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레트 광고에 분노한 남자들

2019.01.30
면도기를 팔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남성성을 부각한 광고를 해온 질레트가 이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질레트는 지난 30년 동안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선’(The Best A Man Can Get)이라는 태그라인으로 면도기를 팔아왔지만, 새롭게 공개한 광고에서는 괴롭히고, 싸우고, 차별하고, 성폭력을 일삼는 남자들을 보여주다가 이것이 ‘남자의 최선’(The Best A Man Can Get)이냐고 묻는다. 약 2분여의 이 광고는 많은 사람의 칭찬을 받았지만, 동시에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배우 로재나 아켓, 코미디언 피트 도미닉, 각본가 제프리 레딕, 애리애나 허핑턴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이 광고를 칭찬했지만, 영국의 텔레비전 진행자 피어스 모건과 배우 제임스 우드를 비롯한 남성들 일부는 이 광고를 비판했다. 피어스 모건은 이 광고가 “과격한 페미니스트들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이며 "남성성에 대한 전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이 광고 영상은 좋아요 70만, 싫어요 126만을 받았다.

어떤 이들은 앞으로 질레트의 제품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어스 모건이 그랬고, 트위터의 많은 남성이 질레트 제품을 버리는 사진을 올리면서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페미니즘과 정치적 공정함(PC)이 면도기 광고까지 마수를 뻗쳤다는 것이 분노의 이유였다. 늘 그렇듯, 모든 남성이 유독한 남성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일반화시킨다는 얘기도 있었다. 질레트가 유독한 남성성을 비판하자 유독한 남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질레트의 광고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볼만하다. 남자들의 이런 반응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 남성성을 부추겨온 질레트가 180도 방향을 선회한 건 흥미롭다.

질레트의 모회사인 P&G가 진보적인 이슈를 광고 캠페인에 활용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뉴욕 타임스에서 지적하듯, 헤어 제품 브랜드인 팬틴은 “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고,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인 Always는 #LikeAGirl 캠페인을 했었다. 이처럼 P&G를 비롯한 기업들이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그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광고 전문가인 댄 컬렌-슈트는 “우리는 기업이 어떤 목적을 가진 채 존속한다고 믿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밀레니얼들은 브랜드가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 단순히 질레트의 5중날에 감탄하면서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질레트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 실제로 애드위크의 기사를 보면, 35세 이상의 남성을 소비자층으로 하던 질레트는 이 광고 이후 젊은 여성층에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면도 혹은 제모에 대한 대화의 62퍼센트를 여성들이 하고 있고, 75퍼센트가 35세 미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질레트는 꽤 영리한 타겟팅을 한 셈이다.

PC와 페미니즘이 과도하다며 광고의 메시지를 비판하는 유독한 남성들과는 달리 광고 자체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Inc는 좋은 메시지가 좋은 광고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며, 질레트의 광고가 실행의 측면에서 그리 좋은 광고는 아니라고 말한다. 질레트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왜 질레트가 이 메시지를 던지는가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좋은 광고는 광고가 던지는 메시지가 제품과 연관되어야 한다. 댄 컬렌-슈트가 말하듯 미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남자들이 좀 더 공손하고 친절해지는 세상을 지지하는 것에 관해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그 분야가 질레트가 말을 꺼낼만한 분야인가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리뷰의 에디터 찰스 올리브는 그래서 이 광고가 “생색내면서 훈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광고에 대한 호불호가 어떻든 광고는 일단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싫어요가 126만 개라 하더라도 일단 질레트가 이렇게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적은 근래에 없었다. 광고 업계에서 얘기하듯 안 좋은 홍보란 없달까. P&G의 CFO 존 모엘러는 광고 이후, 질레트의 구독 서비스인 질레트 쉐이브 클럽 매출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구독자도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광고가 좋은 광고이든 나쁜 광고이든, 결과적으로는 어쨌든 좋은 메시지의 승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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