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

2019.04.04
©김소영 Instagram
방송 진행자, 책방 주인, 책방 편집자. 김소영은 MBC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책방을 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저서 ‘진작 할 걸 그랬어’에서 이 세 개의 직함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왠지 모르게 주변에서 고민 상담을 많이 요청받는데, 정작 내 고민으로 매일 밤잠 못 이루는 사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각종 매체에서는 김소영을 호명할 때 ‘오상진 아내’라는 수식어를 앞세워왔지만, 그는 그 이름을 쓰지 않았다. 김소영은 스스로 자신이 어떻게 불릴지 결정한다.

이런 김소영에게 최근 ‘엄마’라는 직함이 찾아왔다. 이 역할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몸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SNS에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은 피어났지만, 한편으론 어딘가 내 안의 기세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전하며 임신이 가져온 몸과 마음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열거했다. 밀려오는 피로감, 입덧이 불러오는 구역질, 펄펄 끓는 열, 꿈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불안함과 두려움까지.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임신한 여성을 향한 배려가 ‘당연한 것’임을 모두가 알도록 하겠다며, “일을 하면서도 밥을 하고 청소하고 집안 살림을 ‘모두’ 돌보는” 남편 오상진을 언급했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지금의 당찬 포부가 좌절되더라도 자책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많은 여성이 엄마 또는 아내, 또 여성이기에 단념해야만 했던 경험들을 환기시키는 순간이었다.

“저 옛날부터 가시 돋친 말이나 댓글은 노룩패스 하는 능력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그런 편집과 시선이 두려웠으면 글을 쓰지도 않았겠죠. 우리 두려워하지 맙시다.” 그러나 임신 소감을 밝힌 다음 날 김소영은 이런 글을 게재해야 했다. 그의 글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 공감하고 큰 위안을 받았다는 소감을 적은 여성들도 많았지만, 한편에서는 ‘임신은 축복’이라며 김소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임신은 그가 겪고 느끼고 있는 일임에도 어떤 사람들은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경험에 대한 당사자의 불안감조차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것은 김소영이 MBC 퇴사 이후 활동을 하며 겪은 일들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그는 tvN ‘신혼일기 2’에서 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며 ‘덕질’을 즐겼고, 남편에게 “왜 이렇게 내숭을 떠느냐”며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갔다. 사적인 관계에서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 것일 뿐이지만, 김소영은 이 방송 이후 ‘조신하지 못하다’, ‘기가 세다’ 등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김소영은 현재 방송인이자 사업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남자 연예인들이 그렇듯, 그의 결혼생활은 사생활의 일부다. 김소영이 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을 털어 연 책방 ‘당인리 책 발전소’는 사업 시작 1년만에 홍대에 본점, 위례와 광교에 직영점을 둘 만큼 사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가 이 책방을 연 이유는 책이 좋아서라는 이유였다. 책이 좋아서 사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취미 생활을 하며,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한다. 그는 리더십있고 캐릭터가 뚜렷한 취미를 가진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는 그의 이 모든 것들을 외면한다. 대신 누군가의 아내로서 자격이 있는지 따진다. MBN ‘카트쇼2’는 돈은 꼼꼼히 잘 세지만, 장을 볼 때 재료 고르는 안목이 부족하다는 그에게 구슬픈 배경음악과 함께 ‘여보 나도 잘할게’라는 자막을 입혔고, MBN ‘책잇아웃, 책장을 보고싶어’ MC 김용만은 방송 출연과 책방 사업을 종횡무진 누비는 그를 향해 “남편이 돈 벌어 오라고 하느냐”라는 농담을 던졌다. tvN ‘인생술집’에서는 “남편이 그렇게 ‘외조’를 잘하신다고 들었다”라는 질문을 오상진이 직접 “내조든 외조든”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승리를 비롯한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할 수 있었다. 반면 좋아서 사업하고, 좋아서 ‘덕질’하고, 좋아서 결혼한 김소영의 삶의 방식은 ‘서툰 아내’라는 한마디로 폄하되거나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김소영은 SNS에 쓴 것처럼 “노룩패스”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그리고 도리어 자신을 염려하는 이들을 안심시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심지어 잘 하는 여자에게도 언론과 일부 대중은 누군가의 여자친구, 아내, 엄마 등으로 그를 규정하려 한다. 그러나 당사자는 타인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지내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직접 선택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늘 존재했던 여성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자신이 겪는 일을 SNS에 쓰고 있다. 같은 상황의 여성들과 서로 공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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