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K-POP 제작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는 일”

2019.02.20
“요즘 가장 핫한 제작자 중 한 명”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한성수 대표에 대한 한 음악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가 제작한 보이그룹 세븐틴은 최근 발표한 앨범 ‘YOU MADE MY DAWN’은 첫 주 판매량 33만 8천장 이상을 기록, 방탄소년단, EXO, 워너원에 이어 첫 주 판매량 30만장 이상을 기록한 네번째 팀이 됐다. 또한 Mnet ‘프로듀스 101’ 이후 큰 인기를 모은 보이그룹 뉴이스트의 멤버들은 멤버 황민현의 합류와 함께 완전체로 활동하게 됐다. 그리고 그 사이 지난 해 가장 성공한 신인 걸그룹이자 일본 데뷔 앨범 첫 주 판매량이 22만장 이상을 기록한 아이즈원의 프로듀싱도 했다. 그에게 지금 K-POP의 프로듀싱에 대해 물어본 이유다.

지난 해 굉장히 바쁘게 지냈을 것 같다.
한성수
: 여러 아티스트들이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소속 아티스트인 세븐틴과 뉴이스트W도 좋은 결실을 거두었고, 프로듀싱을 맡은 아이즈원과 프로미스나인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본다. 단지 숫자로 보이는 성적만이 아니라 소속 아티스트들이 상승세를 느끼고, 더 에너지를 내서 다시 팬들이 상승세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상황을 만들어낸 게 만족스럽다. 모든 게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의 공이다.

뉴이스트가 황민현의 합류와 함께 멤버 전원 재계약을 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은 소속사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견해 차이가 표면에 드러나기도 하는데, 상당히 조용히 진행됐다.
한성수
: 멤버들이 회사의 입장을 많이 이해해줬다. 뉴이스트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멤버들부터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계약 조건을 이야기 하기 전에 멤버들이 회사와의 인간적인 관계에 대한 부분을 먼저 꺼내줬다. 재계약을 진행한 것도 진행한 거지만, 멤버들이 그런 메시지를 전해준 게 너무나 고맙다. 회사와 아티스트 관계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던 게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책임감이 앞선다. 많은 일들을 거치며 현재에 온 팀이고, 회사에 신뢰를 보여준 멤버들에게 무엇을 해줘야할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황민현에게는 무엇을 기대하나.
한성수
: 민현이는 지난 2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다. 워너원 콘서트를 볼 때도 느낀 건데,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매력을 표현하더라. 그리고 민현이는 팬들이 ‘A벌스(verse)의 황제’(웃음)라고 할 만큼 도입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줄 안다. 음악적으로 뉴이스트에게는 또 다른 변화일 거고, 성장이 될 거다. 그래서 민현이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그로 인해 달라진 뉴이스트의 멋진 모습들도 보여줄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런 말이 혹시라도 부담이 될 거 같아 조심스럽다. 너무 부담갖지 않고 즐겁게 음악했으면 한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모든 팬들에게 말로 다 못할 고마움이 있다. 내 입장에서도 멤버들에게 무언가 다시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뉴이스트는 ‘여왕의 기사’부터 가상의 스토리가 있는 판타지를 만들었다.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한성수
: 당시 뉴이스트는 그룹의 컬러를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프로듀스 101’로 주목을 받기 전이라 시선을 모으면서도 뉴이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판타지적인 성향의 시리즈를 만들어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이 주는 분위기가 마치 판타지의 주인공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팀에 가상의 스토리를 입혀가면서 구체적으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작업을 해보니까 아티스트에게 일관된 방향의 서사나 세계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프로듀스 101’로 새롭게 생긴 팬들이 뉴이스트가 쌓아온 서사와 세계관을 따라가면서 뉴이스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하려고 하더라.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팀에게 어울리는 스토리가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리고 민현이가 워너원으로 활동하는 사이 뉴이스트W의 멤버들은 그들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서 네 명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다듬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뉴이스트W나 민현이나 갑작스런 변화에 많이 힘들었을텐데, 힘든 티도 안내면서 잘 해준 게 너무 고맙다.

