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장윤정, 묵묵하지 않게 책임질 권리

2019.05.29
장윤정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냉장고를 공개했다.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그는 “살이 찌면 안 되기 때문에” 소주 한 잔에 젓갈 속 작은 새우 2마리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디너쇼에서 관객에게 나갈 스테이크를 매번 먼저 먹어보고, 노래할 때 숨이 찰 수 있어서 평소에도 소식하는 버릇을 들였다고 말했다. 장윤정의 냉장고 속엔 그가 무대를 위해 갖는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장윤정은 이날 방송에서 계약 대신 약속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약속대로’ 견주 없이 뛰노는 개들을 위해, 대형운동장을 달리는 트럭 위에서, 강 건너편에 있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관객들을 향해, “앙코르요?”라고 능청을 떨며 공연을 이어갔다. 출산 2개월 만에 TV조선 ‘미스트롯’에 출연한 것도 약속 때문이었다. 장윤정은 산후조리원에서 TV를 보다가 ‘미스트롯’에서 ‘제2의 장윤정’을 찾는다는 자막을 발견하고 나서야 소속사가 본인의 동의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는 소속사와 방송사 사이의 약속을 취소하는 대신 “트로트 오디션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나오고 싶었다”라며 방송 출연을 위해 15kg을 감량했다. “트로트 무대가 훌륭한 무대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카페트 깔아놓고 거기가 무대라 가리키면 무대인 거예요.” 장윤정이 ‘미스트롯’ 참가자에게 했던 조언은 그가 지난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열악한 무대에 서 왔는지를 짐작케 한다.

"저는 괜찮아야만 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장윤정은 2015년 SBS ‘힐링캠프-500인’에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9살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골 장터에서 노래를 하고, 2집 ‘짠짜라’ 활동 당시 아침 마라톤부터 새벽 나이트클럽 공연까지 하루에 행사 12개를 소화했다는 그는 힘듦을 내색하지 않았다. “즐겁기 위해 저를 보는 분들이 불편해하시는 게 싫어서”였다. 지금도 장윤정은 이미 맺은 약속들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스로의 상황을 ‘알린다’는 것이다. 그는 소속사를 탓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스트롯’ 출연이 결정됐다는 사실 자체를 전달했고, ‘다 괜찮다’고 말했던 과거와 달리 산후 관절통으로 인한 고충을 밝혔다. 일하는 여성, 워킹맘으로서 겪었던 고단함에 대해서도 덤덤히 털어놨다. ‘힐링캠프’에선 “되게 편하게 아이를 낳았단 얘기를 들었다”라는 MC김제동의 말에 “이런 얘기가 제일 섭섭하다”라고 응수했다. ‘냉부해’에서는 새벽에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놓고 일을 나갔다 왔는데, 빨랫감이 탈수된 채 그대로 남아있어 다음날 새벽 다시 빨래를 했다며 “‘이것 좀 널어줬으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에 따라 주어진 상황을 감내하되 더 이상 묵묵하지 않다. 과로로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릴 때면 ‘또 일을 시키려고 나를 깨우는구나’ 생각하면서도 “웃는 얼굴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건강 관리에 항상 힘쓰겠다”라며 팬들을 안심시켰던 20대 장윤정과 달리, 지금의 장윤정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침묵하지 않는 일은 성공한 가수이자 방송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장윤정이 무대 안팎에서 ‘책임을 지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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