제하면, 남성의 예복이 300~500만 원 사이일 때 여성의 드레스는 800~1,000만 원 정도다. 심지어 남성은 예복을 ‘구입’하는데 여성은 이 비용으로 드레스를 ‘대여’한다. 헤어나 메이크업 비용도 여성이 더 비싸다.” 특히 그는 디자인에만 치중해 불편한 드레스 탓에, 식 전에 밖에서 손님을 맞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신부 대기실에서 머물러야 하는 문화가 생긴다는 점도 지적했다. “요즘 신부들은 간소화된 드레스를 입고 손님을 맞다가 식이 시작되기 전에 결혼 드레스로 갈아입기도 한다. 하지만 불편한 드레스 때문에 신부만 한 벌의 옷을 또 대여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신부가 입는 드레스의 아름다움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3. 결혼식 입장으로 갈등을 겪는다
고대 아테네에서 결혼은 여성을 소유하는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의미했다. 아버지의 손에서 남편의 손으로 여성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과정은 ‘그의 손으로’라는 뜻의 ‘인 마눔(in manum)’으로 불렸다(‘결혼’, 남정욱). 현대 결혼식에서도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결혼식장에 들어온 후 신랑의 손에 넘겨지는 의식이 일반적인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최근 결혼을 준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런 결혼식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생기고 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D(29)는 굳이 다른 남자 어른을 구해 입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예비 신랑에게 결혼식에서 공동으로 입장하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괜찮지만 집안 어르신들의 눈치가 보인다”라는 이유로 곤란해했다. 결국 D는 혼자 결혼식에 들어오되 신랑이 내미는 손을 잡으며 입장하는 형식으로 타협해야 했다. 부모님 두 명이 모두 있는 A 역시 여성이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는 문화가 불편하게 느껴져 결혼식에서 혼자 입장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무리 동등한 입장에서 결혼을 하려 해도, 애초에 결혼식 문화 자체가 여성이 남성의 집으로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한계가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결혼식 문화는 여전히 제자리다.

4. 시대착오적인 혼인서약서와 주례사를 견딘다
“맛은 장담 못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 품에 안길 수 있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겠습니다”. 현재 결혼식에서 낭독되고 있는 혼인서약서의 내용 중 일부다. 일정한 몇 개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채 사용되고 있는 혼인서약서는 주로 결혼식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데, 여성을 요리나 집안일에 충실해야 하는 존재로 묘사하거나 여성의 외모 관리가 당연한 덕목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결혼 2년차의 여성 E(33)는 이런 내용이 불편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용을 바꿔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결혼업체에서 제시하는 양식을 그대로 읽을 뿐인데, 아무도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해 혼자 문제제기를 하기가 부담스러웠다”라는 것이 그가 밝힌 이유다. 주례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D는 결혼식 당시 남편에 대해서는 “자수성가한 유능한 청년”이라고 치켜세우는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취업을 하더라도 결혼생활에 무리가 없도록 하라”라고 이야기하는 주례사가 불쾌했다고 털어놓았다. 기혼은 아니지만 최근 지인들의 결혼식에 자주 참석 중이라고 밝힌 여성 F(26) 역시 “지금 같은 시대에 여성에게만 ‘남편에게 순종하고 집안일에 충실하라’라고 말하는 주례사가 많아서 놀랍다”라면서 “요즘은 결혼식이 끝난 후 여성인 친구들끼리 주례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함이라면, 혼인서약서와 주례사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

5.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결혼의 현실을 깨닫는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C는 결혼식 업체에서 보낸 결제내역서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시댁과의 합의로 양가가 서로에게 폐백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에서 폐백 음식 비용을 신부인 C 측으로 모두 청구한 것이다. C는 “양가가 서로에게 폐백을 진행하는 상황을 업체 측에서 인지하고 준비했는데도 신부 측에만 비용을 청구했다”라면서, “사전 확인조차 없이 당연하게 신부 측으로 비용을 청구해 굉장히 불쾌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특정 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폐백을 신부의 몫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보편적이니 업체는 이를 따라갔을 것”이라면서, “그냥 결혼 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인 뒤 씁쓸하게 웃었다. 결혼 3개월 차에 접어든 여성 G(28) 역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여성으로서 내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남편, 부모님, 집안 어르신들을 통틀어서 아무도 공감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라 회고하면서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정말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부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신부가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참고도서
‘결혼’ (남정욱 지음,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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