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엔터테인먼트│② 빅히트의 결정들

2019.03.05
현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비상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음악산업에서 가장 높은 경제가치를 받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BTS가 되고 회사의 두 번째 보이그룹 TXT이 데뷔하는 사이,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인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회사의 미래를 바꾼 몇 개의 결정들과, 그 결정을 가능케 했던 전략들을 정리했다.

# 2013년 1월 7일 브이로그의 시작

‘130107 Rap Monster.’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6월 방탄소년단이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멤버들이 직접 녹화한 로그 영상을 공식 블로그에 게재했다. 멤버들은 로그 영상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데뷔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하루 동안 작업실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일기처럼 기록했고, 이것은 SNS의 공식 계정을 통해 퍼져 나갔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이 TV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자신을 알릴 때 방탄소년단은 직접 만든 콘텐츠로 팬들을 찾아나섰다는 것도 의의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브이로그라는 형식 자체였다. 멤버들이 데뷔 전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방식은 기존 TV 프로그램 등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었고, 팬들은 데뷔 전부터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감정적으로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특성 안에 힙합의 자기 표현을 더한 팀의 성격에 어울리는 콘텐츠였고,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모은 뒤 팬이 된 이들도 그들의 역사를 따라갈 수 있다. 아이돌과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멤버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식은 멤버들의 믹스테이프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믹스테이프를 꾸준히 공개했고, RM, 슈가, J-hope 등 ‘랩 라인’으로 대표되는 멤버들은 10여곡이 수록된 믹스테이프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서 다 전하지 못한 멤버들의 현재 상황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믹스테이프들을 통해 전달됐고, 이것들은 팬들에게 의외의 선물이 됐을 뿐만 아니라 팀의 앨범과 앨범 사이를 연결하는 또다른 활동이 됐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때부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팀의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시도를 했다는 증거.

# ‘화양연화’의 시작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화양연화’를 기점으로 앨범과 앨범의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했다. 이를 위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필름을 따로 제작했고,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일곱 멤버들의 서사를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완성시켰다. ‘화양연화’를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누고, 각각의 타이틀곡 ‘I NEED U’와 ‘RUN’을 잇는 프롤로그 필름을 제작한 뒤, 에필로그로 ‘Young Forever’를 제작하는 이 전략은 앨범 속 방탄소년단의 서사를 장편 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앨범이 스토리를 중심으로 흘러 가면서 아이돌 그룹이 정규 앨범 뒤에 내곤 하는 리패키지 앨범이나 스페셜 앨범에 이야기의 한 막을 닫는 역할을 부여했고, 상당 수의 신곡을 더하고 곡의 순서를 재배치하며 기존 곡들에도 새로운 맥락을 부여했다. 기존 곡들과 새 타이틀 곡 정도로 구성된 일반적인 리패키지 또는 스페셜 앨범의 첫주 판매량은 그 앞 앨범의 절반이나 그보다 조금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다. 이에 반해 방탄소년단의 스페셜 앨범 첫주 판매량은 정규 앨범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는데, 그만큼 스페셜 앨범 자체에 대한 수요도 높을 뿐만 아니라 앞의 앨범들에서 새롭게 모인 팬들이 스페셜 앨범을 통해 결집된다고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역시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데, 2014년에 개최한 첫 번째 단독 콘서트의 제목이 ‘EPISODE 2’였고 2015년 두 번째 단독 콘서트가 오히려 방탄소년단의 시작을 보여주는 ‘BTS BEGINS’이었다. 당시 멤버들이 믹스테이프로 발표했던 ‘Born Singer’를 부르며 자신들의 시작을 회상했던 일은 오랜 팬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장면이다. 이후 같은 해에 열린 세 번째 단독 콘서트는 ‘화양연화 on stage’, 네 번째는 ‘on stage EPILOGUE’였다. 음악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콘텐츠를 확장시키며 만들어내는 방탄소년단의 서사는 뒤늦게 팬이 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콘텐츠를 연결하는 중심 축 역할을 한다.

# 네이버 V앱 론칭
네이버 V앱을 통해 제공되는 ‘달려라 방탄(Run BTS)’ 시리즈와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방탄 밤(BTS BOMB)’은 전혀 성격이 다른 콘텐츠다. 무대 뒤의 멤버들 모습이나 시상식, 생일파티 비하인드 등 일상적인 영역을 촬영하는 ‘방탄 밤’과 달리, ‘달려라 방탄’은 기존의 TV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대본과 형태가 뚜렷한 버라이어티 쇼에 가깝다. 그러나 멤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에 불과했던 ‘방탄 밤’이 수백 개가 쌓이고, Mnet을 통해 에피소드 일부가 방영되기도 했을 만큼 TV에 방영되어도 큰 무리가 없을 ‘달려라 방탄’의 많은 에피소드들이 합쳐지면서, 이 콘텐츠들은 방탄소년단만의 세계를 만든다. 어떤 이유에서든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되면 SNS-브이앱-앨범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일상, 활동 중 비하인드, 예능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을 한 팀을 통해 소비할 수 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아이돌 산업에서 표준이 되다시피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의 오프라인 팬미팅인 ‘머스터(MUSTER)’와 V앱을 통해 공개한 소규모 팬미팅 ‘페스타(FESTA)’까지 더하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을 통해 아이돌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콘텐츠들을 망라하게 된다. 게다가 멤버 정국이 직접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 ‘G.C.F’는 함께 생활하는 멤버만이 볼 수 있는 시선을 통해 멤버들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팬들은 브이앱과 SNS 채널만 팔로잉하면 될 뿐이다.

# 아미피디아(ARMYPEDIA)
‘아미피디아’는 한국,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홍콩 등 6개 국가의 7개 도시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공개된 QR코드를 찍으면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들이 “데뷔일인 2013년 6월 13일부터 2019년 2월 21일까지 총 2,080일의 기록”을 정해진 홈페이지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일기처럼 채워나갈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은 많은 QR코드 앞에 당혹스러워 하면서 ‘아미피디아’ 사용법을 묻는 팬들을 위해 트위터에 “여러분이 무얼 먹었는지, 여러분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많이 알려주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팬들은 전세계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을 올리고 있고,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이벤트는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전 세계에서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에서 팬덤을 만들고, 그 팬덤이 SNS를 통해 다양한 언어로 서로 교류하고 있는 지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팬덤의 에너지를 활용해 아미피디아를 세계적인 스케일의 이벤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고 그들에 대한 기록을 직접 정리해나가면서, 팬덤은 공식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가 됐다. SNS 시대, 인증 문화, K-POP 팬덤의 변화 등 시대의 흐름을 집약시킨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실현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현재 역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마케팅.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데뷔
방탄소년단을 기점으로 SNS에서 엄청난 수의 팔로워 또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브이로그부터 ‘아미피디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획으로 전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현재는 그 자체로 그들의 자산이 됐다. 바로 어제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하 TxT)의 첫번째 영상 티저는 현재까지 1,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고, 다른 티저들 역시 공개 직후 하루 사이에 몇 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SNS시대에 유튜브 계정 구독자가 2,150만(2019. 3. 3 기준) 이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그 자체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순간. 또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그때 발표한 TxT의 티저는 방탄소년단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전달, 그것만으로도 방탄소년단과는 다른 방향의 팀이라는 것을 알렸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있음에도 데뷔 전까지 방탄소년단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큰 성공을 거둔 이전 팀과 비슷한 방향 대신 새로운 시장을 노리면서,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을 SNS 중심의 플랫폼 구축으로 이해하고 홍보를 전개했다는 점에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무엇이 다른지 보여주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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