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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선택인 시대, 이혼도 선택인가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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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결혼에 대한 견해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결혼을 꼭 해야한다’는 의견은 남성의 52.8%, 여성의 43.5%인 것으로 밝혀졌다. 30대 중반인 필자만 해도 친한 친구들 중 결혼을 안 한 친구의 비율이 반 정도 되는 것을 보면 설문조사가 꽤나 정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성의 과반수, 여성의 과반수 이하가 결혼을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제 공공연히 결혼이 선택인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회식 때 20대 직원들과 대화해보면 자신이 비혼주의라고 답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봐도 더더욱 그렇다. 결혼이 선택인 이 시대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하고자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이혼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결혼은 선택인데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혼을 결심한 분들이다. 결혼생활에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고 더 이상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이혼을 선택한 사람들인데 여전히 이혼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이혼녀 딱지가 붙게 되었네요’, ‘결혼에 실패해서 인생이 막막해요’, ‘사람들이 제가 문제 있어서 이혼했다고 생각하겠죠’ 라는 말을 듣다 보면 괜히 울컥하고 속상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무책임한 답변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속상하다.

물론 어떤 분들은 ‘너무 후련해요’, ‘앞으로 행복해질 일만 남았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시간의 차이일뿐 그들의 인생에서 큰 고통을 겪었음은 동일하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정하고 가정을 이룬 사람과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별의 아픔을 넘어서 자신의 자아에 대한 깊은 고뇌를 거치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TV드라마를 본다. 이혼 후 고통의 삶을 보내는 삶을 다루는 과거의 드라마와는 달리 이혼 후 자신을 찾아가고 행복의 길로 나아가는, 아니 이혼이라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딱히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런 컨텐츠들을 보면 '이혼율이 세계 상위권인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이혼을 한 남녀가 굳이 꿋꿋이 행복을 찾아가는 스토리가 아닌 나 자신을 찾아가는 한 과정에서의 회상씬으로서 이혼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정에서 견디기 힘들 만큼의 큰 갈등이 왔을 때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이혼을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당사자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른 선택이다. 그에 대한 책임 또한 각자의 몫이며 사람은 누구나 그 순간 자신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한다. 배우자의 폭력성에 이혼을 선택한 후 어머니와 함께 필자를 찾아왔는데, "우리 땐 그 정돈 다 참았어" 하며 딸의 등짝을 스매싱하는 상황,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 사과도 했는데 이정도도 용서 못 해주나며 자식을 생각하라는 피고 측의 말, 그리고 부모님이 속상하실까봐 이혼한 사실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서 형식적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접할 때 드는 생각이 있다.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 만큼 어려운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내고, 내 목숨보다 소중한 자녀를 출산(이 또한 선택이지만)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을 알더라도, 결혼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이라는 것이 여전히 유책여부를 불문하고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그 원인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여성의 경제력 증가와 가사노동 분담비율 등의 객관적 지표들은 별론이다.

그럼 뭐 이혼한 게 자랑이냐고. 결혼하는 게 자랑이 아니듯 이혼하는 것도 자랑은 아니다. 정말 자랑인 것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내 행복이 어디에 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 아픔을 내 자신의 힘으로 딛고 일어서는 것. 그런 것이 자랑인 세상이 더 빨리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라 위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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