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① 여성들이 정의하는 정의

2019.07.09

요컨대 인터넷의 포털서비스는 딜레마의 집약체다. 공적 관심사를 반영하는 실시간 검색어는 실종된 아동을 살릴 수도, 사생활이 유출된 연예인을 자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대중은 비도덕적인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잊고, 사실관계가 아닌 인물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만큼 포털서비스의 종사자들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마주하며, 동시에 경쟁사와 한정된 파이를 두고 다퉈야 한다. 정보가 적은 포털의 환경을 검색이 잘 된다고 포장하는 마케팅은 비윤리적인가, 효율적인가? 지도 서비스에 불륜 장면을 촬영당해 이혼청구를 당한 남성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가?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의 여성들이 끊임없이 논쟁하고, 갈등하며, 때때로 협력하는 이유다.

포털 서비스를 배경으로 조직에 헌신하던 주인공이 버림받고, 과거 충성했던 선배와 등지고, 미련이나 애증처럼 연애 유사 감정이 일터에서 형성되는 일종의 느와르가 펼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포털 서비스는 다수의 여성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욕망을 추진하는 설정을 납득시킬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욕망과 정의의 충돌 속에서 총격보다 강력한 ‘실시간 검색어’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스펙타클한 공간이다. 배타미(임수정)와 송가경(전혜진), 그리고 차현(이다희)처럼 여성들이 고위직을 차지한다는 점은 회사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들의 능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심받거나 폄하당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은 비혼을 선택했거나, 결혼의 압박을 받지 않거나, 결혼 여부에 따라 직장생활을 멈출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 ‘검블유’의 여성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여성으로서의 현실적 한계나, “부모님 원수를 갚거나 전 남편에게 복수”하는 것 같은 가정사가 아니다. 이들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별다른 사연 없이 존재하고, 극중 배타미의 대사처럼 “계기가 없는" 욕망을 가진다. 포털이라는 자유로운 조직, 결혼에 대한 부담감의 소거, 높은 사회적 지위의 조합은 여성이기에 갖는 제약 같은 것은 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여성의 판타지를 제시한다. 

다만 ‘검블유’의 여성들에게는 성별 반전이나 특수한 환경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여성의 본질이 남는다. 부와 권력을 쥔 송가경은 남성들이 그러하듯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을 수 있지만 직원으로부터 외모 품평을 당한다. 차현은 남성들을 압도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가졌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을 경험한다. 박모건(장기용)이 배타미와 보낸 하룻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반면, 10세 연상의 여성인 배타미는 스스로 이를 “한심한 기억”이라 곱씹을 수밖에 없다. 남성처럼 권력을 가지더라도 여성이 가진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물론 ‘검블유’의 여성들은 많은 여성들과 달리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송가경은 자신의 권력으로 유흥업소 남자의 외모 품평을 응징하고, 차현은 성추행을 한 남성에게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히고 전과자가 되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배타미는 결혼에 대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박모건에게 “나랑 놀자”고 말하며 현재의 즐거움만을 위한 연애를 선택한다. 

그러나 ‘검블유’는 힘 있는 개인이 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 세 여성의 이해관계는 포털이라는 특수성 탓에 사회 이슈와 끊임없이 얽힌다. 배타미는 원치 않게 나간 유니콘의 검색어 조작 청문회에서 회사를 변호하는 대신 국회의원의 아동 성매매 정황을 폭로해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지도 서비스에 불륜 현장이 촬영되면서 이혼소송을 당한 남성이 바로에게 보상금을 청구하자, 평소 약자에 대한 응징과 정의를 중시하는 차현은 남성이 여성을 불법 촬영한 영상들을 예시로 들며 “그딴 사생활은 존중받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검블유’에서 직장으로서의 포털서비스는 세 여성에게 일반적인 여성들보다 더 강한 힘과 욕망을 갖게 할 수 있는 곳인 동시에, 제3자로서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은 남성들이 바라본 세상과는 또 다르고, 그에 따라 정의에 대한 정의도 달라질 수 있다. 성매매 폭로를 상황 탈출의 수단으로 삼은 배타미나 기업의 윤리를 점유율 상승의 수단으로 삼는 송가경이 보여주듯, 이들의 결정은 늘 도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공을 위한 여성들의 욕망, 여성들이 고민하는 더 나은 사회의 기준,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타협의 선이 드러난다. 때로는 옳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 자신의 욕망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고민도 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도 있다. 포털서비스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인 위치와 성격이 다른 여러 여성들을 모아 놓다 보니, 여성들이 각자의 욕망부터 사회에 대한 생각까지 다른 여성과 부딪치며 고민할 수 있다. ‘검블유’가 한 명의 여자에게 현실과 판타지, 욕망의 실현과 도덕적인 고결함을 모두 요구하는 작품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검블유’는 여성 개인뿐만 아니라, 그들이 모인 사회의 양상을 보여준다. 

‘검블유’에서 유독 연인 관계처럼 연출되는 송가경과 차현의 화면, 포털에서의 삶에 비해 상대적으로 얄팍하게 묘사되는 차현과 배타미의 이성 관계, 그리고 세 명의 연대와 갈등의 반복은 마치 호모소셜 서사의 의도적인 모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검블유’는 제약받지 않는 욕망이 파멸로 치닫는 남성 느와르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딜레마에 놓인 여성들이 욕망 속에서도 정의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지 못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고민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방식과 시선이다. ‘검블유’는 단지 같은 이야기에 남성과 여성의 위치를 바꾼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결코 대칭적일 수 없는 여성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드라마의 정의, 사회의 정의를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정의하는 드라마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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