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예매 지옥

‘나랏말싸미’, 어쩔 수 없이 진부하다

2019.07.25
‘나랏말싸미’ 마세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박희아
: 세종(송강호)은 팔만대장경을 관리하던 괴짜 승려 신미(박해일)에게 백성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다.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들 중 한 가지 이야기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설화를 영화화한 것에 가깝다. 배우들의 연기는 예상 가능한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딱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정도다. 또한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이라는 소재가 이미 다뤄진 바 있기 때문에 가설의 신선함과는 상관없이 진부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의 얼개 자체에는 손색이 없으나, 배우 캐스팅부터 결말까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돈 워리’ 보세
호아킨 피닉스, 조나 힐, 루니 마라
권나연
: 존 칼러한(호아킨 피닉스)은 알콜중독에 빠져 살던 젊은 시절 자동차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의 몸이 된다. 알콜중독 치료모임에 참가해 스폰서 도니(조나 힐)를 만난 뒤로 술과 멀리하는 법, 나아가 스스로를 용서하고 살아가는 법을 익혀나간다. 실존인물의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 존이 친엄마에게 버림 받고 소외됐던 유년의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유머다. 영화는 주인공의 유머를 모두 긍정하지 않는다. 인종과 성별, 성정체성에 대한 민감한 농담에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주인공의 유머는 자기파괴적 분노와 슬픔을 무해한 웃음으로 승화해낸 것이기에 의미 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휠체어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더라도 도움의 손을 뻗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웃어 넘길 수 있다.

‘롱 샷’ 글쎄
샤를리즈 테론, 세스 로건, 준 다이안 라파엘
임현경
: 실직한 기자 프레드(세스 로건)는 우연히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누나 샬롯(샤를리즈 테론)과 재회한다. 미국 최연소 국무 장관이자 차기 대권 주자인 샬롯은 전 세계에 자신을 각인시킬 방법을 고심하던 중, 프레드를 연설문 작가로 고용하기로 한다. 부, 명예, 권력, 외모를 두루 갖춘 샬롯과 별 볼일 없는 프레드가 사랑에 빠지는, 성별이 반전된 ‘신데렐라’ 이야기다. 프레드가 이뤄내야 할 ‘롱 샷(무모한 시도, 못 오를 나무 등을 이르는 말)’은 샬롯의 것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 프레드는 샬롯과 결혼 외에는 관심이 없지만, 샬롯은 여기에 더해 자신을 향한 성적 대상화 극복, 프레드의 비디오 스캔들 수습, 미국 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 당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성을 둘러싼 편견을 의식하고 그에 대해 발언하는 샬롯의 이야기에 집중할만하면 말 많은 프레드가 사고를 친다. 진보를 자처하는 백인 남성이 갖는 편협한 시선과 여성 정치인을 다루는 언론의 행태 등을 반성하는 부분도 있지만, 프레드가 영화 내내 하는 저급한 유머와 징징거림은 유쾌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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