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② 화사 모먼트

2019.02.26
화사는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무대에서 상대를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주 건방져”라 말하며 “자신감 있는 여자”의 이미지를 명확히 표현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의 습관 그대로 편안하게 음식을 즐긴다. 그가 “내 이야기”라 밝힌 첫 솔로곡 ‘멍청이’는 발매된 직후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그간 미디어에서 보기 드물었던 여성상이라 할 만하다. 꾸준히 자신만의 모습과 색깔을 만들어왔던 화사의 순간들.

자작곡 ‘핑크팬티’

‘핑크팬티’는 2015년 1월에 마마무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 공개한 커버곡이다. 이 커버곡은 2014년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8주 간 정상에 올랐던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에 화사가 직접 ‘핑크팬티’라는 제목으로 노랫말을 붙인 것이다. “내 맘은 외로워 홀로 솔로, 오늘의 초이스 핑크빛으로, 아임 쏘 파인, 옷이 파인 걸 말고 빤스도 멋진 걸”처럼 솔직한 가사로 화제가 됐다. 화사는 2017년 6월 출연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이 노래가 연습생 시절 1주일에 한 번씩 녹음해야 하는 랩 과제 중 하나였으며, 저녁에 씻기 전 “무슨 팬티를 입을까, 핑크 팬티를 입을까?” 하는 고민을 그대로 가사로 옮겼다고 밝혔다. 섹슈얼한 대상으로 소비되기 쉬운 위치에 놓인 걸그룹이 속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화사는 속옷의 이야기를 타인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그리면서 일상적으로 다뤄 유쾌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화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작사에 대한 화사의 감각도 보여주는 부분. 실제로 화사는 ‘내맘이야’와 ‘Freakin Shoes’, ‘덤덤해지네’ 등 각종 마마무 앨범 수록곡을 비롯해 최근 발표한 솔로 데뷔곡 ‘멍청이’의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마무 콘서트 ‘무지컬 커튼콜’ 개인무대 3만 건 리트윗

2017년 8월 20일 부산에서 열린 마마무 콘서트 '무지컬(MOOSICAL) 커튼콜 in 부산’의 화사 개인 무대는 트위터에서 3만 건이 넘게 리트윗되며 화제가 됐다. 이 무대에서 화사는 리한나의 ‘Diamond’와 자작곡 ‘내맘이야’, 그리고 본 조비의 ‘You give love a bad name’을 한데 섞은 무대를 선보였다. ‘Diamond’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소울풀한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내맘이야’에서는 박자감이 두드러지는 랩으로 곡의 긴장감을 끌고 갔다. 특히 ‘You give love a bad name’에서는 평소 보여줄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락 보컬도 익숙하게 소화해내면서, 기타리스트의 무릎에 발을 올리고 리듬을 타거나 무릎을 꿇으며 뒤로 눕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R&B와 힙합, 그리고 락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무대. 특히 혼자 무대를 소화하면서도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퍼포먼스에 대해 ‘퀸 화사’ 혹은 ‘한국의 비욘세’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가창력과 퍼포먼스, 매력을 동시에 갖춘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로서 화사의 역량이 두드러졌던 순간이다.

작사가 화사와 ‘주지마’ 차트 1위

2018년 4월 화사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원 차트 생존기를 다룬 프로그램인 KBS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 출연했다. 당시 화사는 파트너 로꼬와 프로듀서 우기에게 ‘무식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며 평소 써뒀던 가사(‘원하는 게 있다면 선은 지킬 줄도 몰라 네가 신호등 앞에 있다면 빨간 불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어’)를 보여줬고, 우기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주지마’에 사용된 기타와 키보드 주요 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추후 ‘나에게 술을 주지마’라는 노래의 콘셉트가 정해지자, 화사는 ‘위험해 아슬아슬해 간신히 끈을 잡았는데’로 시작하는 ‘주지마’의 가사를 직접 쓴 후 “좋아하는 이성이 술을 권할 때의 느낌을 생각하며 썼다. 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작사가로서 곡의 콘셉트를 명확히 이해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연애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가 시청률 저조로 8회만에 종영한 이후에도 ‘주지마’는 6개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동시 1위를 기록했다. 정해진 콘셉트를 표현하는 걸그룹 멤버를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 화사가 빛났던 순간. 그가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한 ‘멍청이’의 등장은 이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나 혼자 산다’에서의 먹방

“2018년 왜 유독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나“라는 질문에 화사는 다음처럼 대답했다. “예전부터 해오던 대로 해왔을 뿐이다”(‘스포츠서울’). 실제로 그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편안하게, 맛있게, 잘 먹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상투머리와 민낯으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밥을 먹고, 식당의 야외 좌석에 혼자 앉아서도 오로지 곱창의 맛에 집중한다. 촬영 때문에 체중 조절을 하느라 간장게장을 먹지 못했던 걸그룹 멤버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먹을 때만큼은 “식당에서는 볶음밥을 해달라 해도 (간장게장을) 조금만 주니까”라 말하며 자신이 원하는 양의 밥에 간장게장을 듬뿍 넣는다. 오롯이 먹는 행위의 편안함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가 먹었던 곱창이나 간장게장, 김부각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화사는 마마무 멤버들을 집에 초대할 때 음식을 배달시킨 후 깔끔하게 플레이팅을 하고 대접했다. 굳이 여성으로서 요리를 하는 모습이 당연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는 미디어에서 많이 나오지 않았던 여성의 식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여성의 요리가 당연시되는 풍토를 의식하기보다 본래 모습에 충실하다. 평소 콘셉트에 맞춘 이미지를 선보이는 걸그룹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런 자연스러움으로 사랑받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순간.

2018 MAMA 의상 논란과 화사의 소신

작년 12월 12일, 화사는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MAMA FANS’ CHOICE in JAPAN’에서 ‘주지마’를 편곡한 개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때 화사가 입은 빨간색 보디슈트 의상의 노출이 과하다거나, 성상품화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화사는 지난 1월 3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무대를 준비하면서 이런 의상을 입고 싶다고 스타일리스트에게 말했다”라는 점을 밝히며 “무대에서 어떤 옷을 입느냐가 중요하다기보다 무대에서 어떻게 입어야 제일 멋있을까, 어떻게 잘 소화를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선보인 무대”에서 자신이 구성하는 퍼포먼스와 콘셉트에 맞는 의상을 스스로 선택하고,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했음을 강조했다. 그의 의상이 선정적이라거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시키는 소품으로 쓰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사가 그 무대를 압도하면서 그를 성적으로 소비하기보다 한국에서 여성 뮤지션의 퍼포먼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 남자 뮤지션이 파격적인 무대를 하면 화제가 되고 인기가 오르기도 하지만, 여자 뮤지션의 경우 논란부터 생기는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성 아티스트 개인의 의상이나 신체 노출에 대한 비판도 필요할 수 있지만, 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성은 어떤 식으로든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는 현실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논란과 화제 속에서 오히려 존재감이 더 커진 것이 지금의 화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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