‘프로듀스 101’ 이후에는 팀 자체가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한성수
: 뉴이스트W의 경우 ‘프로듀스 101’을 통해 받은 사랑이 너무 컸고, 멤버들부터가 팬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무슨 방법을 통해서든 그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팬들에게 우선 지하철 광고로 감사 인사를 하고, 그들의 감정을 담은 싱글 ‘있다면’부터 내기도 했다. 팬들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으니까, 그걸 표현할 방법을 찾게 된 것 같다.

판타지적인 세계관을 무대에서 구현하는 것은 어땠나.
한성수
: 뉴이스트는 멤버 한 명 한 명을 집중력있게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뉴이스트 멤버들에게는 특히 표정 연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여왕의 기사’이후 뉴이스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물론 뛰어난 연기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멤버들이 콘서트에서 솔로곡을 소화할 때면 각자 전혀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내는데, 한 팀으로는 굉장히 통일성있고 독특한 색깔을 내는 게 대단하다. 멤버들이 힘든 시간도 많았는데 이제야 어울리는 방향을 찾아서 준 것 같아 미안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갚는 것 같다. 어느 팀이든 멤버들이 하고 싶은 게 있고 잘 하는 게 있는데, 그걸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무대 위의 플레이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기 마련인데, 그걸 한 팀으로 녹이는 게 프로듀싱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팀의 방향을 결정할 때 멤버들의 특성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 세븐틴은 다인원 그룹에 자체 제작, 유닛구성 등 뉴이스트와 완전히 다른 방향을 내세웠다.
한성수
: 멤버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걸 입힐 때 최고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세븐틴이 데뷔할 때 마지막까지 ‘아낀다'와 ‘샤이닝 다이아몬드’ 사이에서 고민했었다. ‘아낀다’는 세븐틴이 가졌던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샤이닝 다이아몬드’는 에너지와 포부를 가진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두가지 모두 세븐틴이 가진 모습이었는데, 모든걸 다 배제하고 그때 당시 그들의 모습만 봤다. 맑은 느낌의 소년들이 그 당시의 세븐틴이었고, 그래서 ‘아낀다’로 데뷔를 했다. 당시 시장상황에서 굉장히 참신한 접근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당시에는 청량이라는 콘셉트로 활동하는 팀 자체가 많지 않았으니까.

세븐틴은 데뷔 전에 아프리카 TV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한성수
: 당시 회사에서 새로운 스태프들을 받아들이게 됐고, 신인 데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이 회사는 중소도 아니고 그냥 작은 회사였고. 데뷔해도 알릴 방법이 좀처럼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데뷔 전부터 많지는 않아도 팬을 만들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팬들이 데뷔 전부터 세븐틴을 알아가도록 했다. 그리고 회사가 팀을 알릴 방법이 많지 않을 때 승부를 걸 수 있는 건 결국 무대고, 다인원팀이면 다른 무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각자의 장점을 보여주려고 랩, 보컬, 퍼포먼스 등 멤버들이 가진 재능을 더 집중해서 보여줄 수 있는 유닛체제를 생각했다. 타이틀 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멤버 각자의 개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으니까.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획을 한 건데, 두렵지는 않았나. 규모가 작았던 회사에서 시장에서 유행하지 않는 선택을 한 건데.
한성수
: 세븐틴이 연습생 시절에 평가를 받을 때, 자기들이 조명하고 선풍기를 들고 와서 무대 조명하고 바람 날리는 효과를 직접 만들어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자기들끼리 조금 더 뭔가 더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굉장히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유행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생각만 하면 되는 것 같다. 콘셉트에 맞춰서 멤버들의 에너지를 깎지 말고, 그걸 잘 살릴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데뷔 때부터 자체제작을 하도록 했고, 데뷔 전에는 멤버들이 가진 팀워크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조건을 건 리얼리티 쇼도 만들었다. 역시 세븐틴이라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려는 노력과 우정을 보여주더라. 데뷔하고 나서도 회사에서 큰 틀의 방향을 잡고, 멤버들과 그것에 대해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답이 그것 밖에 안 보일 때는 위험해 보여도 하게 되더라. 멤버들이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거란 확신이 있으니까.

