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 하기 참 어렵다

2019.05.09
매주 금요일 ‘ize’에서는 기사 아이템을 선정하는 주간 회의를 연다. 그때마다 마치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 에드워드가 된 기분을 느끼곤 했다. 후배에게 케이크를 잘라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새 케이크가 무너져 있었고, 그저 선배와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려 했을 뿐인데 식빵이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그 뒤에는 결국 “그냥 제가 하겠다”라는 동료들의 친절(혹은 공포)이 따르곤 했다. 과연 이런 서투른 손놀림으로도 최근 유행하는 홈카페를 즐길 수 있을까. 집에서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까지 치러야 하는 과정과 비용, 난이도 및 일반 카페 커피와의 유사도를 ‘ize’의 기자가 직접 정리했다.

홈카페를 위한 준비 과정
1. 홈카페를 검색하면서 누구나 처음으로 하게 되는 고민은 ‘과연 커피머신을 사야 할 것인가’다. 대다수의 홈카페 인플루언서들이 커피머신으로 집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스웨그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검색해보니 제품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10~20만원 정도에 무난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험해보니 인스턴트 커피로 대체해도 홈카페를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실 기사 하나를 위해 커피머신을 구매할 용기까지는 나지 않았다.)

2. 바닐라 시럽과 헤이즐넛 시럽은 기본적으로 구입해두는 편이 좋다. 들어가는 레시피가 많아 활용성이 높다. 생크림까지 구입한다면 만들 수 있는 커피 종류가 더 많아진다. 유지방으로 만들어진 동물성 제품이 풍미가 좋지만, 유통기한이 짧아 보관이 어렵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작은 단위로 구입할 것을 권한다. 생각보다 빨리 변질돼 시간이 흐를수록 원하는 질감을 내기 어려워진다. 

3. 가능하다면 되도록 모든 재료를 인터넷으로 구매할 것을 권한다. 오프라인에서는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재료를 구입하기 쉽지 않다. 어떤 곳에는 바닐라 시럽만 있고 다른 곳에는 헤이즐넛 시럽만 있는 식이다. 특히 타피오카 펄처럼 특수한 재료의 경우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대다수의 유튜버 및 블로거들의 설명과는 달리 생각보다 판매처가 드물다. 열 곳에 가까운 가게를 돈 끝에 결국 방산시장의 한 가게에서 품절 직전이었다는 타피오카 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누군가처럼 ‘마감에 쫓겨 당장 코앞에 재료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겪을 필요 없는 고생이다.

*재료 단가
(아래에서 소개되는 레시피들은 이 기준에 따라 단가를 계산했다.)
휘핑크림 2000ml - 24,380원
헤이즐넛시럽 250ml - 7,900원
바닐라시럽 500ml - 5,280원
코코아파우더 300g - 5,000원
흑설탕 1kg - 2,180원
블루베리 1kg - 10.900원
블랙타피오카펄 1kg - 7,900원
우유 1000ml - 2,800원
스틱커피 10개입 - 2,700원
요플레 1개 - 750원

카페라떼
난이도 : ★★☆☆☆
유사도 : ★★★☆☆

단가 : 1,796원
(스틱커피 2개포(540원) + 우유 200ml(560원) + 노동 5분(2019년 최저임금 기준 약 696원))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메뉴다. 스틱커피 2포를 뜯어 약간의 물을 첨가해 샷을 만든 후 우유 200ml에 붓는다. 카페라떼의 장점은 응용이 쉽다는 데 있다. 바닐라 라떼로 즐기고 싶다면 바닐라 시럽 2~3펌프를, 헤이즐넛 라떼로 즐기고 싶다면 헤이즐넛 시럽 2~3펌프를 기호에 따라 넣어주면 된다. 커피를 얼음곽에 얼린 후 우유에 넣으면 일반 카페에서도 종종 보이는 ‘아이스 큐브라떼’를 즐길 수 있다. 만약 일반 카페와 비슷한 우유 거품을 내고 싶다면 살짝 데운 우유에 거품기를 사용하면 된다.
반면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하얀 우유와 갈색 커피가 마블링(?)을 이루는 아이스 라떼를 상상했지만, 정작 샷을 우유에 붓자 5초만에 마블링이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칙칙한 갈색으로 변한 카페라떼를 촬영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유사도의 별 두 개가 깎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나 블로그 게시물에서는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카페라떼 사진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번을 시도해도 5초 마블링 현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한줄평: 사람이 문제다.

