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③ 한서진의 처세술을 배우다

2019.01.15
집요하고 안하무인이다. 하지만 나름의 논리와 철학은 있다. JTBC ‘스카이캐슬’의 한서진은 목표지향적이고 뻔뻔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다. 어제의 적을 오늘의 아군으로 만들고, 원하는 바를 어떻게든 얻어내는 그의 처세술은 치열한 정치가 벌어지는 ‘스카이캐슬’에서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한서진이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든 살아남는 법을 정리했다.

1. 원하는 바가 있으면 밀어붙이고 보자

“어머, 선생님 예서는 이미 같이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말투다. 하지만 한서진(염정아)의 이 말은 무려 김주영(김서형)의 뺨을 때리고 그를 해고한 뒤의 대사다. 딸 강예서(김혜윤)의 수업을 대체할 선생을 좀처럼 구할 수 없자, 한서진은 자신이 저지른 폭력과 해고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듯 조선생(이현진)에게 연락한다. 심지어 한서진은 원하는 바가 있으면 상대의 입장이나 조언도 가볍게 무시한다. 김주영이 강예서의 전교회장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냉철한 분석을 내놓아도, 그의 말을 못 들었다는 듯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거예요, 부탁드리는 게 아니라.”라며 자신의 뜻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김주영도 다시 고용하고, 강예서를 전교회장에도 당선시켰으니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한서진처럼 원하는 바를 밀어붙이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조율과 치밀한 계산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번 한서진에게 맞서려다 머리채를 잡히거나 메이플 시럽을 뒤집어쓰는 진진희(오나라)를 기억하자.

2. 숙일 때는 확실히 숙이자

뻔뻔하고 집요하게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만큼, 한서진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시어머니 윤 여사(정애리)의 독설을 견디며 강예서의 입시 코디네이터 비용을 받아낸다. 그가 "어머니, 두고 보세요. 당신 아들보단 백 배 천 배 더 잘난 딸로 키워낼테니까."라 다짐하는 것은 비용을 받아낸 뒤다. 김주영을 설득할 때 역시 눈물을 보이며 부탁하다가도 자리를 떠나며 곧바로 눈물을 닦아냈다. 한서진이 두 상황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른 이에게는 굴욕적인 상황일 수 있지만, 한서진은 원하는 바가 있다면 무릎 쯤 얼마든지 꿇을 수 있다. 심지어 김주영에게 원한을 품고 찾아온 박영재(송건희)의 칼을 대신 맞기까지 할 정도니, 목표를 위한 집요함이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3. 궁지에 몰릴수록 더욱 당당해지자

한서진은 위기 앞에서 더욱 당당하다. 이수임의 말실수로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자신의 입으로 곽미향임을 실토한다. 오랫동안 숨긴 치부가 들통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민총회를 진행한 차민혁(김병철)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챙기고, 이를 조롱하는 주민들의 수군거림을 견딘다. 한서진은 이수임이 고등학교 동창임을 깨닫고 과거를 들킬까 두려워하지만 이내 그를 찾아가 “네가 입 좀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정공법을 택한다. 자신의 교육 방식이 극단적이라는 이수임의 지적에도 한서진은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그래야 내 딸들도 최소한 나만큼은 살 수 있으니까."라며 자신의 욕구를 노골적으로 인정해버린다. 뒤에서는 눈물을 글썽이거나 불안해할지언정, 앞에서만큼은 당당한 그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게 당당하다면 싸움이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복수를 위해 한서진의 집에 들어왔음을 당당하게 시인하고, 홧김에 강예서에게 자신이 강준상(정준호)의 혼외자임을 폭로하는 김혜나(김보라)가 대표적인 예다. 14회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추락사고가 방송되기 전까지, 김혜나에게는 한서진의 태도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4. 싸울 때는 논리와 팩트다

집요하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한서진은 현실에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인간형에 가깝다. 그럼에도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말하기는 상대의 기를 꺾어버린다. 한서진은 영재네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는 이수임의 말에 “오직 너만이 이 불행 때문에 로또 맞아서 이 캐슬에 들어온 주제에 명주 언니를 심심풀이 땅콩으로 만들겠다고?”라 응대했다. 이수임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소설 발표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을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서진은 김주영이 딸 케이를 보여주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자 “뛰어난 아이들 케어하면서 네 상처가 치유되고 있다고? 그걸 믿게 하기 위해서 인생 가여워진 니 새끼까지 팔아먹어? 그런 넌 부모 자격이 있는 거고? 그래서 너한테 그런 불행이 닥친 거야. 니가 이따위라서.”라며 김주영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찌른다.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김주영조차 이 말에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다만 이후 화가 날 대로 난 김주영은 환불을 요청하는 한서진의 말조차 무시하고, 강예서를 세뇌하며 더한 복수를 불태우고 있다. 상대방에게 칼을 꽂으면 그만큼의 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

5. 우아한 한 방이 진정한 고수다

노골적인 험담보다 드러나지 않는 헐뜯기가 더 얄미운 법이다. 한서진은 남편 강준상이 이수임의 남편 황치영(최원영)에게 밀려 척추관절센터장이 되지 못하자, 이수임의 집에 축하 화환을 보내며 그를 위한 축하 파티를 연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이수임의 아들 황우주(찬희)보다 강예서의 성적이 좋다는 점을 어필, 그를 은연중에 불쾌하게 만든다. 특히 한서진은 스카이캐슬 내에서 대부분의 일을 주도하면서도 주변인들을 조종하고 자신은 한 발짝 물러서서 품위를 유지한다. 이수임의 소설 집필을 방해하면서도 자신을 따르는 진진희(오나라)에게 표면적인 여론몰이를 맡기고, 노승혜(윤세아)의 남편 차민혁(김병철)이 가진 허영심을 이용해 그를 주민총회 사회자로 내세운다. 자신이 나설 때조차 그는 행동은 거칠게, 표정과 말은 우아하게 유지한다. 진진희에게 메이플 시럽을 부으면서도 “미안해라”라며 우아한 표정을 유지하고, 웃으며 노승혜에게 “물티슈 좀 부탁해요”라고 말하며 유유히 떠나는 한서진의 모습은 머리채를 잡는 싸움보다 더 치명적이다.

6. 정 안 되면 가끔은 “아갈머리 확 찢어버릴라”를 쓴다

“아갈머리 확 찢어버릴라.” 항상 우아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한서진이 의외의 욕설을 뱉는 순간은 상대에게 다른 위압감을 준다. 그가 영재네 가족의 불행을 초래했던 김주영을 해고하거나, 이수임으로부터 딸 강예서에 대한 지적을 듣는 상황에서 어김없이 ‘아갈머리’는 등장했다. 서로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그가 위압감을 주는 수단이다. 하지만 욕설이 빈번해지면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수임은 한서진의 욕설을 듣고 그가 고등학교 동창임을 알아차리자 두려워하기보다 헛웃음을 지었고, 그의 말버릇을 이미 보았던 진진희는 “왜, 아갈머리도 찢어버리시지?”라 말하며 이를 우습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갈머리’가 유행하는 만큼 ‘스카이캐슬’의 인물들조차도 한서진의 욕설에 면역력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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