세븐틴은 지난 해 일본에서 큰 성장세였다. 2018년 오리콘매출 순위표를 보니까 K-POP 그룹으로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동방신기, 빅뱅, 샤이니 다음이었다. 일본에서 지난해 데뷔한 보이그룹 중에는 쟈니스 소속의 킹앤프린스 다음이고.
한성수
: 세븐틴이 처음 일본 활동을 생각할 때 멋있게 투어를 할 수 있는 팀을 목표로 했다. 투어를 하려면 세븐틴이 무대 위에서 좋은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거야 세븐틴이니까 (웃음) 당연히 잘 하고 그럼 일본에 세븐틴을 어떻게 알릴지만 생각하면 됐다. 기존 방식은 일본에 진출해서 현지 가수들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데, 그러면 아무래도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역량을 기를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고민하다 지금 K-POP에 대한 일본내 소비 방식의 변화에 주목했다.

어떤 변화를 말하는 건가.
한성수
: 과거에는 한국 아티스트가 일본에서 반응을 얻으려면 현지에서 활동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K-POP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돼서, 한국에서 인기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주목하는 마니아 층이 상당히 많다. 그들은 다양한 플랫폼들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콘텐츠를 접한다. 국내 활동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자연스럽게 해외의 K-POP 팬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지난 해 일본 데뷔 앨범을 내기 전부터 2만명 이상의 관객이 오는 콘서트가 가능했다. 세븐틴이 처음 일본 공연을 했을 때 한 일본 팬이 세븐틴의 공연을 보고“인터넷으로 보던 세븐틴이 실제로 존재했었어!”라고 반응하는 걸 봤는데, 의도가 통했구나 싶었다.

세븐틴의 일본 데뷔 앨범을 자체적으로 발매했다. 현지 대형 음반사를 통하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한성수
: 많은 사람들이 일본은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소비하는 나라라 현지 대형회사가 밀어줘야 성공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우리가 아직 계약상 ‘을’의 입장에 가까울 수 있고, 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 아티스트가 생각지 못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서, 전략을 세우고 밀어붙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 세계적으로 K-POP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길을 개척했던 많은 아티스트와 회사들에게 감사하다.

그 점에서 프로듀싱을 맡은 아이즈원도 흥미롭다. 한일합작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결성돼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곧바로 일본에 진출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일본 오리콘 차트 기준 첫 주 판매량이 22만장 이상, 빌보드 기준으로는 33만장 이상을 판매했던데.
한성수
: 아이즈원은 ‘프로듀스48’이 방영될 때 이미 일본에서 상당한 반응을 체감했다. 그만큼 요즘은 시차없이 K-POP이 퍼져 나가니까. 아이즈원의 데뷔 곡으로 ‘라비앙로즈’를 결정하면서 일본 팬들에게도 K-POP의 퍼포먼스를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주효하고 일본에서 발매된 앨범도 일본 스타일로 세련된 느낌을 살려내면서 점점 폭 넓은 팬층을 갖게 된 것 같다. 일본의 10~20대 여성들이 아이즈원을 보고 멋있다고 하는 반응을 많이 접했는데, 그만큼 한일 양국에서 저변을 넓힌 것 같아 좋다.

‘라비앙로즈’는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많았던 걸로 안다. 걸크러시나 귀여움을 강조하는 것도 아닌 다른 영역의 곡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한성수
: 그 곡으로는 잘 안 될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퍼포먼스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도 있었다. ‘라비앙로즈’를 듣는 순간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멤버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정도로 선명하게 그림이 떠오르는 곡이라면 무조건 가야 한다. 그리고 많은 관심을 받고 데뷔하는 팀이 밝은 스타일만 보여주면 그게 팀의 색깔로 굳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멤버들이 다양한 가능성이 많은데, 그걸 보여줄 곡을 찾았다. 한 팀으로서 멋진 그림을 보여주면서도 파트별로 각자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기도 했고. 그렇게 팀과 개인을 조화하다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멤버들이 하나의 팀으로 완성될 거라 믿었다.

