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나오미 스콧의 노래

2019.06.26
“어린이들을 위한 깜짝 상영에 갔는데 어린 소녀들이 막 달려와서 뛰어들었어요. 그제야 이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죠.” 한 토크쇼에서 스타가 되었음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나오미 스콧은 이렇게 대답했다. 연기뿐 아니라 노래와 작곡도 병행하는 멀티 엔터테이너. 하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이 없는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새 시대의 자스민 공주의 얼굴로 낙점된 나오미 스콧은 디즈니의 또 다른 공주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었다면 언론이 ‘신데렐라의 탄생’이라고 소개했을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나오미 스콧은 신데렐라가 아니다. 배우로서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스타가 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고, 그가 연기한 자스민 공주가 왕자가 자신을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원작 ‘알라딘’보다 세상에 한 해 늦게 태어난 나오미 스콧은 자신이 살아온 딱 그만큼의 세월을 건너 다시 쓰여진 이야기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주인공이 됐고, 그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는 배우다.

나오미 스콧이 연기한 자스민의 이야기로서의 ‘알라딘’의 교훈은 우리가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사랑했던 동화처럼 현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동화와 전설이, 이야기가 거기 멈춰서 그렇게 침묵하고 고정된 채로 과거에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잘 쓰인 이야기는 동화의 마법을, 그 세계 속에서 마치 중력과도 같은 절대적인 법칙을 깬다. 왕자의 키스만 저주를 풀 수 있다는 법칙을 깨 버렸던 ‘겨울왕국’이 디즈니의 새 시대를 연 것처럼, 새로운 자스민은 마법을 자신의 목소리로 무효화시킨다. 자파가 마법의 힘으로 술탄이 된 뒤, ‘Speechless’는 그 강제력을 인간의 의지로 벗어나기를 요구하는 노래로 다시 한번 울려 퍼진다. 여성이라 술탄이 될 수 없고 지도로만 세상을 봐야 하며 꽃처럼 침묵해야 하는 현실을 벗어던지는 것은 램프의 힘이 아닌 자스민의 결정이다. 그렇게 21세기의 ‘알라딘’은 자신을 옭아매던 것을 다 지워버리고 두 발로 똑바로 서서 근위대장에게 옳은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하는 나오미 스콧의 결연한 얼굴과 단단한 목소리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어린 소녀들이 자스민 공주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왕자 대신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에게 왕이 될 자격이 있고, 내가 왕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나오미 스콧은 “내가 내리는 결정과 롤모델로서의 책임감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걸 피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쓴 왕관의 무게를 안다. 왕비가 아니라 왕이 되는 공주, 자스민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소녀들이 나오미 스콧이 걸어갈 길을 계속 지켜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을 향해 뛰어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봐 주는 소녀들을 통해 배우로서의 자신을 증명받은 나오미 스콧은,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며 어떤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 이제 들리기 시작한 목소리는, 그 목소리가 들려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아야 한다. 나오미 스콧의 이야기도, 침묵하기를 요구받아 온 모든 여성의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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