아인슈페너
난이도 : ★★★★☆
유사도 : ★★★★☆

단가 : 5,561원
(스틱커피 2개포(540원) + 휘핑크림 80ml(975원) + 바닐라시럽 30ml(315원) + 헤이즐넛시럽 30ml(948원) + 노동 20분(2019년 최저임금 기준 2,783원))

‘비엔나 커피’로도 불리는 아인슈페너를 만드는 레시피는 간단하다. 커피 2샷(약 50~60ml)에 물 150ml과 헤이즐넛시럽 2펌프를 넣은 후 얼음을 넣는다. 그리고 생크림 80ml에 바닐라 시럽 2펌프를 넣어 요거트 정도의 걸쭉함이 생길 때까지 휘핑한 후 커피 위에 올리면 끝. 이 날 것 같았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손으로 거품을 치고 있자니 평소 좀처럼 쓰지 않던 팔근육이 저려왔다. 다행히 집구석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핸드믹서를 발견하고 광명을 찾았다. 저널리스트라면 자본주의에 굴복하지 않고 독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모든 체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나, 이 기사에서는 공익을 위해 핸드믹서 구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핸드믹서를 찾은 뒤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아인슈페너를 만들기 위해서는 요플레처럼 살짝 흘러내릴 정도로만 걸쭉한 거품을 내줘야 하는데, 농도 조절이 쉽지 않다. 지나치게 묽으면 커피와 크림이 뒤섞여 흙탕물 빛깔이 되어버리고, 케이크 생크림처럼 거품이 단단해지면 아인슈패너가 아니라 콘파냐가 되고 만다. 특히 개봉을 했던 생크림이라면 보관 상태에 따라 원하는 거품이 영영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200ml를 쓰고 사진 재촬영을 위해 냉장 보관했던 생크림 800ml는 그렇게 실험 대상이 되었다가 버려졌다. 결국 생크림을 다시 구입해야 했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페너는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커피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보다는 2%의 아쉬움이 남는 맛이었지만, 집에서 이 수준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에는 분명 의의가 있다.

한줄평: 홈카페를 하고 싶다면 핸드믹서는 꼭 사자.

더티 카푸치노
난이도 : ★★★☆☆
유사도 : ★★★★★

단가 : 5,486원
(스틱커피 2포(540원) + 우유 100ml(280원) + 휘핑크림 100ml(1,219원) + 바닐라시럽 30ml(330원) + 코코아파우더 20g(334원) + 노동 20분(2019년 최저임금 기준 2,783원))

각종 SNS에서 더티커피를 접할 때마다 절대 집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메뉴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코코아파우더를 날리다 동거인들에게 등짝이 파우더가 되도록 비난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더티 카푸치노는 주변으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은 메뉴였다. 커피와 크림이 층을 이뤄야 하는 아인슈페너와 달리, 어차피 내용물이 흐르고 섞이는 메뉴인 만큼 만드는 과정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미리 접시를 깔아놓은 잔에 스틱커피 2포를 넣고 약간의 물을 탄 후,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거품을 내서 붓는다. 그 위에 바닐라시럽을 넣어 거품을 낸 생크림을 올린다. 코코아파우더를 뿌린 후 음료가 넘칠 때까지 다시 거품을 붓는다. 코코아파우더가 뒤범벅된 크림이 잔 밖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금기를 깨는 듯한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심지어 맛도 괜찮다. 코코아파우더의 달달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 커피의 쓴맛이 어우러지자 성수동 카페 부럽지 않은 조합이 되었다.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일하면서 마시기에는 너무 지저분하다는 것이었다.