홍보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결성 직후부터 매스 미디어를 활용하기 보다 브이앱, 유튜브 등으로 콘텐츠를 내다 데뷔 일정이 결정될 즈음부터 매스미디어와 오프라인 홍보가 강해지던데.
한성수
: 어떤 소비자의 시선을 끌지 생각하고, 그에 맞춘 콘텐츠를 적절한 플랫폼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즈원의 경우 브이앱 생방송으로 팬덤과 직접 소통한다면 ’내꺼야’ 아이즈원 버젼 안무영상이나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쇼케이스 콘서트 직전 공개한 ‘Rumor’ 안무영상은 브이앱은 아니어도 안무 영상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좀 더 넓은 팬층에게 아이즈원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쇼케이스 콘서트 생중계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자리를 마련하는 거였고, 데뷔가 가까워질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를 통해 아이돌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아이즈원을 알 수 있게 할 방법도 마련했다. 콘텐츠의 의미와 접근방식을 생각하지 않으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아이즈원과 프로미스나인처럼 프로듀싱만 하는 경우에도 콘텐츠 제작 이외의 영역까지 관여하는 건가.
한성수
: 그렇다. 그래야 프로듀싱을 할 수 있다. 아이즈원은 ‘프로듀스48’이 끝나면서 멤버가 정해진 상황이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이 강한 반면, 결성 직후 올라간 분위기가 식으면 데뷔 이후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브이앱과 유튜브 콘텐츠를 빠르게 시작한다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도 내 일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팀이라 멤버들끼리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까, 멤버들끼리 어울리면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볼링 같은 걸 함께 하면서 어울려 보라고 조언을 하거나 연습실에서 연습을 할 때 브이앱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는 식이었다. 팬들에게 한 팀으로서의 모습을 빨리 보여줄수록 팬들이 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 각각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팬들이 ‘올팬기조’라고 말하는, 팀 전체를 좋아하는 분위기가 빨리 잡히게도 할 수 있었고. 이런 점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콘텐츠 프로듀싱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운 것 같다.

프로미스나인도 활동 방식이 독특하더라. 브이앱과 유튜브 콘텐츠가 정말 많던데.
한성수
: 프로미스나인은 Mnet ‘아이돌 학교’로 결성됐는데, 프로그램이 기대만큼 인기를 얻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많지 않았다. 멤버 중 상당수가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많이 받지 못한 상태로 ‘아이돌 학교’에 출연한 상태이기도 했고. 그래서 멤버들 개개인을 알릴 방법, 실력을 알릴 방법, 팀워크를 알릴 방법 등을 고려해서 리얼리티쇼, 유튜브 콘텐츠 등을 세분화 했다. 그렇게 해서 팬덤을 조금씩 늘려 나가면서 기반을 다지다 ‘Love bomb’같은 곡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조금 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 같다. 아이즈원이 데뷔부터 주목받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면, 프로미스나인은 차근차근 올라가야하는 팀의 입장이라 접근 방식을 달리 했다. 두 팀 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데뷔하는 상황에 다양한 활동을 해야해서 힘들었을텐데, 프로듀싱 방향을 잘 이해하고 아주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두 팀 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것에 비해 퍼포먼스가 좋아진 멤버들이 많다. 어떤 방식으로 트레이닝 시키나.
한성수
: 두 팀의 멤버들 모두 기회가 없어서 성장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연습할 시간을 갖고, 본인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찾으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팀들은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거고, 이 약속은 멤버들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도 하는 거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리고 실력 향상은 멤버들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세븐틴이나 뉴이스트의 데뷔 시절에도 그랬고, 멤버들이 서로 도와주면서 단점을 보완해주면 훨씬 빨리 성장한다. 연습에 있어서 프로듀서는 더 열심히 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나.
한성수
: 소통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멤버들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무대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왜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멤버가 잘 해낼 것이라는 걸 믿어야 하고. 나이와 성별, 성격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 아무래도 10대가 많고 이제 막 데뷔한 아이즈원과 프로미스 나인 멤버와 지금의 세븐틴이나 뉴이스트 멤버들과는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어릴수록,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멤버일수록 표현을 하는 방식도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그리고 많이 조언을 해서 고칠수록 좋아지는 멤버가 있고, 본인이 알아서 고민하도록 놔둬서 좋은 멤버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도 많이 생각해야 한다. 멤버들이 플레이어로서 활발히 활동을 하다 보니 자신의 일 바깥의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짚어주고, 잘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특히 멤버들과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서로 신뢰 관계를 깨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아티스트 개개인이 다 다르고, 앨범을 낼 때도 상황은 계속 변한다. 그 때마다 계속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건데, 결정의 근거는 어디서 오나.
한성수
: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내가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티스트와 스태프들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싱이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거지만 세세하게 봐야 하는 부분들, 트렌드에 대한 부분들은 스태프들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결정해야 한다. 내가 모든 걸 잘 결정할 수는 없고, 혼자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상황은 늘 변하는 만큼, 결정의 포인트도 매번 달라진다. 팬들의 성향과 취향이 분명히 달라졌는데, 그걸 수치로만 분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 플레디스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상당수 여성들이고, 제작을 총괄하는 제작 이사가 30대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나하고 시각이 매우 다를 때가 많은데, 그게 팬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요즘 감각이 무엇인지 아는데 필요하다.

