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40대 여성 3명이 동시에 광고에 나오다

2019.05.27
ⓒSTELLA ARTOIS KOREA
40대 여성 3명을 동시에 광고에서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아내, 엄마, 며느리, 아줌마 역할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스텔라 아르투아 캠페인은 그것에 도전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작년 12월이었다. 위든앤케네디 도쿄(Wieden+Kennedy Tokyo)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의 한국 광고를 진행하는데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든앤케네디라니! 신입사원 합격했을 때만큼 기뻤다. 나이키, 올드스파이스, 혼다 캠페인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에이전시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회사였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은 분명했다. “30-40대 한국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맥주로 포지셔닝 해주세요.” 문제는 담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비롯 아트디렉터, 카피라이터 전부 외국인 남성이라는 것. 한국이었으면 그냥 진행했을 수도 있다. 지금껏 수많은 화장품 광고, 생리대 광고조차 남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걸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위든앤케네디 팀은 도움을 받자는 판단을 내렸고 적극적인 검색, 인터뷰를 거쳐 나에게 의뢰했다.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찾는 것 또한 실력의 영역이다.

영어로 아이디어를 이해시키는 건 몇 배로 힘들었다. 크리에이터 간 미묘한 기싸움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회의가 끝나면 녹초가 되었다. 그럼에도 더 크게, 끊임 없이 목소리를 냈던 건 한국에 펨버타이징의 문을 연 아이소이 ‘선영아 리부트’ 캠페인(2016년)에 이은 또 한번의 기회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650년이 넘은 벨기에 맥주와 한국 여성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뭘까? 광고주도, 타깃도 모두 공감할만한 인사이트는 뭘까? 고민의 안개 속에서 어느 날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단절되지 말자” 당시 출간을 앞둔 첫 책 원고에 이미 쓴 문장이기도 했다. 아내, 엄마, 며느리, 딸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밀려나는 나의 삶, 나의 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진도를 나가는 여성이 분명 존재한다. 광고나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이런 여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임파워링 되지 않을까? 고립되지 않고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여성 사진작가, 여성 CF감독도 합류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진행된 5개월의 팀 작업.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리가 예상한 만큼 공감해줄까? 캠페인이 처음으로 공개되던 날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

이것은 ‘가족을 위해, 대의를 위해 포기하고 희생하라’는 무언의 압박 아래 고군분투하는 모든 한국 여성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카피에 반드시 ‘단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만 한다고 고집한 이유가 짐작이 갈 것이다. 스텔라 아르투아 ‘비컴더아이콘’ 캠페인이 다른 광고주, 브랜드에게 불러올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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