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례│② 박막례 할머니의 가르침

2019.06.04
“내가 70년 넘게 살아보니까 그래.”(‘코스모폴리탄’) 스스로 “고생만 죽게 한거여”라고 회고하던 긴 시간을 지나 구독자 88만 명의 유튜브 스타가 된 박막례 할머니의 삶은 그 자체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들의 지침서다. 수능을 앞둔 10대들에게 “야 유튜브에 수능 있냐? 수능 없잖아”라며 마음을 놓고 시험을 보라는 격려를 건네고, “다리가 더 아프기 전에 도전도 더 힘나게 해볼 거고 놀러도 신나게 다닐 것”이라 말하며 삶을 즐기는 자세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연륜이 묻어난다. 박막례 할머니의 어록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삶에 대한 가르침들을 정리했다.

북치고 장구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2017년 11월 ‘코스모폴리탄’의 기사 ‘막례 할머니의 고민 상담소’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고민에 대해 박막례 할머니가 내놓은 대답이다. 그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여”라며 “왜 남한테 장단 맞추려 하냐”라는 내용의 조언을 건넸다. 평소에도 그는 유튜브를 통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여행지에 가서든 “내 이름은 박막례예요!”라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한국말로 당당하게 밝히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사막에서 보트를 타며 순간을 즐긴다. 자신을 닮았다고 화제가 된 강아지의 모습을 흉내내는 메이크업이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도깨비에게 비는 내용의 콘텐츠처럼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는 주제의 콘텐츠에도 거부감 없이 도전한다. 70대에게는 어렵거나 낯설 것처럼 보이던 도전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이를 통해 ‘편’들(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팬들의 애칭)에게 사랑받게 된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은 스스로의 장단에 충실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다시 태어나가꼬 사람이 되믄 결혼 안하고 난 기계하고 살란다
2018년 삼성의 초청으로 유럽 최대의 전자가전 전시회인 독일 베를린 IFA에 초청받았을 당시 박막례 할머니가 내놓은 소감이다. 최첨단 기술들을 감상하던 그는 “남자하고 살면 염병하고 하이라이트 뉴스 틀어놀라 하고 염병 귀찮아서 나 그런 세상 안 살래. 나 돈 많이 벌어가꼬 기계하고 살끄야.”라는 다소 극단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유머 뒤에는 그가 여성으로서 겪어왔던 삶의 그림자가 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는 손녀 김유라 씨의 요청에 응하는 영상에서 그는 여성으로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차별받아야 했던 어린 시절을 털어놓으며 “내 인생마치 무서운 게 어디 있어!”라고 말한다. 남편의 제사 도시락을 준비하는 에피소드에서는 평생 자녀들을 돌보지 않다 사망 직전에야 연락이 왔던 그를 ‘앙숙’으로 표현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지만,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면서도 묘소에는 직접 찾아가지 않는 모습으로 여운을 남겼다. 여성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시간들조차 가볍게 해학으로 풀어내는 박막례 할머니이지만, 그가 살아온 삶의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도전할라고 했다가 생긴 상처라 괜찮아”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 영상 중 ‘71살 막례의 첫 패러글라이딩 in 스위스’편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박막례 할머니는 손녀 김유라 씨와 함께 트로티 바이크를 타다가 여러 차례 넘어졌고 결국 손등을 다쳤다. 그러나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그는 손등에 붙인 반창고를 내보이며 카메라를 향해 “야 다친 것도 추억이여. 뼈만 안 다치면 추억이여. 이런 건 영광의 상처다. 내가 도전할라고 했다가 생긴 상처라 괜찮아. 금방 나을거야.”라고 말했다. 이 영상에서 박막례 할머니는 “할머니, 긴장돼? 할 수 있겠어?”라는 김유라 씨의 걱정에 “나 탈 수 있어”라고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고, 비행 후 “너무 재밌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다. 이는 평소 만들어보지 않았던 초콜릿이나 딸기 찹쌀떡 등의 생소한 음식에도 즐겁게 도전하고, 망가진 모양의 결과물이 나와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과도 닿아있다. 그는 항상 새롭게 도전하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의 무게를 크게 느끼는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모습이 위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던 박막례 할머니가 한 말이다. 그는 마카오에서 돈을 지불하고 얻은 자신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이? 돈 안주면 안 해줘.”라 말하고, “그때는 돈 아까워서 진짜…… 하기 싫고 그랬는디 나는 그래도 막 무조건 나는 돈 주고 했어”라며 어려운 시절에도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가치관을 보여줬다. 평소에도 박막례 할머니는 구매한 옷에 대해 “왜 사신거죠?”라는 김유라 씨의 질문에 “이쁜 것은 눈에 보일 때 사야 돼요. 내년에는 없어요”라 대답하거나, “할머니 약간 충동구매가 심한 거 같애”라는 말에 “그려 심해. 내 돈 내가 쓰는디 뭐”라며 당당한 태도를 취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실 그는 파출부로 일하던 시절 자녀들을 위해 교통비조차 아끼려 먼 거리를 걸어다녔을 만큼 검소한 삶을 살아왔지만, 순간의 기쁨과 추억이 갖는 가치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 시장에서 구입한 옷들을 펼치며 행복해하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이 단순히 ‘충동구매’만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희망은 남의 것이 아니고 내 거예요. 버렸어도 다시 주우세요”
2019년 5월 15일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박막례 할머니는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다 “절대 그 희망은 버리고”라 말하는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는 추후 유튜브를 통해 실수를 사과하며 “버렸으면 희망을 다시 주서 담으세요. 그러믄 돼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예요.”라 말해 또다른 감동을 안겼다. 이는 평소 그가 몸소 실천해왔던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2018년 구글 I/O 방문 당시 그는 구글 유튜브TV팀 총괄 엔지니어링 디렉터 전준희 전무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에 입사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지만, 영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교육을 받지 못했던 서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영상 말미에서 구독자들에게 “내가 82살에 내가 구글에 신입으로 내가 한번 들어가볼거야. 나는 영어를 못해가꼬 한 10년 연습 함 해볼라니까 느그들이 먼저 들어가가꼬 자리 잡아라잉?”이라 말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를 보여줬다.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 “종친 내 인생, 생각도 하기 싫은 인생이다”라 회고하면서도 “지금이 좋아 행복해”라 현재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더 큰 행복을 위해 10년 뒤를 바라보는 박막례 할머니의 희망은 오롯이 그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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