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한국 월경용품의 역사

2019.03.11
달마다 피 흘리는 모든 여성들에게는 월경용품이 필요하다. 불편함과 불안함 사이에서 어떤 월경용품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때면 짜증이 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 피 흘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왜 온전히 나의 몫일까. 한숨을 쉬다 보면 ‘인류의 역사상 얼마나 오랫동안 여성이 피 흘려 왔는데 뭐가 이리 발전한 게 없을까?’로 생각이 옮겨간다.

한국 근현대로 시공간을 한정해 살펴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가 국내에서 상품화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니, 사실상 5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71년도에 유한킴벌리에서 내놓았던 초기 모델은 앞뒤에 끈이 달려 있어 벨트로 고정해야만 했었다. 끈이 필요 없는 접착식 생리대는 그로부터 약 5년 뒤에 출시되었다. LG전자에서 최초의 세탁기를 출시한 게 69년이라고 하니, 생리대를 포함해 여성이 빨래 노동에서 해방되기 시작한 시기가 비슷하다 볼 수 있다. 그 후 패드형 생리대의 점유율이 출렁이는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날개형 생리대’의 출현이었다. 1986년 P&G는 일자 생리대에 날개를 단 올웨이즈(Always) 모델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P&G는 위스퍼(Whisper)라는 브랜드명으로 한 때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퉜지만, 2018년인 작년 말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으니국내 월경용품 시장이 만만한 동네는 아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70년대 국내 월경용품 시장에 패드형 생리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당시 태평양 화학에서 출시한 아모레 탐폰과 동양제약의 템포가 있었다. 당시 탐폰 광고의 일부를 발췌해 읽어보자.

“그러나 세상도 달라져 ‘패드’가 ‘개짐’을 대신하게 되었고 그것도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 이제 ‘탐폰’ 이라는 새로운 생리처리방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읍니다. 참 - 편리해진 세상입니다.”

저 광고주는 세계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른 탐폰이 국내에서도 유행하기를 바랐겠지만, 미주나 유럽지역과 비교했을 때 국내 탐폰 사용률은 매우 낮다. 모르긴 몰라도 국내시장에 도전했다 사라진 탐폰 브랜드가 꽤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탐폰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플레이텍스도 보령제약이 국내에 수입해 왔다가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브랜드다. 2007년 당시 국내 월경용품 시장에서 탐폰 점유율이 5% 정도라고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업계에서 체감하는 탐폰 점유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탐폰 사용률이 낮은 경향성은 아시아 전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삽입형 생리대로 이야기로 넘어왔으니 월경컵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모양의 월경컵을 1937년에 발명해 특허 내고 상용화했던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레오나 차머스(Leona Chalmers). 한국 대부분의 여성은 그로부터 약 80년이 흐른 다음 월경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물론, 패드형 생리대나 탐폰보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률이 낮은 점도 있지만, 그보다 국내에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공식적으로 판매 가능한’ 월경컵이 출현한 것은 2017년 12월이기 때문이다. 그 월경컵의 이름은 페미사이클(Femmycycle).

여기서 눈치챈 분들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생리용품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이 필요하단 점을. 한국에서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 식약처 기준에 의해 관리된다. 관리를 위해선 ‘기준’이 필요한데, 월경컵은 그 기준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못해 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최근 ‘생리팬티’가 스스로를 ‘생리팬티’라 칭할 수 없어 에둘러 광고하는 이유도 식약처로부터 ‘생리혈 위생처리 제품’으로 아직 인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를 기점으로 천 생리대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했다.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 중에서도 천 생리대와 유사한 순면 생리대 혹은 유기농 순면 생리대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빨아 쓴다고 다 안전한 걸까’, ‘유기농이라고 적혀 있으면 다 비싼 값을 하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선택지의 다양성, 당연해야 할 안전성, 생리대 공공재성 등 여러 이슈가 논의되는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 달마다 피를 흘린다. 월경용품은 꼭 필요하고, 더 나아가 이 경험은 개선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50년은 돌고 도는 역사보다 전진하는 걸음으로 채워지길 기대해보며, 이번 달 월경은 좀 더 편안하기를!




목록

SPECIAL

image 아이돌 연습생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