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부터 빅스까지, 미디어 속의 사제들

2019.02.28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부터 최근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열혈사제’까지, 최근 대중문화에는 가톨릭 신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들의 이미지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만큼의 깊이로 다뤄지고 있을까. 17년차 가톨릭 신자인 기자가 살펴본 미디어 속 사제들의 다양한 모습들.

‘검은 사제들’ 강동원, 이런 신부님은 성당에 없습니다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최준호 아가토 부제는 그저 사제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가 수업시간에 몰래 만화책을 읽거나 담을 넘어 사온 술을 마시는 일탈은 웃음을 주는 요소에 그친다. 최준호는 구마 과정에서 악령의 4개 언어를 모두 판독해낼 만큼 유능하며, 자신의 몸을 강에 던지면서까지 구마를 완수하는 사명감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종종 그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검고 긴 수단은 186cm인 강동원의 길고 마른 체형을 부각시키고, 별다른 장식 없이 발목까지 수직으로 떨어지는 디자인은 그의 섬세한 이목구비를 강조하기에 제격이다. 그가 구마 예식을 위해 향과 십자가를 들고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시퀀스는 강동원의 노래와 수려한 이목구비, 성스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함께 등장하는 김범신 신부(김윤석)가 “넌 무슨 몰몬교처럼 생겼냐”라고 불평 어린 칭찬을 하자 “종종 듣습니다”라고 응수할 정도. ‘검은 사제들’은 배우의 아름다움을 신부의 절제된 이미지에 담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호기심과 욕망을 일으켰다. 단, 현직 가톨릭 신부 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동원 같은 신부님은 성당에 없다.”

‘프리스트’ 연우진, 인간으로서의 사제

OCN ‘프리스트’는 욕망하고 흔들리는 인간으로서의 사제를 묘사한다. 극중 연우진이 연기하는 오수민 신부는 남부 가톨릭 병원의 의사 함은호(정유미)와 과거 연인 사이로, 부마자(악령에게 빙의된 사람)가 된 그를 구하기 위해기억을 지우고 구마 사제가 되었다. 오수민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함은호와 그의 선배 조형래(장정연)의 사이를 은연중에 질투하고, 구마를 위해 타인의 무의식으로 잠입한 상태에서 함은호와 입을 맞추는 환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대중과 거리가 먼 사제를 인간적인 대상으로 묘사하면서 몰입감을 높이는 부분. 실제로 사제가 여성과 관련된 욕망으로 악령에게 유혹당하는 설정은 엑소시즘 장르에서 드문 연출이 아니고, 함은호와 사제라는 신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수민의 마음은 서사를 전개시키는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그가 오로지 연인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제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설정이나, 여성에 대한 질투를 느끼는 모습은 종교인을 대상화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현직 가톨릭 신부 B는 “사제들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한 소명으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신중하게 다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제의 인간적인 영역을 다룸에 있어 앞으로의 엑소시즘 장르물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겠다.

‘열혈사제’ 김남길, 혈기 넘치는 사제

SBS ‘열혈사제’에서 김남길이 연기하는 김해일 신부는 사제의 성스러운 이미지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그는 과거 국정원에서 일하던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인물로, 부조리한 상황이 올 때마다 주먹으로 상황을 해결한다. 동시에 극중 박경선 검사(이하늬)가 마주칠 때마다 “잘생겨서 봐준다”고 할 정도로 외모도 수려하다. 김해일 신부는 악인들에게도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푸는 은사 이영준 신부(정동환)에게 다음과 같이 항변하며 자신의 정의를 이야기한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솎아내고 사람다운 사람 지켜주는 거. 이게 사제로서의 제 일입니다.” 실제로 ‘열혈사제’에서 그려지는 현실은 약자들에게 가혹하고, 그들을 위해 힘을 쓴다는 그의 원칙은 오히려 드라마 속 현실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용서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종교의 가치와 가혹한 현실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드라마의 주제는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열혈사제’의 시청자인 현직 가톨릭 신부 C는 “신학교에서는 폭력을 쓰면 바로 제명당한다”며 “드라마처럼 사제가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다. 종교에 대해 제대로 자문을 받은 작품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제가 갖는 함의와는 별개로, 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빅스(VIXX)’, ‘컨셉돌’이 사제가 되면

6인조 보이그룹 빅스(VIXX)의 별명은 '컨셉돌'이다. 이들은 뱀파이어(‘다칠 준비가 돼 있어’), 사이보그(‘Error’), 그리스 신화의 신(2016년 케르 3부작), 도교의 신선(‘도원경’) 등 다양하고 독특한 콘셉트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특히 작년 12월 KBS ‘가요대축제’의 무대에서 수다을 입고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본래 조향사를 콘셉트로 향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 곡 ‘향(Scentist)’에는 빙의를 의미하는 ‘Possession’이 부제로 추가됐고, 멤버들은 십자가가 그려진 수단 의상과 어두운 색상의 화장으로 사제의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노래의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추가된 퍼포먼스에서 멤버들은 십자가가 박힌 휘장을 떨어트리거나 서로의 팔을 잡으며 욕망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을 묘사하고, 피 향을 맡는 듯한 퍼포먼스로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암시하기도 했다. 성스러운 이미지의 사제에 욕망을 투사하면서 곡의 퇴폐적인 분위기를 강화한 것. 다만 역동적인 안무를 보여줘야 하는 조건 탓인지 의상이 짧아지면서, 멤버 전원이 180cm가 넘는 빅스의 신체적 조건을 부각할 수 있는 수단의 장점을 살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기자가 아이돌 문화가 낯설다는 가톨릭 신부 C에게 빅스의 콘셉트를 설명한 뒤, 그는 빅스의 무대를 접하고선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사제복은 독신과 정결과 절제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옷을 입고 저 노래를 표현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무대의 콘셉트가 갖는 매력과는 별개로, 성적 매력과 유혹을 어필하는 노래에 사제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에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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