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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록, 악당의 사정

2019.01.30
SBS ‘황후의 품격’에서 신성록은 대한제국의 황제 이혁을 연기한다. 얼핏 ‘백마 탄 왕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혁은 주인공 오써니(장나라)와 대적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자신이 죽이려고까지 했던 오써니를 갑자기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난 24일 방영된 ‘황후의 품격’에서 그는 전 부인 소현황후(신고은)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면서 더 이상 쓸모없어진 자신을 버리려는 어머니 태후 강씨(신은경)와도 맞섰다. 동시에 오써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어린 아이처럼 꾀병을 부리거나 불쑥 그의 친정에 찾아갔다가 갖은 구박을 당한다. 참다못한 오써니의 아버지 오금모(윤다훈)는 이혁을 향해 “인간 아니야. 그래서 개자식이잖아. 얼굴도 딱 개상이잖아”라고 소리쳤다. 정극과 시트콤을 오가는 상황 속에서 신성록은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큰 눈을 끔뻑인다. 소위 ‘막장’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에서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오가는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것은 때로는 뻔뻔스럽게 느껴질 만큼 천연덕스러운 신성록의 연기다.

그가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배우였던 것은 아니다. 2003년 SBS ‘별을 쏘다’로 데뷔한 이후 신성록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오가며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나갔다.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좀처럼 주목받는 일은 없었고, 주말드라마에 연속적으로 출연하던 시기에 대해서는 “똑같은 역할만 하게 되니까 새로운 원동력이 없더라. 연기하기 싫고,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MBN’ 인터뷰)”고 밝혔을 정도다. 신성록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사이코패스 이재경을 연기하면서부터다. 유난히 크고 강렬한 눈은 조금만 안색을 달리해도 서늘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특유의 표정이 이모티콘과 닮았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며 대중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이후 신성록은 MBC ‘죽어야 사는 남자’에 출연하며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연기한 강호림은 장인을 내연녀의 아버지로 착각해 곤란에 빠진 남자였고, 이에 대해 신성록은 “농담으로 나에게는 악역과 ‘찌질이’ 라이선스가 있다고 말한다. 연극과 뮤지컬에서는 천진난만한 역할을 많이 해봤는데,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저를 사이코오패스로 기억하는 게 큰 것 같다(‘enews24’)”고 설명했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성격은 사실 배우 신성록에게는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황후의 품격’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신성록은 ‘2018 SBS 연기대상’에서 ‘황후의 품격’으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그는 “내게 이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가님께 감사하다. 내가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했다”는 수상소감을 말하며 울먹거렸다. 신성록이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해왔던 것들이 비로소 하나가 됐다. 앞서 그는 SBS ‘본격 연예한밤’과의 인터뷰에서 ‘황후의 품격’ 이혁은 전작인 SBS ‘리턴’ 오태석 보다 연약한 인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악당이라도 때론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고, 그래서 특별한 개성을 가진다. 신성록이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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