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뉴스 ‘문명특급’ 홍민지, 이은재 PD “유노윤호와 꼭 만나고 싶다!”

2019.04.23
스브스뉴스에서 ‘문명특급’을 만들고 있는 팀원들의 평균 나이는 26세가 채 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오는 글에 기획만 붙인 것”이라며 ‘숨어 듣는 명곡’을 히트시키는 영리함에, 한여름에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으로 찾아가 김원준의 ‘SHOW’를 부르는 패기도 있다. 게다가 인터뷰 요청을 받자마자 “‘리얼 다큐’를 촬영해도 되겠냐”라며 인터뷰 현장조차 자신들의 콘텐츠로 바꿔버리기까지. 홍민지 PD와 이은재 PD를 만나서 괴짜 같지만 기발한 ‘문명특급’에 관해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물었다.

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환대는 처음이다.
이은재
: 파티 분위기를 내보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다. 조연출이 새로운 퍼포먼스가 추가됐다면서 하와이 특집에서 사용한 목걸이까지 가져왔다.

굉장히 당황했다. (웃음) 하지만 축하할 일은 있다. 얼마 전에 스브스뉴스 구독자가 30만 명을 넘었다. ‘문명특급’이 큰 역할을 했다.
이은재
: 거의 2년이 걸렸다. 원래 ‘다시 만난 세대’ 때 구독자가 많이 늘었는데, 아이템이 고갈되면서 새로운 시리즈물로 ‘문명특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세 개정도 만들었더니 갈수록 축축 처졌다. 폐지될 위기까지 갔다가 ‘문명특급’에만 전담 팀을 배치해서 다시 시작했다.
홍민지: 솔직히 처음에는 거의 인터뷰를 구걸했다. “스브스뉴스입니다.” 하면 “스포츠 뉴스? 스포츠 뉴스가 뭐야?” 이러시고. 인터뷰 하러 갈 때는 항상 SBS 스티커를 가지고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어, 재재다!” 하면서 시민 분들이 자연스럽게 카메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문명특급’이 널리 알려진 데에는 ‘재재’라는 닉네임으로 진행을 맡은 이은재 PD의 역할이 컸다.
홍민지
: 사무실에서의 모습 그대로라고 봐도 된다. 이 사람이 화면에 나와서 연예인들하고 친구처럼 이야기하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하는 건 거의 없다. 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는 거다.

자신을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이라며 ‘연반인’이라고 하던데. (웃음)
이은재
: 나도 고충이 있다. ‘명탐정 코난’ 주제가가 옛날 버전이 있고 요즘 버전이 있다. 요즘 세대에게 맞추려면 노래를 새로 외워서 나가야 했다. 29세에 재래시장에서 애니메이션 주제가 부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홍민지: 언니가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외우고 하는 게 다 일하는 건데, 혹자는 오해할 수도 있다. 쟤는 여기 와서 놀기만 한다고.

아무리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지상파 방송국 소속인데, 기존 언론사 분위기와 상당히 다르다.
홍민지
: 기획이나 구성 자체도 위에서 지시하는 것보다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는 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환경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우리 팀에 CG를 하는 김하경, 조연출 야니, 이윤희 인턴까지 다섯 명이 있는데, 어릴수록 가장 결정권이 세다. 제일 어린 조연출 두 명이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언니, 최악이에요.”
이은재: 새로 오신 부장님들마다 굉장히 당황하신다. 재재, 밍키, 야니처럼 닉네임으로 부르는 건 뉴욕 특파원으로 계시다가 온 부장님이 정착시키신 문화인데, 3개월 있다가 본인은 ‘시사전망대’ 진행하러 가셨다. (웃음)

‘문명특급’ 제작진은 기존의 SBS 구성원들과 시작부터 다르다고 들었다.
이은재
: 모두 스브스뉴스 인턴 출신이다. 처음에 나는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스토리텔러였고, 홍민지 PD가 영상 제작 쪽이었다. 그러다 스브스뉴스가 아예 영상 콘텐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나처럼 카드뉴스를 쓰던 친구들에게도 영상 교육을 시켰다.

