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왕언니, 유튜브, 그리고 명품의 ‘불쾌한 골짜기’

2019.08.09
유튜브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 중 하나는 전시와 관음의 순환으로 유지되는 명품 콘텐츠의 생태계다. 이미 유튜브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명품 언박싱(unboxing, 구매한 상품의 상자나 택배를 뜯는 콘텐츠)이나 하울(haul, 제품을 쓸어 담듯이 사와서 리뷰하는 콘텐츠)은 개인의 삶에 대한 전시이자 과시가 되곤 한다. TV 속 드라마에서 보는 부유층의 삶보다 더 직접적으로 부유한 삶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유튜브로 명품을 소개한다면, 명품을 전시하되 직접적인 과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로 명품을 보며 느끼는 대리만족의 끝에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골짜기가 기다리고 있다. ‘2810만원’이나 ‘8000만원’처럼 직장인 연봉에 준하는 액수를 표시한 명품 하울 영상들의 댓글에는 ‘돈자랑’이라는 비난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이것은 명품에 관한 ‘불쾌한 골짜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로봇이나 인형이 애매하게 사람을 닮았을 때는 오히려 불쾌함을 유발한다는 뜻의 ‘불쾌한 골짜기’처럼, 명품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명품을 보여주기는 하되 과시해서 반감을 얻는 ‘불쾌한 골짜기’를 피해야 한다.

5개월 만에 구독자 11만 명을 모은 유튜버 ‘떴다왕언니’는 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의 채널에서 명품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비싸고 귀한 물건들이 아니다. 떴다왕언니는 고가의 명품을 조심성 없이 만지고 포장을 거침없이 뜯으면서 ‘쾌속 언박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샤넬 부츠를 신은 채 밭에서 딸기를 따거나, 미우미우 블라우스를 입고 미더덕을 손질하는 모습은 결국 명품도 누군가에게는 흔히 쓰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는 발견으로 이어진다. 각종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생일 축하 파티를 제공받거나 퍼스널쇼퍼(백화점에서 VIP 고객의 쇼핑을 돕는 특수 전문직) 룸을 이용하는 모습에 구독자들은 그에게 “‘찐 부자’(진짜 부자)”라고 감탄한다. 하지만 명품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모습에 “옆집 언니같아서 불편하지 않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함께 보인다. 특히 스스로를 스타로 내세우는 다른 유튜버들과 달리 그는 영상에서 자신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다. 경상도 사투리를 굳이 표준어로 교정하지 않은 채 콘텐츠를 진행하고, 세 자녀를 둔 주부로서 요리를 직접 하며, 12만원의 한정식을 먹은 후에도 ‘느끼하다’며 집에서 열무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친근한 일상을 보여준다. 떴다왕언니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고소득층의 생활 속에서도, 누구나 쉽게 이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찐’ 부자로 인정받는다.

2년 전 국내에서 명품 하울을 초기에 선보인 유튜버 ‘레나’(구독자 75만 명)는 “이거를 세트로 입고 나가면 위아래로 360만원을 입고 나가는 것”이라 말하거나, 명품을 담은 상자를 실수로 놓치자 “정신 차려.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자책하는 등 명품의 가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명품 하울을 시작한 패션 유튜버 ‘청담언니 치유’(구독자 22만 명)는 왜 명품이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를 갖는지, 명품의 소재나 색상이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명품을 교양의 영역으로서 설명했다. 최근 그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치유의 옷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논란과는 별개로, 명품에 대한 접근을 바꾼 그의 초기 하울 영상들은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상세하게 알려줘서 유익하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운영하는 ‘슈스스 TV’(구독자 56만 명)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패션으로서 명품이 가진 실용적인 가치를 설명한다. ‘슈스스 TV’는 원래 접근성이 좋은 로엔드를 중점으로 다루는 채널에 가까웠지만, 한혜연은 “누구나 명품에 관심이 있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느끼고 명품 하울을 시작”(‘W’)했다고 밝혔다. 그의 전문성은 명품 하울에서 과시의 성격을 지우는 동시에, 스타일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으로 패션을 실용적인 영역으로 끌어온다. 이처럼 유튜브 속 명품 하울은 교양으로서의 지식, 패션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로 모습을 바꾸면서 대중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왔다. 그리고 떴다왕언니는 명품과 유튜브 시청자의 심리적 거리를 더욱 좁혔다.