프로듀서로서 과거와 무엇이 가장 달라진 것 같나.
한성수
: 과거와 가장 달라진 건 모든 방향이 처음 의도대로 잘 흘러 가고 있는지 보게 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돌에게는 팬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데, 그걸 음악이나 퍼포먼스의 영역이 아니라고 스태프들에게만 맡겨두고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 어떤 콘텐츠를 낼지, 지금 팀의 특성상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K-POP 전체가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는데, K-POP 시장이 넓어지는 대신 팬들의 취향도 뚜렷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팀의 매력을 설명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이제 TV 출연을 많이 한다고 인기가 크게 올라가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반면에 SNS로 인해 회사가 아티스트의 모든 것을 전달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 가능성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다. 아티스트들은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방법을 찾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언제 느꼈나.
한성수
: 과거에 걸그룹 애프터스쿨을 제작할 때는 콘텐츠를 잘 만들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다. 소비자들이나 팬이 분명히 원하는 게 있었는데 그런 걸 고려 안하고 그냥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고만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남자 아이돌인 뉴이스트를 데뷔시켜 보니까 남자 아이돌은 또 다르더라. 남자 아이돌의 경우 대중적인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팬 집중 콘텐츠인데, 그들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마케팅이나 홍보, 방송, 해외 활동 같은 부분들은 그 때 당시의 스태프들에게 많이 맡겨뒀다. 이제는 콘텐츠 제작과 그 외의 영역이 별개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다 콘텐츠의 영역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본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의 전략을 세우고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K-POP 프로듀서의 역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달라지고 있다. 해야할 일의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해도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다.
한성수
: 선택을 하는데 실패에 대해 안 떠올릴 수는 없다. 어떤 부분은 믿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고, 그게 때로는 멤버가 되거나 스태프가 될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는데, 프로듀서이자 회사의 경영자가 하는 일이 그거다. 책임은 내가 질 수 밖에 없다. 다만 큰 틀의 원칙은 정해놓고, 그 원칙 안에서 움직이려고는 한다. 다만 그마저도 때로는 변할 수 있다는 유연성도 함께 가져야 하는 게 또다른 원칙이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고, 돌아보면 반성하게 되는 일도 많다. 하지만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더 행복하게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결과가 안 좋을 때는 무슨 생각이 드나.
한성수
: 결과가 좋을 때도 아쉬운 건 늘 있다. 그 때마다 내 부족한 부분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쳐나가고 싶다. 과거를 돌아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도 많이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고쳐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좀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다. 이건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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