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엔드게임│① 어벤져스 어워드

2019.04.30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개봉한 22편의 MCU 영화를 결산하는 뜻으로 지난 11년동안 함께해온 정든 캐릭터들을 기리는 시상식을 열었다.

*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비롯한 MCU 영화 전반의 내용이 포함 돼 있습니다.

닉네임장인상 : 토니 스타크

2008년 ‘아이언맨’으로 MCU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토니 스타크. 군수업자로 막강한 부를 누려왔던 그는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뒤에 과학자 '잉센'의 도움으로 철갑을 만들어 기적적으로 탈출하는 경험을 겪으며 그는 사람들을 돕는 선한 영웅이 되기로 결심했다. 토니 스타크는 거침없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팬덤 내에서 ‘재앙의 주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팝컬쳐를 비유해 동료와 적에게 별명을 붙이길 즐겨 하는데, 아래의 표에 지금까지 토니 스타크가 붙여준 별명들을 모아보았다. 유쾌한 작명실력으로 수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준 공로를 인정하여 이에 상을 수여한다.

먼지싹싹 청소상: 타노스
한정된 자원에 맞지 않은 과잉 인구가 우주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믿었던 폭군 타노스. 막강한 군대를 가진 그는 수양딸 가모라의 고향행성에서 그랬듯, 우주 전역을 휩쓸며 행성의 절반을 학살하는 명실상부 최악의 적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마지막에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타노스는 우주의 절반을 없애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환경운동을 실천해버리고 말았다. 비뚤어진 방법으로 자연과 먼지를 사랑한 타노스에게 이 상을 수여한다.
 
반전매력상 : 닉 퓨리, 구스
‘캡틴 마블’ 이전까지 우리가 만나봤던 닉 퓨리는 강철 수트를 입고 악을 물리치는 토니 스타크를 애송이처럼 취급할 정도로 그 어떤 위험에도 (말 그대로)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이자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렇게 근엄하고 진지한 그가, 사실은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이 고양이라면 껌뻑 죽는 동물 애호가일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뿐이랴, 아무리 모든 일에 대비하는 닉 퓨리일지라도 귀염둥이 털북숭이 치즈 고양이 구스가 사실은 뱃속에 촉수를 품은 외계괴물 ‘플러큰’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캡틴 마블’ 최고의 씬스틸러, 닉 퓨리와 구스에게 반전매력상을 수여하는 바이다.
 
변신의 귀재상 : 토르, 스탠 리
영화 ‘토르’는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의 왕자 토르가 호전적이고 자만한 성격 탓에 아버지 오딘에게 힘을 빼앗기고 지구로 불리우는 미드가르드로 추방당하면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그는 상식이라곤 전혀 모르는 필멸자의 신분으로 분투하다가 끝내 이기심을 버리고 선한 영웅의 마음을 배우면서 진정한 천둥의 신의 자격을 얻고 세상을 구해낸다. 이후 초대 어벤져스 일원이 되어 지구를 지켜내고, 머리를 깎인 검투사가 되기도 하고, 아스가르드 멸망 후 피난선의 지도자가 되기도 하고, 타노스를 만나 모든 것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전사가 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MCU에서 토르의 변신은 무죄다.
 
한편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스탠 리는 지금까지 MCU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드라마를 포함, 총 27개의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작년 그가 작고한 뒤로 처음 개봉한 ‘캡틴 마블’은 스탠 리의 카메오 장면들을 모은 마블 스튜디오 인트로 영상으로 그의 이름을 기리기도 했다. 집배원, 기차 승객, 버스 기사, 헤어 스타일리스트 등등 각양각색으로 변신하여 '찾는 재미'를 주었던 스탠 리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지게 얼어있던 상 : 스티브 로저스, 트찰라
스티브 로저스는 심지 곧은 청년으로 병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전란에 휩싸인 나라를 위해 슈퍼솔져 실험에 자원해 초인적인 힘을 가진 캡틴 아메리카로 재탄생했다.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 중 스페이스 스톤에 해당하는 물체 테서렉트를 놓고 레드 스컬의 음모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북극에 추락한 그는, 얼음 속에 꽁꽁 얼어있던 상태로 21세기에 구조되어 다시금 방패를 들게 된다. 캡틴 아메리카의 전설적인 활약은 모든 미국인들의 귀감이 되어준다.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에 그가 65년동안 멋지게 얼어있던 사람으로서 학생들을 훈육하는 시청각 자료가 배포되어 있을 정도다.
 
65년까지는 아니지만 캡틴처럼 멋지게 얼어있던 사람이 또 있다. 지구상 유일한 비브라늄 채취국가이자 최고로 발달한 국가인 와칸다의 왕 트찰라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왕국의 수호자인 블랙 팬서이기도 한 그는 신비한 약초의 힘으로 초인적인 힘을 갖추고 있으며 비브라늄을 이용한 초과학으로 무장한 강인한 전사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뛰어난 비밀요원이자 사랑하는 연인인 '나키아' 앞에서는 맥을 못 쓰고 번번이 꽁꽁 얼어버리는 것이다. 출신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나누고 있는 공통점을 높이 사며 멋지게 얼어있던 상을 수여한다.
 
