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리얼돌

2019.08.12
현재 한국사회에서 논란의 축이 되고 있는 리얼돌(Real Doll)이라는 용어부터 해부해보도록 하자. 먼저 ‘doll’이라는 인형의 지위는 특화된 자위 기구의 한 형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형상화하는 것일 수 있다. 예뻐해주고 귀여워해주며 사랑해주는 대상임과 동시에, 언제든 맘에 들지 않으면 짓이기거나 훼손 가능하며 대체, 폐기 가능한 대상이라는 인형의 취약한 위상은 이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Real'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리얼돌의 ‘리얼’함은 소위 진짜 여성과의 유사성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성의 살아있는 신체성을 고도로 모사해냄으로써, 남성에게 여성 신체에 대한 일방적 통제 의지를 실현하는 듯한 환상을 부여하는 것이 리얼돌의 생산, 판매, 소비의 주된 목적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여성 신체와의 촉감적, 형태적 유사성을 가진 리얼돌을 통해서만 남성의 성욕이 해소 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결국 남성 성욕의 목적이 여성의 몸에 대한 권력 감각의 획득 행위임을 드러내주고 있다.

리얼돌 수입 판매 허용은 개인의 특정한 성적 활동의 한 형태에 대한 승인이라는 점에서, 이미 국가가 개입하는 행위이자 특정한 성적 활동 형태에 대한 권장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리얼돌은 골방에서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사적이며 내밀한 방식으로만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리얼돌의 수입 판매를 통해, 리얼돌을 종류별로 소유할 수 있는 재력의 과시, 리얼돌의 특정 부위를 제작 의뢰할 수 있는 재화 능력을 통한 남성성의 과시와 경쟁, 리얼돌을 가지고 무엇을 어디까지 해보았는가에 대한 후기 정보 공유와 영상 공유의 절차가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성들에게 있어, 리얼돌은 예외적인 특수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성매매부터 디지털 성폭력, 강간 문화까지 궁극적으로 남성들의 성욕을 방출적이며 공격적인 것으로, 성행위를 일방적인 자위행위로 보는 관점과 이러한 배설적 성욕 전시를 남성성의 강화로 보는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점이 바로 리얼돌의 사용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리얼돌에서 시뮬레이션한 일방적인 성적 행위들은 남성 성욕을 조건화하고 구조화할 수 있다. 이러한 일방적 방식으로 구조화된 성욕은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삽입구나 배설그릇으로 인식하거나 남성의 욕망만을 유일한 욕망의 형태로 여기고 여성에 대한 일방성과 공격성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

리얼돌은 여성착취적인 포르노그래피 문화의 신종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포르노그래피를 통해, 성적 행위가 무엇이며, 어떤 것이 남성적 성적 행위이고 여성적 성행위이며 성적 행위의 시작점은 무엇이며 종결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성적인 것에 대한 인식을 학습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상에서의 실제 성행위가 오히려 포르노그래피에서 본 것들에 대한 재상연이자 반복 행위로 전락함으로써, 포르노그래피가 성적 행위의 판본이자 교과서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포르노그래피 문화에서,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에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여성의 신체는 남성 욕망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대한 판본이자 모의실험 장소가 될 수 있다. 리얼돌은 지배의 에로티시즘이다. 리얼돌은 여성 신체 형상에서 동의와 저항, 거부의 가능성을 삭제, 소거한 후, 이러한 수용적 신체를 여성의 기본형으로 놓는 인식 왜곡의 장소임과 동시에, 이러한 폭력적 인식을 실현해나가는 것을 남성 성욕의 기본적 절차이자 권력의 감각으로 구축해내는 것일 수 있다. 그리하여 리얼돌이 오히려 더 리얼한 여성-완벽한 수동성과 수용성으로만 점철된 무해한 몸-으로 여겨지고, 이에 반해 자신의 의사를 통해 거부와 저항을 하는 여성들을 덜 리얼한 존재이자 리얼돌의 수동성과 무해성의 표본에 맞춰져야 할 교정 대상으로 놓고자 하는 폭력적 현상도 배태 가능하다. 왜냐하면 리얼돌은 여성 신체 위에서 무제한적으로 전개되는 남성 욕망의 지도로 기능함과 동시에, 여성 신체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용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의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사회에서 여성 신체의 궁극적 존재 이유를 남성의 성 본능 해소 기능으로 설정해온 통념과 더불어, 여성에 대한 성적 사물화를 남성 성욕의 방출과 해소를 위한 필연적 절차로 여겨온 사회적 인식의 연속체가 바로 리얼돌을 탄생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 리얼돌은 기나긴 여성에 대한 성적 사물화의 결과이자, 여성의 몸을 남성 성욕의 배출 도구로 여겨온 아주 오래된 남성 폭력의 역사가 집적된 결과이다. 여성들에게 있어, 이미 일상이 강간문화의 전쟁터이다. 그러하기에, 리얼돌의 수입판매 허가에 대한 반대는 단순한 자위기구의 추가 정도가 아니라, 이미 여성을 남성의 일방적 자위행위를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는 강간문화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의 외마디 비명이자 저항의 고함들이며, 이에 대한 제도적 방안을 긴급히 요청하고 모색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목록

SPECIAL

image 데이팅 앱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