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메이 숙모에게 필요한 것

2019.07.10
아킬레우스와 같은 신화의 영웅부터 슈퍼맨으로 시작된 장르적 영웅까지 슈퍼히어로는 대체로 남 성이 지배적인 비중을 갖고 있었다. 20세기 초중반에 꽃피운 슈퍼히어로 코믹스 서사 속에서 여성은 주인공의 연인이거나 엄마이거나 둘 중 하나로 등장하여 수동적이고 단편적인 모습으로 한정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비뚤어진 시각은 시대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여 느리더라도 바뀌어나가는 중이다. 갈 길은 멀다.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마블 스튜디오조차 여성 단독 주연 영화는 2018년 '캡틴 마블'이 유일한 형편이다. 그러는 동안 스파이더맨 영화는 무려 2번의 리부트 를 거쳐 7편의 솔로무비가 제작되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성캐릭터'라는 장르의 업보이자 숙제를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정식 편입된 최근 두 편의 작품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만큼이나 더욱 비판점이 크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엔딩크레딧의 한 장면)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에 등장하는 주요 여성 캐릭터는 주인공의 연인과 엄마 역할을 하는 숙모, 그리고 여자사람친구 셋인데, 이 중 엄마에 해당하는 메이 숙모(마리사 토메이) 캐릭터가 가장 문제적이다. 메이가 엄마로서 피터 파커(톰 홀랜드)에게 해주는 조언은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피터가 가진 고민의 본질에 닿지 못해 주인공의 성장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본디 벤 삼촌이 피터에게 책임감을 가르쳐준 사람이라면 메이 숙모는 이타심과 배려심을 가르쳐준 사람이다. ‘홈커밍’의 메이는 엄마로서의 자리를 충분히 배당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여태까지의 숙모 중 가장 젊고 아름다운 외모’'라는 특징으로 주변 남성들의 구애와 욕망의 대상이 된다. 피터의 멘토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야한 옷을 운운 하며 숙모를 희롱하고, 샌드위치 가게 주인은 동료에게 숙모의 외모를 가십거리 삼는다. '홈커 밍'은 메이 숙모를 모욕적인 방식으로 활용했고 이는 속편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전편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피터를 날카롭게 꿰뚫어보았던 미셸, 애칭으로는 엠제이(젠다야 콜맨)를 연인의 자리에 세웠다. 엠제이는 피터의 비밀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면서도 자신의 비밀도 털어놓으며 주인공과 내밀하게 마음을 교환한다. 또한 위기에 처했을 때 직접 무기를 휘둘러 맞서기를 ‘선택’하는 용감한 모습을 보인다. 전국 퀴즈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똑똑했으나, 피터가 자꾸만 사라진다는 단서를 피터의 정체와 연결 짓지 못하고 끝내 사건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전작의 연인 리즈(로라 해리어)보다는 진일보한 묘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메이 숙모도 약간의 변화를 맞았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사라졌다가 돌아온 사람들을 위한 자선 모금 캠페인을 열고 노숙자 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등 원작에서의 캐릭터, 타 인을 돕고 베푸는 데에 아낌없는 메이 숙모에 한발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뿐이다. 메이는 피터의 슈퍼히어로 활동을 전면으로 응원하지만 거기엔 감정적 깊이가 부재하다. 피터의 정체를 알게 된 메이 숙모와 피터의 갈등과 화해 과정이 간편하게 생략됐기 때문이다. 결국 피터가 가장 절망한 순간에 손을 뻗어주어 주인공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메이가 아니라 토니 스타크의 수행원 해피 호건(존 파브로)이다. 그런 해피가 메이를 사랑한다고 한다. 물론 숙모도 연애를 할 수 있다. 원작의 메이 숙모도 벤 삼촌 이후 여러 사람과 만난 끝에 재혼까지 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파 프롬 홈’은 전작의 비판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메이를 그저 농담처럼 남성의 구애 대상으로서만 그려내고 있다. 이쯤 되면 메이 숙모가 영화에 왜 존재해야 되는지조차 의문이다. 

2019년에 이르러서도 스파이더맨 영화는 주요 여성캐릭터를 연인과 엄마라는 파편적인 여성상에 한정해 묘사하고 있다. 그 틀 안에서조차 발전과 퇴보를 반복하며 제자리 걸음이다. 남성 영웅이 주인공인 영화니까 어쩔 수 없는 결과일까?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단역이더라도 여성캐릭터에게 직업을 정해주고 고유의 인생을 부여하고 스크린 위에서 다양하게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준다면 그들과 교류하는 남성 영웅의 여정 또한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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