지상파로서는 과감한 시도를 한 건데, 일반인인 이은재 PD가 진행을 하고, 반대로 연예인이 인터뷰이가 된 것도 특이하다.
이은재
: 애초에 출연자부터 시작해서 소재, 기획, 아이템 구성까지 TV와는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들을 인터뷰하려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길거리 시민 인터뷰를 하는 콘텐츠의 형식을 물려받아 만들어졌다. 그러다 처음으로 준 셀러브리티라고 할 수 있는 귀여니 씨를 만나게 됐는데, 확실히 조회수가 높아졌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너무 어려워한다.
홍민지
: 유튜브라는 공간이 대단히 새롭거나 신선해서 접근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이게 새로워서 다들 여기로 모이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그냥 자기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이리로 온 것뿐인데.
이은재: 어찌 보면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스트리트 출신’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공채로 들어오신 분들과는 좀 다르다. 거친 면이 있다.

평소에 유튜브를 많이 보고 연구하는 편인가.
홍민지
: 뉴미디어를 제작하려면 항상 유튜브를 봐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접근이면 수박 겉핥기밖에 안 된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먼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에 유튜버들이 이런 편집 기법을 쓴대”, “이런 자막을 쓰더라?” 하면서 그들을 따라가는 건 오히려 유튜브를 낯설어 하는 어른들이 갖는 편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제작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고려하나.
홍민지
: ‘이 에피소드를 본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댓글을 달아줬으면 좋겠다.’ 이걸 목표로 한다. 이게 뉴미디어 그 자체의 성격을 말해주지 않나. TV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시청자 반응을 바로바로 얻기 어렵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그게 가능하니까 편집할 때도 가장 먼저 ‘아, 이건 베플이 뭐뭐였으면 좋겠다.’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서 풀피리 에피소드의 댓글은 이걸 본 사람들이 “문명특급 폐지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내용으로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조희연 교육감 에피소드에서는 “단발머리 정말 힘들어요.” 같은 공감의 댓글을 목표로 했다.
이은재: 지금 내가 따로 윰이라는 친구와 만드는 ‘해피아가리(HAPPY I GOT IT)’라는 콘텐츠를 통해 미리 아이템을 시험해보고 가져오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유튜브라고 해도 우리는 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아무거나 할 수 없다. 좀 더 자유로운 채널에서 먼저 시도해본다.

처음에 콘텐츠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홍민지
: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재재 언니는 원래 시사교양에서 사회면 카드뉴스를 담당하고 있었고 그 당시에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를 많이 다룬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걸 유튜브로 가져오니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 됐다.
이은재: 유튜브 생태계도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 리스트를 쭉 보면 도통 기준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아예 접근 방식을 바꿨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상황 자체를 따라가 보는 거다. ‘문명특급’이 기이한 혼종처럼 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웃음)

‘공포의 애교녀’ 에피소드는 ‘문명특급’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시사 콘텐츠로서의 성격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장례식을 거행한다는 콘셉트를 더해 흥미를 이끌어냈다.
이은재
: 시작은 단순했다. 페이스북에서 영화 ‘신과 함께’에 보육원 원장으로 나온 배우 분이 옛날 ‘공포의 애교녀’라면서 유머 콘텐츠로 계속 뜨는 걸 봤다. 그런데 우연히 당사자 분이 이 이야기가 나오는 걸 싫어하신다는 댓글을 발견해서 이 분이 정말 이걸 싫어하시는지 확인을 해보자 싶었다. 실제로 찾아뵈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받은 상태셨다.
홍민지: 현장에서 정말 소통을 많이 했다. “괜찮으세요?”, “이런 거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계속 질문을 했다. 반면에 시청자들에게 너무 진지하게 보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제 와서 왜 저래?’라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이 되는 거다. 영상이 나가고 난 뒤에 ‘이러신 줄 몰랐다. 죄송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고, 그 댓글들을 캡처해서 보내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셨다.

엉뚱하고 애매한 성질 자체가 유튜브 콘텐츠의 핵심이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이은재
: 재미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건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디지털 장례식뿐만 아니라 박원순 시장님의 옥탑방 체험, 청소년 두발 자유 토론 등 시의성 있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이 일을 하는 게 의미 있다고 느꼈다.
홍민지: 팀에서 세운 원칙이 있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 분들에게는 더 편하게,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에게는 더 세게 다가가야 한다고 관계 설정을 하고 접근한다. 거기에서 재미와 의미가 함께 나온다.