철통보안상 : 스티븐 스트레인지

정상급 외과의사로 명성을 떨치던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부에 집착하는 자기중심적 인간이었으나 불의의 차 사고를 당한 뒤에 손과 함께 모든 것을 잃고 방황 끝에 네팔에 있는 수도원에 도달해 마법사 에인션트 원의 수제자가 되어 마법을 배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윽고 최고의 마법사로 등극해 현실의 수호자가 된다. 소서러 수프림은 세상에 풀려나면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무서운 비밀들을 지켜야 하므로 입이 몹시 무거운 자여야만 가능한 자리임에 틀림 없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무려 1천 4백만 6백 5번 시청했어도 그중 단 하나도 발설하지 않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노고를 기린다.
 
창조경제상 : 헐크
박사 학위 7개를 자랑하는 천재 과학자 브루스 배너는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시킨 슈퍼솔져 혈청을 재구현하는 실험 도중 엄청난 감마선에 노출되어 힘과 분노로 가득찬 헐크로 변하게 되었다. 헐크가 선보이는 호쾌한 액션은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뿐만 아니라, 영웅들의 불가피한 전투로 망가진 도시를 보수공사하는 기업 대미지 컨트롤에게도 큰 이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지구에서 과연 누가 가장 강한가를 논의하자면 절대 끝나지 않겠지만, 그 어떤 무기도 장비도 에너지빔도 필요 없이 굳게 쥔 두 주먹만으로 알차게 때려부수는 헐크가 ‘가성비’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성을 높이 사, 헐크에게 상을 수여하는 바이다.
 
스트드라이버상 : 호프 반 다인
초대 앤트맨이자 과학자 행크 핌에게는 딸이 한 명 있다. 뛰어난 사업가이자 명석한 두뇌와 싸움 실력을 겸비한 준비된 히어로, 호프 반 다인이다. 행크 핌은 과거에 아내 와스프, 자넷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일이 있던 뒤로 은퇴하여 호프를 과보호해왔다. 하지만 스콧 랭과 함께 악당 옐로 자켓을 무찌르고 아버지에게 수트를 받은 호프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영웅 와스프가 되었다. 이들 부녀는 악인으로부터 핌 입자를 지키기 위해 히어로 등록법으로 무장한 정부의 규제를 피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장난감만한 사이즈로 축소된 상태에서 비둘기에게 쪼이고 수 톤짜리 쇠붙이에 밟힐 위험을 무릅쓰고도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전까지 능숙하게 해내는 호프에게 최고의 운전자 상을 수여한다.
 
베스트드레서상 : 캐롤 댄버스
양팔에서 강력한 에너지 포톤 블라스트를 내뿜으며 사악한 스크럴을 무찌르는 크리족 전사 비어스는 임무 도중 지구에 불시착하여 잃어버렸던 과거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간다. 그는 과거의 가족을 만나고 자신이 지구인 캐롤 댄버스였다는 사실을 완전히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이때 다음 세대의 어린아이 마리아가 스타일리스트로 나서서 캐롤이 크리의 녹색을 벗고 지구, 미국, 그리고 공군의 색인 붉은색과 푸른색을 입도록 도와주는데, 캐롤 댄버스가 되찾은 본래의 정체성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컬러 선정이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 흘렀다. 우주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행성들을 지켜온 그의 외모도 사뭇 달라졌다. 우주에 나가서도 머리카락에 신경 쓸 일이 없도록 실용적인 단발에, 본래 크리의 제복에 색만 바꿨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장식이 추가된 코스튬까지. 관객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캡틴 마블’ 후속편이 담겨있는 복장은 베스트드레서상을 받기 충분하다.
 
최고공로상 : 나타샤 로마노프
‘아이언맨2’에서 소위 ‘섹시한 비서’로 첫 등장해 노련한 스파이이자 전투원임을 알린 나타샤 로마노프,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 중 유일한 여성캐릭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독 주인공으로 영화를 부여 받지 못하고 여러 감독의 손을 거친 탓에, 나타샤 로마노프는 안정적인 서사를 쌓지 못하고 여러 남성캐릭터들의 이야기에 덧붙여져서 그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보조 역할로 쓰이기 일쑤였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과거 소련 암살자 육성 프로그램 과정에서 불임 수술을 받은 자기 자신을 “괴물”이라고 칭하면서 이런 설정을 한 제작진에 대해 큰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솔로 무비를 코앞에 두고 난생 처음 희망 품은 블랙위도우의 팬들에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너무나 잔인한 영화였다. 언제나 영화에서 고생하며 “남자들 뒤처리는 전부 나의 몫”이었던 나타샤 로마노프에게 최고공로상을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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