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카르텔│그 ‘단톡방’은 어디에나 있다

2019.03.25
승리와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범죄의 실체는 아직도 밝혀지는 중이다.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수많은 문제들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기 남자 연예인들이 모여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상품처럼 이용했으며, 이것을 다시 방송 프로그램의 토크 소재로 삼았다. 단죄돼야 할 범죄가 오히려 TV 프로그램에서 활용되고 그것이 여성 대상의 성범죄를 희화화하고 조장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승리 카르텔’, 또는 남성 중심의 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 아이즈는 ‘예매지옥’을 제외한 모든 기사를 통해 이 ‘승리 카르텔’과 관련된 다양한 논점들을 짚을 예정이다. 또한 모든 필자는 여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말, 승리가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범죄 정황들이 불거졌고, 여기에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었다.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승리와 친구들이 있던 ‘단톡방’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그들은 단톡방을 통해 약물을 이용한 강간부터 불법 촬영까지 다양한 범죄 사실을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이 대화는 충격적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그 단톡방’은 언제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JTBC ‘아는 형님’과 MBC ‘라디오스타’,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밝혔다(‘미디어SR’). 이러한 민원은 해당 방송에 이번에 문제가 된 승리와 정준영 등이 출연한 것 자체에 대한 항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방송의 내용 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2월 방송된 ‘아는 형님’ 113회에서 승리는 보이그룹 빅뱅 멤버들의 마약 파문을 농담 삼아 이야기했고, 함께 출연한 보이그룹 아이콘은 그가 숙소에 배우별로 정리된 ‘야동’이 담긴 외장하드를 두고 갔다고 폭로했다. 당시 묘사된 ‘야동’은 현재 한국에서 유통이 불법인 포르노 영상에 관한 것이었다. 2016년 1월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는 지코가 함께 출연한 정준영의 ‘황금폰’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이 방송들은 ‘솔직함’으로 포장되고, 남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처럼 넘어갔다. 하지만 그것은 농담으로 소비해서는 안 될 것들이었고, 그들은 ‘야동’이라는 단어로 희화화한 농담 안에 끔찍한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시켰다. 음지에서 여성의 신체를 헌팅트로피처럼 전시하고 물건처럼 주고받던 남자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양지에서 농담인 척, 솔직한 척 자신들의 속내를 고백한다. 지겹도록 익숙하게 보아온, 하지만 언제나 잘못된 예능 프로그램의 풍경이다.

이 모든 문제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남성 카르텔에 기인한다. 다시 ‘아는 형님’과 ‘라디오 스타’, ‘1박 2일’을 들여다보자. 보이는 그대로, 여기에 여성의 자리는 없다. 그 ‘단톡방’과 마찬가지로 남성들만의 유대 안에서 여성은 그들의 언어로 대상화될 뿐이다. 남성들만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은 여성을 마음껏 평가하고 조롱하며, 자신들의 범죄 행위마저 그들끼리 아는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다. 남성에게 편향됐다고 표현하는 것도 너무 순화시켰다고 할 만큼 성적으로 왜곡된 데다 불법인 이야기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퍼져 나간다. 시트콤을 통해 ‘야동’이라는 단어가 유머의 소재로 떠오르고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대세였던 시대를 거쳐 ‘19금 토크쇼’에 이르기까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에 대해 다루는 영역이 확장되는 동안, TV 속의 남자들은 여성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 자신들의 잘못된 의식과 범죄들을 더 확산시키는 데 집중했다. 2014년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토크쇼’를 내세웠던 KBS ‘나는 남자다’는 첫 회부터 어김없이 ‘야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여신’으로 수지를 등장시켰다. 남성들끼리, 그들만이 알고, 알 수 밖에 없는 ‘야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특정 여성을 숭배한다. 대상화하는 방식만 다를 뿐, 그 '단톡방'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풍경이다.

누군가는 ‘야동’을 보는 것이 범죄는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성인 영화 뿐만 아니라 웹하드에서 불법적으로 다운받는 포르노를, 이른바 ‘성방’으로 불리는 불법적인 스트리밍 영상을, 개인의 사생활을 파괴하는 불법 촬영물을 ‘야동’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린 것 부터가 문제다. 이런 분위기는 심각한 성범죄마저 남자들에게 유희의 대상으로 만들고, 2차 가해가 일어나도록 한다. 정준영의 범죄가 밝혀진 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정준영 동영상’이 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피해자의 신상을 허위로 적은 찌라시가 퍼졌고, 동영상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남자들이 있었다. 이에 부응해 피해자의 신상을 밝히려 하다 비난받은 미디어도 있었다. 이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도 여성 피해자를 흥밋거리로 삼으며 범죄 그 자체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퍼져있다. 이것을 카르텔, 정확하게 남성 카르텔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승리 카르텔, 더 나아가 남성 카르텔의 해악은 이미 3년 전 예고된 바 있다. 정준영은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피소, 당시 출연 중이던 ‘1박 2일’에서 잠정 하차했다. 그러나 그가 출연하지 않는 동안에도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계속 그를 언급했고, 정준영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환대 속에 무사히 방송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정준영의 무혐의는 그가 결백했기 때문이 아니라 증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작년에도 같은 혐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1박 2일’은 이런 사실을 덮어둔 채 정준영을 출연시켰다. 그의 범죄가 그토록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지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만연한 남성 카르텔의 문제를 보여준다. TV에 여성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여성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 연예인들이 모여 수많은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것을 농담처럼 떠들고, 서로의 잘못을 감싸줬다. 이 남성 카르텔을 막는 것은 여성에 대한 범죄를 막는 일과 같다. 정말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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