한줄평: 굳이 일하면서 마시고 싶다면 노트북 옆에서 만들 것. 다 만들고 나면 도저히 옮길 자신이 없어진다.

흑당 버블티
난이도 : ★★★★★
유사도 : ★★★★☆

단가 : 9,918원
(타피오카 펄 100g(790원) + 우유 200ml(560원) + 흑설탕 100g(218원) + 노동 1시간(2019년 최저임금 기준 8,350원))

최근 유행하는 흑당 버블티를 마실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A사의 흑당 버블티는 이상할 정도로 얼음이 많아서 다섯 입을 먹으면 끝이 났고, 양이 넉넉한 B사의 흑당 버블티는 7,000원대의 고가를 자랑했다. 가성비와 맛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라는 C사의 흑당 버블티는 공교롭게도 회사와 집 근처에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러워서 내가 만들고 만다!
원하는 양만큼의 타피오카 펄을 물에 넣고 10~20분 가량 삶는다. 불을 끄고 10분 가량 뜸을 들이면 회색빛 전분이 검게 변한다. 이때 물에서 꺼내 찬물에 펄을 헹궈 쫄깃함을 살린다. 그리고 펄과 같은 양의 흑설탕과 물을 넣고(흑설탕 2 : 물 1의 비율을 지켜주자) 시럽 형태가 될 때까지 약불로 졸여준다. 주의할 점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분명 5분짜리 레시피를 따랐는데, 시럽이 좀처럼 끈적하게 생기지 않아 1시간 가까이 끓여야 했다.
시럽에 졸인 흑당 펄을 양껏 넣고 얼음과 우유를 부으면 버블티가 완성된다. 예상과는 달리 카페에서 판매하는 흑당 버블티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맛이 좋았다. 비록 펄을 끓이는 시간 탓에 단가가 올라갔지만, 한 번 일정한 양을 만들어두면 필요할 때마다 우유에 부어 버블티를 먹을 수 있다. 특히 카페에서 판매하는 버블티와 달리 원하는 만큼의 펄을 넣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홈카페의 묘미 아닐까.

한줄평: 유리잔에 펄을 넣을 때 벽면에 묻혀가며 넣어야 인싸다. 그래야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그걸 모르고 굳이 깨끗하게 넣으려 노력한 끝에 밋밋한 비주얼을 얻었다.

블루베리 스무디
난이도 : ★★★☆☆
유사도 : ★★★☆☆

단가 : 1,845원
(블루베리 100g(1090원) + 우유 150g(380원) + 요플레 35g(375원) + 노동 20분(2019년 최저임금 기준 2,783원))

꼭 블루베리가 아니어도 좋다. 조금만 레시피를 찾아보면 집에 있을 법한 재료로도 훨씬 비주얼이 좋은 스무디를 만들 수 있다. 블루베리 100g과 우유 100g을 믹서기에 간 후 컵에 따라놓는다. 그리고 요플레 반 통과 우유 50g을 믹서기에 갈아준 후 컵의 남은 상단을 하얀 색으로 채워주면 카페 부럽지 않은 스무디가 완성된다. 사진에 실물이 담기지 않아서 아쉬울 정도. 만약 단맛을 선호한다면 요거트 파우더를 사용하거나, 시럽 또는 설탕을 첨가해주면 된다.
누구나 집에서 믹서기로 과일을 갈아먹을 때 시도할 법한 레시피지만 색깔로 층을 구분하는 약간의 센스만으로도 전혀 다른 음료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카페에서 판매하는 각종 유명 브랜드의 스무디들과 유사한 맛의 음료를 만들고 싶다면 좀 더 복잡한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

한줄평: 디테일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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