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카르텔│불법촬영 피해자가 신고 후 겪을 수 있는 일들

2019.03.26
‘버닝썬 게이트’에서 드러난 건 비단 마약 범죄나 권력형 비리만은 아니다. 승리가 운영하던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불거진 성매매 및 성관계 동영상 촬영 사건, 그리고 가수 정준영의 구속은 여성의 신체를 관음하고 소비하는 문화의 민낯을 보여줬다. 정보가 쉽게 확산되는 디지털 시대에 모든 여성은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삭제를 지원한 불법촬영 유포물의 피해자 93.3%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겪는 일은 단순히 범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사를 거쳐 가해자의 형량을 확인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있다. 이때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살펴봤다.


*피해자들의 이름 및 신상정보는 요청에 따라 전원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1.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안이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불법촬영 범죄 처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경험했다. A씨는 지난 여름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던 중 누군가 창문 너머로 자신을 촬영하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던 경험에 대해 밝혔다. 여러 정황상 건물 내부인이 용의자로 특정되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내부인을 정확히 목격한 게 아니라면 인권침해라 조사할 수 없다”라며 그대로 돌아갔다. 같은 장소에서 범죄가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지 못했던 것. 이에 대해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경찰의 수사 태도가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혼자 갔을 때는 신고를 반려당했다가 단체의 지원을 받은 후에야 고소가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불법촬영 피해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해당 피해를 사소하게 여기거나, 안이한 대처를 보이는 일만큼은 피해야 할 것이다.

2.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를 경험할 수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경험하기도 한다. 피해자 B씨는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목격하고 신고했지만, 조사과정에서 경찰에게 “정확히 목격한 게 맞냐, 괜히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라는 발언을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김여진 피해지원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경험하는 피해자들이 있다.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이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으로 1) 스스로 자신의 몸을 촬영 당했던 피해자에 대해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을 내세우며 범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행위 2) 가해자가 피해자와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한 후 이뤄지는 ‘그루밍 성범죄’에 대해 “연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치부하는 행위 등을 사례로 들었다.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도 이에 맞추어 함께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다.

3. 불법 촬영물을 쉽게 삭제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불법 촬영물의 삭제를 바라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고를 해도 촬영물을 삭제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처벌과는 별개로, 불법 촬영물 삭제에 대해서는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경찰의 권고 수준으로만 삭제 요청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특히 웹의 각종 사이트 및 SNS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에 대한 삭제 지원도 쉽지 않다. 삭제 권한은 해당 플랫폼의 운영자만 갖고 있으며,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공기관도 직접적인 삭제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부 불법 포르노 사이트의 경우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삭제 요청에 불응하기도 한다. 2017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상담 통계에 다르면, 전체 비동의 성적 촬영물 유포의 37.8%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여진 피해지원국장은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포르노 사이트들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밝히며 “삭제 조치는 사후적이기 때문에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시장 자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삭제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과 더불어,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4. 형량이 낮거나 처벌이 일관적이지 않다
피해자 C씨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의 신체 사진이 촬영돼 돌아다니는 피해를 경험했다. 주변 지인들이 이를 알아보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지만, 가해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는 “내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게 돌아가는 처벌이 미약하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낮다는 점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작년 말 ‘불법촬영행위’, ‘불법촬영물 유포행위’, ‘동의 하에 촬영하였으나 이후 촬영대상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한 행위’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상향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김여진 피해지원국장은 “법정형 상향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실제로 양형이 될 때는 그만큼의 판례가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한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사례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판결이 나오거나, 나체사진을 유포했는데 집행유예 2년이 나오는 등 처벌이 미약하거나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그는 영리를 목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는 ‘헤비 업로더’들에 대해 벌금형을 삭제하고 7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처벌을 받도록 법이 강화되었음에도 사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나온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떤 뚜렷한 기준에 의해서 처벌이 이뤄진다기보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라는 것.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 개선과 더불어, 일관된 판결을 위한 법적 기준의 보완이 절실하다.

5. 일부 범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현재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에서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촬영물 또는 복제물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또는 상영’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변종 범죄행위들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김여진 피해지원국장은 “합성 편집된 편집물은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포함되지 않고, 영상통화 녹화본에 대한 처벌도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처벌 조항에 없는 범죄의 피해자들은 자연히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른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주요 법률의 개정을 추진했다. 이전까지 자신의 신체를 촬영 당했던 피해자들은 촬영물 유포를 인지해도 이에 따른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말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명시되면서, 촬영 당시 이에 동의했던 피해자라도 유포에 대한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이뤄지는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더 빠르고 많은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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