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미디어│② 비평가, 작가, 잡학박사, 유튜버 유시민

2019.01.29
“요즘 내 인생 최고의 예능인이다.” 작년 방영된 tvN '알쓸신잡' 1회에서 유희열은 유시민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전직 정치인이자 비평가,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예능인’으로 불릴 정도의 대중성을 가진 인물은 흔치 않다. TV에서의 정치 비평 및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도서 출간을 비롯해 최근 시작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까지, 각종 미디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어온 유시민이 활동하는 방식들.

‘정치 비평가’ 유시민

2003년 국회의장에 백바지를 입고 나타났던 '진보 싸가지.' 정치인 유시민은 2005년 당시 같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조차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는 지탄을 들었다. 그런 그가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얻기 시작한 건 JTBC ‘썰전’에서 친근한 설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부터다. 예컨대 브렉시트를 설명할 때 유럽연합(EU)을 “스물여덟 가구가 사는 공동주택”에 비유하고, 영국의 입장을 “‘나 이 집 마음에 안 들어! 외부 주민들 출입을 삼가도록 해야 하는데, 경비실에서 제대로 컨트롤도 안 하고 말이야! 나갈래!’ 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상황극으로 설명하는 식이다. 이런 모습은 ‘썰전’ 이후 그를 ‘진보 싸가지’에서 대중이 좋아하는 정치 비평가로 만들었다. ‘썰전’에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하며 “박명수 씨 어록을 들려드리자면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된다. 우리도 성질 한 번씩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온라인에서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단지 친근하고 재미있는 평론가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JTBC ‘2019년 한국 어디로 가나’ 신년특집 토론회에서 그는 방송 내내 자신의 식견을 보여주며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선보였다. 또한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최근 어떤 신문을 보니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30년을 함께 일한 직원을 눈물을 머금고 해고 했다더라”라고 발언하자, “이 기사를 보고 제가 정말 눈물이 나더라. 아니, 30년을 한 직장에서 데리고 일을 시켰는데 어떻게 30년 동안 최저임금을 줄 수가 있냐”고 반박하며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TV에서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원래 위치는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부분.

‘잡학박사’ 유시민

유시민은 ‘잡학박사’ 중의 ‘잡학박사’다. tvN ‘알쓸신잡’ 시리즈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패널들이 ‘미식박사’ 혹은 ‘공학박사’, ‘문학박사’로 호명되는 반면 유시민에게는 유일하게 '잡학박사'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미식 전문가로 출연한 황교익이 뱀장어에 대해 설명할 때 유시민은 왜 뱀장어의 서식이 어려운지를 구체적으로 덧붙여 설명하거나 독일 맥주의 역사를 설명하고, 남다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에 대해 ‘기름이 쭉 빠진 글씨’라 비유하며 미학에 대한 안목도 드러낸다. 심지어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둘러싼 음모론을 설명하다가 스스로도 “나 이거 어떻게 알지?”라며 놀라움을 표하는 모습은 주변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유시민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는 ‘알쓸신잡 2’에서 세조보다 단종이 기억되는 이유에 대해 “정당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옳지 못한 방법을 선택한 것에 대한 단죄”라고 평하고, 목포를 방문했을 때에는 “진도대교를 건너지 않는 것이 세월호 피해자를 추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며 진도에도 사람이 사는 만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지식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달한다. 유시민은 ‘썰전’에 이어 ‘알쓸신잡’을 통해 보다 넓은 영역에 대해 발언하는 동시에,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없이 설득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유시민

2000년 ‘Why not?’ 출간 당시 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 표현했다(한국경제).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을 처음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려놓은 도서는 경제가 아니라 역사 분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그의 저서들은 역사(‘역사의 역사’, ‘나의 한국현대사’,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정치(‘국가란 무엇인가’, ‘후불제 민주주의’, ‘대한민국 개조론’ 등), 경제(‘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등), 글쓰기(‘표현의 기술’, ‘유시민의 논술 특강’, ‘유시민의 공감필법’ 등) 등 수많은 분야를 아우른다. 회고 에세이 ‘어떻게 살 것인가’와, 청년들을 위한 도서 추천 목록인 ‘청춘의 독서’는 자기계발서의 성격도 가졌다. 이처럼 폭넓은 분야의 도서들이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저자는 흔치 않다. ‘알쓸신잡’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언급하되, 책을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은 그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은 물론, ‘작가’로서 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유시민의 최신작 ‘역사의 역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등 각종 역사서들이 서술된 배경을 살피는 ‘역사서술의 역사’(historiography)를 다룬 책으로, 일반 교양 역사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역사의 역사’는 ‘2018 올해의 책’ 1위(인터파크, yes24)로 뽑혔고, 2018년 인터파크 연간 판매량 4위(2018.12.19 기준)를 기록했다. 그만큼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의미. 유시민은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몇 권의 베스트셀러도 대권주자로 가는 작업 아니냐”라는 의혹에 대해 “책을 쓰는 것은 직업”이라 해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많이 쓰고, 다양하게 쓰고,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있다.

‘유튜버’ 유시민

“잊혀지는 영광을 저에게 허락해주시기를 바란다.” 작년 6월, ‘썰전’에서 하차 의사를 밝힌 유시민이 남긴 인사말이었다. 하지만 작년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에게는 ‘잊혀지는 영광’이 허락될 틈도 없었다. 지난 5일 유시민은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에서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업로드하며 정치비평 활동을 재개했고, 원래 1만 명 미만이었던 해당 채널 구독자는 60만여 명을 넘어섰다. 그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1회에서 “언론 모두를 통해서 만나는 많은 정보들은 땅 밑에 있는 것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며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해서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유튜브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을 여당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정부에 대한 가짜 뉴스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알릴레오’ 코너에서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나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처럼 현 정부의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초빙해 대담을 나누고,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팩트체크를 자처하는 ‘‘고칠레오’ 코너에서는 ‘유시민의 차기 대통령설’이나 ‘DJ 노무현 정권 때 북에 돈을 퍼줘서 북핵 위기가 왔다’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작년 5월 대선 직후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범진보 정부의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고 밝혔던 유시민의 발언과 일치하는 방향성이자, 지금까지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와 시사에 대해 언급하게 됐다. 많은 분야에 대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말하고, 작가이자 평론가이며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뒤, 유시민은 이제 정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는 이 새로운 미디어에서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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