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가 입증한 여성 뮤지션의 현재

2019.02.28
지난 2월 11일, 그래미 시상식이 열렸다. 그래미는 미국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백인/남성 중심으로 투표인단을 구성한다는 의심과 실제 결과에서 힙합과 유색인종,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전통적인 홀대를 부정할 수 없고, 특히 작년 시상식이 끝난 이후 이에 대한 비난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많은 이들이 올해 그래미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2019년 그래미는 흔히 주요 4개 부문이라 말하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에 모두 힙합/여성을 택했다. 올해의 앨범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Golden Hour’가, 올해의 신인은 두아 리파가 차지했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컨트리 분야의 3개 트로피를 포함하여 총 4개를 가져갔다. 올해의 노래와 레코드는 모두 차일디쉬 감비노의 ‘This Is America’에게 갔다.

지난 수년간 힙합은 음악적 성취는 물론이고, 압도적인 상업적 성과, 특히 스트리밍 대중화로 드러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차일디쉬 감비노의 수상은 ‘This Is America’가 품고 있던 복잡한 비유들만큼이나 상징적이다. 힙합의 수상이 일종의 과거 청산이라면, 여성 아티스트의 약진은 지금 이 순간의 성과를 제 시간에 보상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올해의 랩 앨범은 카디 비의 ‘Invasion of Privacy’이다. 여성 최초의 수상이다. 푸샤 T의 ‘Daytona’, 트래비스 스콧의 ‘Astroworld’가 부족한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Invasion of Privacy’가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수상 직후 카디 비의 SNS에 쏟아진 비난을 보면, 그래미가 오히려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금 이 순간 여성 아티스트의 성과’라는 표현은 단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나 카디 비처럼 그래미 수상으로 더 널리 알려지거나 혹은 이미 성공한 아티스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단적으로 작년 말 각종 매체가 발표한 ‘올해의 앨범’ 목록을 보자. 각종 리뷰를 집계하는 ‘메타크리틱’ 사이트는 매년 ‘올해의 앨범’ 목록을 별도로 정리한다. 각 목록의 1위, 2위, 그 외 등수에 따라 점수를 주고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종합 목록의 1~10위 중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7명이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자넬 모네, 미츠키, 카디 비, 로빈, 크리스틴 앤 더 퀸스 그리고 아리아나 그란데다. 남성 솔로는 푸샤 T 하나뿐이다. 작년에 자신 만의 연말 리스트를 만들어본 사람은 누구나 유독 여성 아티스트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좀 더 단호하게 말한다면, 위에 나열한 7명의 앨범이 2018년 가장 중요한 앨범들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가 그래미 직전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도 같다. “최근 음악 산업이 전체적으로 공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흥미롭다. 여성들이 더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그 좋은 음악을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정하도록 하는 공정함이 있고, 그 공정함이 다시 여성 아티스트에게 보다 독특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컨트리 음악을 배경으로 삼지만, 그 주제에 있어서 성 소수자에 대한 옹호, 종교적 감성에 대한 의심 등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적 급진성을 담는다. 컨트리가 종종 보이는 정치적 급진성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고, 그만큼 논란도 있다. 그의 ‘올해의 앨범’ 수상이나 발언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다.

달리 말하면 이렇다. 세상에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유한하거나, 매년 정해진 양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2018년 여성 아티스트들의 부상은 최근 사회와 음악산업의 분위기가 바뀐 것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7:3으로 끝난, 어떤 성 대결의 결과를 본 것이 아니다. 단지 더 좋은 음악을 더 많이 갖게 되었다. 2019년 연말 리스트에서 여성 아티스트의 비중이 어느 쪽으로 움직여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공정함’이 사회의 효익을 더 크게 하는 예시가 필요한가? 2018년과 그 이후의 대중음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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