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미디어│① 언론인 유시민의 정치

2019.01.29
“현명해지고자 하는 시민들을 위한 시사 네비게이터” 지난 18일 업로드된 유튜브 채널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3회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 채널을 소개한 말이다. 그는 ‘알릴레오’가 “사실을 기초로 합리적 추론을 하는 방송”임을 방송 곳곳에서 강조하고, 팩트체크 코너인 ‘고칠레오’를 통해 “고 노무현 대통령 및 재단, 국가 중요 현안등과 관련해 국민을 현혹하는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알릴레오’처럼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개인이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것을 넘어 ‘고칠레오’처럼 팩트체크를 하는 것은 기존 언론의 몫이었다. 유시민의 영향력 역시 이미 기존 언론사 못지 않다. 1만 명 이하였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업로드후 60만여 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유튜브 채널 이전에도 유시민은 사실상 1인 미디어였다. 그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고, JTBC ‘썰전'에서는 정치 평론가였으며, tvN ‘알쓸신잡’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말하는 ‘잡학박사’ 캐릭터를 보여줬다. 여기에 유튜브 등 인터넷 미디어까지 더해지면, 그는 지금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대부분의 통로에서 활동하며 영향력을 확보하고있다. 집필 활동으로 독자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신뢰를 전달한다면 ‘썰전’에서는 정치를 비롯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알쓸신잡'에서는 "나를 봐, 망했잖아"라며 자신의 정치 실패를 농담으로 삼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과거 ‘싸가지 진보’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는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통해 대중이 친근하게 느끼는 작가, 지식인, 정치 평론가가 됐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는 미디어의 특성을 활용하면서 영향력을 키웠고, ‘알릴레오’와 ‘고칠레오’에 이르러 언론의 역할까지 맡겠다고 나섰다.

유시민이 언론의 공정성을 문제삼은 데는 그가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이 있다. 과거 유시민은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범 진보 정부의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참여정부 시절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이 들었던 게 아니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지식인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던 거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언론에 대해 ‘사실에 의거’하거나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불신을 비춰왔다. 유시민의 정치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요즘 언론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자는 존경은커녕 ‘기레기’라는 멸칭을 듣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고,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기존 언론이다. 정부는 각종 오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SNS 채널 ‘정부 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를 만들었고, JTBC ‘뉴스룸’의 인기 코너 중 하나 역시 ‘팩트체크’다.

뉴스는 많지만 그 뉴스가 정확한 것인지 오히려 알기 어려워진 시대에 “사실을 기초로 합리적 추론”을 내세우는 것은 미디어로서 추구해야할 공정성과 연결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작은 논쟁에서도 ‘팩트’가 중요해진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김어준이 지난 두 정권 동안 당시 정부의 각종 ‘음모론’을 주장하며 지지자를 모았다면, 유시민은 ‘사실’과 ‘합리적 추론’을 내세우며 언론과 대립각을 세운다. 미디어로서의 유시민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은 정치와 언론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언론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하지만 지난 2일, 유시민은 JTBC 신년특집 대토론 ‘2019 한국 어디로 가는가’에서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들의 경제위기 프레임에 대해 “사실에 의거해서 이론적으로 뭘 규명하고 있다기보다는 기존의 기득권층의 이익을 해치거나, 또는 해치고 있지 않지만 혹시 해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막아버리려는 시도”라며 불만을 표했다. 그가 언론에 공정함을 요구하며 직접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단지 사실 관계를 정확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 대한 주류 언론의 프레임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어용 지식인’으로 칭한 유시민이 말하는 ‘사실’과 ‘합리적 추론’은 정부와 관련된 이슈를 기존 언론과는 다른 프레임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2019 한국 어디로 가는가’에서도 그는 최저임금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 찬성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시민은 ‘사실’과 ‘합리적 추론’을 찾되 중립의 위치에는 서지 않는다. 유시민이 ‘고칠레오’ 1회에서 자신이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린다는 주장을 검증 대상으로 삼으며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자신을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상징적이다. 그는 정치와 선을 그었지만, 정치적으로 뚜렷한 입장을 가진 채 기존 언론과 대립하는 그의 역할은 비슷한 입장을 가진 지지자들을 만들어낸다. 작년 12월 27~28일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유시민은 10.5%로 1위를 차지했다.

유시민의 정치 활동 여부는 오직 그의 결정에 달린 일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한 개인이면서도 누구보다도 영향력있는 언론인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정치를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정치적인 인물이 됐다. 이 배경에는 기존 언론보다 영향력있는 1인 미디어를 더욱 신뢰하게 된 대중, SNS를 통해 지지자들이 각자의 타임라인과 구독리스트를 갖게 된 미디어 이용 변화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유시민처럼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또다른 언론, 또는 언론인의 등장은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까.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사람들이 기존의 언론과 정치보다는 그 바깥에 자꾸 관심을 두고, ‘내 편’의 목소리를 반영해주는 곳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정치와 언론은 정말 대중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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