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브로너스 X IZE│PLASTIC WAR : 종이빨대를 왜 써야 하냐고?

2019.04.12
환경 보호가 지구인이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문제란 무엇이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IZE’에서는 친환경 바디케어 브랜드로, 제품에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닥터브로너스와 함께 플라스틱에 따른 환경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플라스틱 재활용 및 비플라스틱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 ‘PLASTIC WAR’를 4주간 진행한다.


©Shutterstock
세상만사 내 맘 같지 않은데 빨대 하나조차 속을 썩인단 말인가. 종이빨대로 음료를 빨고 있자니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밀려왔다. 프라페 종류를 즐겨 마시다 보니 십 수년간 입술 주변이 끈적거리는 것을 막고 바닥에 가라앉은 과육을 야무지게 흡입하기 위해 빨대를 애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등장한 종이빨대는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빨대 치곤 꽤 많은 불편함을 가져다줬다. 금세 흐물흐물해졌고 가끔은 풀려버린 빨대 사이로 음료가 새어 나왔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인 친구는 빨대에 힘이 부족해 커다란 얼음을 휘젓지 못한다며 툴툴거렸다.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빨대를 잘근잘근 씹고 싶은데 너무 축축하다는 불만, 음료에서 종이 맛이 난다는 슬픈 미식가의 탄식 등 종이빨대가 삶의 질을 하락시켰다는 간증이 이어졌다. 이럴 일인가. 대체 왜 음료의 맛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종이빨대를 써야만 하는 걸까.

“커피에서 종이 맛이 난다고요? 빨대 자체를 먹지 않고서야.......” 종이빨대를 전국 매장에 도입한 한 기업 관계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나 곧 “익숙지 않아 심리적으로 불쾌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종이빨대는 수차례 시험 끝에 찾아낸, 가장 불편함이 덜한 제품”이라며 “앞서 쌀,대나무, 옥수수 등 자연분해 가능한 여러 소재의 빨대를 테스트해봤지만,종이가 가장 음료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튼튼했다”고 전했다. 상징색인 초록색을 사용할까 했지만 색소 역시 분해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포기했고, 콩기름 코팅기법을 통해 내구성을 강화했다는 제작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종이빨대는 생산 비용이 플라스틱보다 5~7배 높아요.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일이죠.” 그는 포장용 비닐,컵 리드(뚜껑) 등도 점차 다른 소재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빨대는 시작에 불과했다.

쳇. 가볍고 튼튼하다며 너도나도 이것저것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걸까. 없는 게 없다는 생활용품점 X이소만 가도 분홍 초록 빛깔이 형형한 플라스틱 제품들이 가득한데 말이다. 물론 플라스틱을 쓰면 안 좋다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다. 당장 ‘플라스틱’으로 검색만 해도 연관검색어로 ‘환경오염’이 따라붙고, ‘플라스틱과의 전쟁’, ‘플라스틱의 위협' 등의 제목이 붙은 기사들이 보인다. 코에 빨대가 박혀 피 흘리는 거북이, 비닐을 해파리로 착각해 삼켰다 기도가 막힌 갈매기, 40kg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몸에 축적돼 목숨을 잃은 고래…… 동물을 위한답시고 조금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자유 방목 달걀을 고집했던 게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게다가 사람이 섭취하는 굴, 홍합 등 어패류는 물론이고 소금과 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 결과 한국인은 1년 동안 2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의학적인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얼마나 나쁜지 지금으로선 확신할 수 없지만, 그만큼 알 수 없는 성분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다. 입자가 아주 작기 때문에 세포나 조직 안에 들어가 물리적으로 정상 작용을 방해하거나 체내에 누적돼 독성이 생길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아, 음. 플라스틱을 안 쓰긴 안 써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플라스틱을 안 쓸 수는 없는 거잖아! ‘나 하나 쯤이야’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한국인들은 이미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있잖아! 그래도 플라스틱 빨대를 포기 못하겠다는, 아니 사실 은근히 나 편하면 그만인데 꼭 그렇게 플라스틱 쓰지 말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하는 이상한 오기가 생겨났다. 하지만 역시 검색 사이트는 또 삐죽 나온 내 입을 들어가게 했다. 2016년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가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132.7kg),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2위(61.97kg)에 달했다. 생각해보면 중국음식점에서 그릇을 가지러 오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이 플라스틱으로 대체 돼 있었다. 도시락, 치킨,족발 등 주문만 하면 일회용 용기에 뚝딱 담아 배달하고, 명절 선물 세트는 플라스틱으로 겹겹이 포장된다. 그리고 전부 버리면 그만이다.

“좁은 땅이니까 더욱 노력해야지요.”회의론에 대해 운을 띄웠더니 김태희 자원순환연대 정책국장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국가는 영토가 넓은 만큼 매립이나 소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플라스틱을 매립할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줄어들고,국내에서 소각장 같은 기피시설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매립이나 소각도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될 수 없다. 플라스틱을 땅이나 바다에 버리면 생태계를 파괴하고,태우면 공기 중에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4%에 불과하다. “페트병만 해도 색이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려워요.또, 프링글스 과자 통처럼 여러 가지 재질이 섞여서 분리배출이 어려운 쓰레기도 있고요.”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것과 제대로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폐기물이 처리속도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하면 재활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김태희 국장의 결론은 분명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요.”

억울해 할 것도 없었다. 플라스틱 퇴출 운동은 전 세계에서 전개되고 있는 커다란 움직임이다. EU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 10종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플라스틱 규제 관련 법안을 검토 혹은 이미 시행 중이다. 환경부도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시작했다. 출발점은 빨대였지만 추후에는 비닐, 포장 용기, 페트병, 생활용품 등 보다 다양한 범위의 플라스틱이 점진적으로 사라지거나 다른 소재로 대체될 예정이다. 물론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수록 불편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위해서라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지 말아야할 핑계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생활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 자체가 내가 뭔가 의지를 갖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분도 들어 좀 으쓱하기도 하고 말이다. 허세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내 의지로 세상이 좋아진다는데! 그러니 일단 종이빨대를 써보기로 했다. 입에서 묘하게 종이 맛이 나는 건, 기분 탓이라고 되뇌이면서.




목록

SPECIAL

image 억울한 남자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