박원순 시장이나 조희연 교육감 인터뷰에서 인터뷰이들이 굉장히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홍민지
: 어디서 화를 내야할지 몰라서 그러셨을 수도 있다.(웃음) 옥탑방 살기 에피소드는 특히나 중립적이려고 노력한 콘텐츠다. 너무 잘하셨다고 칭찬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Why?’였다. ‘도대체 왜 갑자기 옥탑방에?’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궁금하지 않은가.
이은재: 뉴미디어라는 걸 처음 겪어보신 분들이다 보니 우리의 접근에 대해 기존에 언론을 대하는 방식대로 대처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반응을 보여줘야 하는지 갈등하시는 것 같았다. 다만 놀랍게도 우리 입장에서는 공무원 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훨씬 쉬웠다. 한 가지 문제점은 한글2004를 업그레이드를 안 하신다는 건데, 메일로 소통을 할 때 꼭 그걸로 보내신다. 그럼 우리 컴퓨터에서 안 열리거든. 언제 바꾸실 건지? (웃음)

TV보다 시청자와 스킨십이 중요한 콘텐츠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끼겠다.
홍민지
: 소재도 소재지만 TV 콘텐츠를 보면 시청자들을 관찰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연예인들의 먹방 구경, 여행 구경, 자녀들 구경처럼. 그런데 시청자를 계속 관찰자로 세팅해놓으면 시청자들은 갈 데가 없다. 우리가 꺼내는 소재는 제작자가 관찰자가 되고, 시청자가 참여해야 하는 소재들이다.

유명인들이나 정치인들을 섭외할 때는 스브스뉴스가 SBS 소속이라는 사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은재
: 지금처럼 콘텐츠가 잘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소소하게는 배차부터 기기 사용까지도 도움을 받는다. 이게 일반 크리에이터들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베테랑 촬영감독님과 백업 해주시는 팀장님들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많이 전달해주신다. 거기에 1020 세대의 감성이 들어갔으니, ‘아이언 맨’의 수트에 브리 라슨이 들어온 거지.

반면에 기존의 질서를 뛰어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에디터에서 PD로 직책이 바뀐 것도 그 맥락 아닌가.
이은재
: 아직은 콘텐츠 제작을 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섭외를 하거나 외부 사람들과 만날 때 아직은 PD라는 직책이 더 유효하다. 그 과정을 용이하게 하려고 PD로 통일을 시킨 건데, 내가 승진을 했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
홍민지: 우리 세대 입장에서 볼 때는 유튜브 만들면 다 PD 아닌가? 기성세대도 이런 식의 장벽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누구나 동영상을 만들고, 누구나 자기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다.

‘문명특급’은 지상파가 유튜브와의 투트랙 전략을 선택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같다.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은 게 아니라 지상파 내부에서 정면으로 한계를 깼다.
홍민지
: 댓글에 “지상파 예능보다 재미있어요.”라는 내용이 달리는 걸 봤을 때는 거대한 허들 하나를 넘은 기분이었다. ‘지상파? 얘네는 만들어 봤자 UCC지.’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문명특급’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은재
: 유튜브를 소비하는 세대를 보면 10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기성 언론에는 그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보니 우리가 자기들 이야기를 꺼내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준다. 앞으로도 10대들을 위한 건강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홍민지: ‘숨어 듣는 명곡’처럼 되면 좋을 것 같다. 이 시리즈는 노래가 별로라고 비웃는 콘텐츠가 아니라, 아직까지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중요하게 보여주는 콘텐츠다. 그런 숨은 의미를 살리고 싶다.

언젠가 반드시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이은재, 홍민지
: (동시에) 유노윤호!
이은재: 꼭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런데 SM엔터테인먼트는 섭외가 너무 어렵더라.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신문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웃음)
홍민지
: 사실 재재 언니가 ‘신문명’ 그 자체다. ‘연반인’이라는 말을 농담으로 하긴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의 독특한 입지 자체가 신문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은재: 한 가지 더. 우리가 ‘인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자기가 ‘인싸’인 걸 모르는 게 진짜 ‘인싸’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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