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의 안과 밖

2019.05.16
©블루보틀 인스타그램
시간당 방문객 80명, 하루 매출 약 6000만 원.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지난 3일 개점 하루 만에 세운 기록이다. 블루보틀은 입점 전부터 한국 진출 여부, 1호점 매장의 위치, 국내 업체와의 제휴 등으로 관심을 집중시켰고, 입점 후엔 최대 6시간에 달하는 긴 대기 시간, 다른 커피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폐공장의 느낌을 살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등으로 끊임없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블루보틀 매장 방문 및 구매를 전시하는 ‘인증샷’이 줄을 잇는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 본 소비자들은 블루보틀이 제공하는 커피의 맛과 친절한 환대를 높이 평가했다. 매일 아침 스타벅스를 방문한다는 A씨는 “정성껏 로스팅한 원두에서 적당한 산미가 느껴진다”라며 “블루보틀의 음료가 1400원 정도 더 비싸긴 하지만, 대기 시간만 줄어든다면 자주 방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비스에 관심이 높은 B씨는 “블루보틀은 바리스타가 고객들에게 메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정성껏 커피를 내린다”라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브랜드의 프리미엄 매장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B씨의 말대로 블루보틀의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바리스타는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했고, 진동벨 대신 직접 고객의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전달했다. 주로 테이크아웃 고객이 많은 데다 직원들이 내부 상황에 맞게 입장 인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북적거리거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통유리로 이뤄진 건물은 자연광을 포함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블루보틀 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점 전까지 직원들이 주변을 탐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면서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오래 준비한 만큼 저희가 갖고 있는 공동 가치인 ‘웜 미니멀리즘(warm minimalism)’, 기본적인 존중과 존경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블루보틀은 누구나 들여다 볼 수는 있어도 누구나 손님이 될 수는 없다. 한국 1호점이 들어선 건물 1층은 커피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로, 고객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지하에 있다. 커피를 즐기려면, 일단 계단을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모차야 상대적으로 가벼우니 사람이 들고 계단을 내려갈 수 있다 쳐도, 휠체어는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직원에게 휠체어를 탄 사람이 매장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잠깐이라도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를 되물었다. “죄송하지만 휠체어를 탄 분은 밖에 계시고, 보호자께서 줄을 서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셔야 할 것 같다”라는 것이 최종 답변이었다. 매장에 들어간 뒤에도 제약은 계속 이어진다. 블루보틀 매대 앞에 서서 정면으로 보이는 상단 메뉴판에는 한글이 없다. 모든 메뉴가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보기에는 깔끔하나 노년층을 비롯해 영문에 생소한 이에게는 극도로 불친절하다. 별도로 매장 곳곳에 마련된 인쇄형 메뉴판이 존재하지만 커피를 제외한 스콘, 쿠키 등 일부 메뉴에 한해서 한글 설명이 적혀있다. 블루보틀 코리아의 홈페이지는 아직 개설 전이어서 메뉴를 미리 알아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이나 영문판 홈페이지를 참고해야 한다.

한국 1호점의 디자인을 담당한 건축가 나가사카 조는 앞서 블루보틀 도쿄점과 산겐자야점 디자인 과정에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create equal relationships)"에 중점을 뒀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메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면 바리스타가 친절하고 자세히 안내해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장 안에 들어서서 바리스타를 마주하기 전까지, 소비자들은 갖가지 진입 장벽에 부딪혀야 한다.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고객의 마음을 미리 헤아리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식 접객 문화)’를 블루보틀의 사업 철학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그가 말하는 소비자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블루보틀의 기준을 통과하는 이들만을 뜻한다. 매장의 맛, 가격, 대기 시간, 분위기, 위치, 와이파이 제공 여부 등은 소비자가 어떤 가치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부분이다. 그러나 블루보틀이 스스로 둘러싼 벽은 소비자들의 선택이나 취향과는 완전히 다른, 약자에 대한 배척의 문제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가 지난 2017년 ‘2017 서울카페쇼-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에 참석했을 당시 ‘최고의 맛, 지속 가능성, 그리고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환대(hospitality) 문화’를 블루보틀의 3대 철학이자 성공 비결로 밝혔다. 블루보틀은 분명히 정성껏 커피를 준비하고, 매장을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근사한 시간과 공간을 선사한다. 그러나 블루보틀이 내세우는 모든 좋은 가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야 의의를 갖는다. 블루보틀이 더 이상 창고 속 작은 커피집이 아니라, 세계 최대 식음료 기업 네슬레에 인수 합병된 다국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We are still united by the simple purpose of getting great coffee to everyone who asks for it(우리는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좋은 커피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목표를 위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블루보틀 영문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문장이다. 정말로, 블루보틀은 ‘모두(everyone)’를 위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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