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300마리 동물이 버려졌습니다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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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대학을 다닐 때 ‘팔라스’라는 봉사동아리 회장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로 의료봉사활동을 다녔는데, 포천에 있는 ‘애린원’이라는 곳에서 가장 많이 봉사활동을 했다. 애린원은 보호 동물 수가 수천 마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보호소인데, 보호 동물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고, 도움의 손길도 그만큼 절실히 필요로 했다. 애린원 바로 앞에는 찻길이 있는데, 어느 날 차 한 대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강아지를 창문 밖으로 던져 애린원 담장 안쪽으로 버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달려갔지만, 차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렇게 또 한 마리의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고 말았다.

수의사가 된 지금은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버동수)’ 회원으로 동물의료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봉사에 자주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버동수 역시 매달 전국 각지의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해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유기동물 관리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개체 수 조절’이다. 유기동물끼리 교배를 해서 계속 새끼를 출산한다면 유기동물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동물에게는 중성화수술이 필요하다. 버동수 의료봉사의 주된 목적 또한 ‘유기동물의 중성화수술’이다.

그런데 봉사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보호소 내에 모든 수컷 개들이 다 중성화수술을 받아도, (과거 애린원에서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중성화되지 않는 수컷 개 한 마리가 보호소에 버려지면, 수많은 개가 임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유기동물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1년에 발생하는 유기동물은 무려 10만 2천5백 마리에 달한다. 전국에서 하루에 300마리씩 동물이 매일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 숫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 숫자다. 사설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한 유기동물이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유기동물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 중 절반은 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자연사 및 안락사). 합법적으로 안락사되는 유기동물이 연간 2만 마리가 넘는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얼마 전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에 대한 논란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무분별하게 구조 동물을 안락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동물보호단체가 ‘자원부족(재정, 직원, 장비, 시설,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동물을 안락사하는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따라서 박 대표가 자원부족을 이유로 동물의 안락사를 지시하고 직접 시행했다면 동물보호법·수의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박소연 대표는 당연히 사회적인 비판을 받아야 하고,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처벌받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박소연 대표에 대한 비판만으로 이 일에 대한 관심이 끝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동차 창밖으로 반려견을 던져서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다. 유기견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과 대책이 없다면 유기견과 관련한 문제들은 계속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반려견 보호자에게 ‘반려견을 어디서 데려왔는지’ 설문조사를 했을때, 유기견 입양(4.4%)이 펫샵에서 구입(30.4%), 친척·친구로부터 받는 경우(46.3%)보다 훨씬 적었다. 그만큼 유기견 입양 과정에 대한 홍보도 필요할 뿐더러, 유기견에 대한 편견도 없애야 한다. 사회적으로 유기 동물 입양에 관심을 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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