대중과 명품이 유튜브에서 만나 서로의 거리를 좁힐수록 명품 산업도 유튜브에 주목한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종사자 A는 “명품 하울처럼 1인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패션 콘텐츠는 업계에서 광고를 위한 파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의류 브랜드들이 1인 크리에이터에게 광고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1시간 기준 1,500만원~5,000만원에 달한다. 명품 산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명품을 소개하면서도 점점 더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 한다. 몇백만원짜리 명품들을 계속 소개하면서도 스스로를 ‘왕언니’나 ‘슈스스’로 소개하는데, 명품 산업은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떴다왕언니 채널이 명품 브랜드의 광고 효과를 노린 콘텐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A는 떴다왕언니 채널에 대해 “잘 설계된 광고 콘텐츠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VVIP 고객이라고 해도 통상적으로 노출을 허락하지 않는 명품 매장을 촬영하거나, 퍼스널쇼퍼 룸에서 상황극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광고나 협찬을 의도한 기획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떴다왕언니 측은 ‘ize’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퍼스널쇼퍼 룸에서의 촬영 영상이 “(떴다왕언니가) 오랜 기간 롯데백화점 VVIP이기도 하지만, 사전에 촬영 협조 요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 촬영한 콘텐츠”임을 밝혔다. 특히 그는 매장 촬영 등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퍼스널 쇼퍼를 비롯한 각 브랜드 관계자들과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신뢰를 쌓아온 덕분인지, 유튜브 촬영에 대해 주변에서 대부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촬영 아이디어까지 제공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라고도 말했다. 개인적인 차원의 콘텐츠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실제로 명품 브랜드들이 유튜브를 광고 시장으로서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몇몇 브랜드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질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 샤넬코리아는 답변 요청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으며, 루이비통코리아는 “협찬이나 광고는 내부 정보여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튜브의 명품 관련 콘텐츠가 명품 산업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케팅 업계 종사자 B는 떴다왕언니 채널에 대해 “제작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이 채널이 보여주는 모습은 명품 구매 욕구 유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명품처럼 가격대가 높고 구입 고객층이 제한적인 상품은 단기적인 구매전환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일단 명품의 가치를 인지한 고객은 경제력이 생겼을 때 언제라도 명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이유에서다. 떴다왕언니의 채널이 명품을 일상적으로 다루면서도, 교양이나 실용적인 지식으로서 명품을 설명한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SPA 브랜드의 옷에 샤넬 벨트를 매치하는 것처럼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떴다왕언니의 모습은 한혜연의 ‘슈스스 TV’와 유사하다. 또한 그는 ‘MTO(Make-to-order, 주문생산)’이나 ‘매니쉬룩’ 같은 패션 용어의 의미를 설명하는 자막을 달거나, 선물받은 와인의 포도 품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평소 명품을 자주 소비한다고 밝힌, 익명을 요구한 C는 떴다왕언니 채널에 대해 “실제 고소득층으로서의 지식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대중의 취향에 맞춘 설명을 하는 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주위를 보면, 명품을 일상처럼 소비하는 사람들은 샤넬에 붙은 꽃이 카멜리아인지, 와인의 품종이 무엇인지를 생각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를 뿐이다.” 더불어 그는 떴다왕언니의 채널에서 자주 다루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구찌 같은 브랜드들이 “명품 입문 브랜드”에 가깝다는 점도 지적했다. “명품을 오랫동안 구입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보테가베네타나 고야드처럼 대중적인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명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본인만의 취향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떴다왕언니의 실제 취향이나 경제적 수준과는 별개로, 그의 채널이 제공하는 지식이나 취향은 보편적인 대중의 정서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떴다왕언니는 명품을 소재로 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담은 콘텐츠를 종종 보여준다. 아들과 곱창을 구워먹거나, 칼국수를 직접 만들어먹는 것처럼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은 종종 구독자들로부터 ‘소탈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특히 유튜버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먼저 시도해보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떴다왕언니의 채널은 전문적인 편집자를 고용하는 대신 편집과 자막을 직접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익을 위한 광고도 달지 않는다. 이 부분 또한 그의 선의에 대한 증거로 호응을 얻는다. 명품들을 가득 보여주지만, 사용자의 생활방식은 평범한 소득수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 과정에서 떴다왕언니가 명품의 ‘불쾌한 골짜기’를 피해가는 것은 지금의 유튜브가, 더 나아가 사회가 고소득층 여성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2년 전 명품 하울을 국내에서는 초기에 시작했던 유튜버 중 한 명인 ‘한별’(구독자 80만 명)은 인스타그램에 명품 가방 사진을 업로드했다가 “(그 돈으로) 효도나 해라”, “김치녀” 등의 인신공격을 받았다. 명품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광고 시장을 형성할 만큼 성장한 상황 속에서도, 명품을 다루는 여성 유튜버는 떴다왕언니처럼 개인성을 소거하고 엄마이자 주부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이런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 고소득층의 삶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시켜 주되 과시하지 않아야 하며, 충분한 경제력을 가졌더라도 요리와 밭일을 직접 하는 것처럼 가사노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에서 명품 유튜버가 ‘불쾌한 골짜기’를 뛰어넘어 부러움과 환호를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개인의 과시에서 출발한 유튜브의 명품 콘텐츠가 교양이나 지식으로서의 유용성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 유튜버의 개인성을 소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은 대중이 지금 미디어에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바로미터다. 명품 콘텐츠가 패션업계의 광고 시장을 형성했다는 사실은 고소득층의 삶이나 명품이 콘텐츠로서 분명한 수요를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명품이 ‘불쾌한 골짜기’를 피하고 지속적인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이것이 수익이나 개인의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선의를 증명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개인성을 소거한 상태로 유튜버 개인의 매력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좋아요’와 ‘싫어요’, 댓글이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유튜브의 직관적인 세계는 콘텐츠의 자유와 시장의 크기를 키웠다. 명품도 유튜브만 검색하면 끊임없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콘텐츠 창작자가 피해가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아마도 명품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이 마주하게 된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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