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책 읽기│① 당신은 어떻게 읽고 있습니까

2019.01.08
2018년 말 을지로에 ‘아크앤북’이 문을 열었다. ‘아크앤북’을 론칭한 ㈜오티디코퍼레이션은 이곳을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모델로 삼아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점 내부의 식당에서 구입하지 않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반면 ‘책은 미끼 상품이 아니다’, 또는 ‘출판사로부터 위탁받은 책을 서점이 마음대로 이용한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형 출판사 관계자 A는 “서점은 출판사에게서 책을 사가는 게 아니라 일정 부수가 팔리면 그만큼 대금을 지불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유도하면서 망가진 책은 반품시키기 때문에 출판사는 손해를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많은 출판사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아직은 서점에 책을 제공한다. 소규모 출판사 관계자 B는 “우리 책은 동네 서점에도 들어가 있지만 대형 서점에도 들어가 있다. 두께가 얇아 서서도 다 읽을 수 있지만 판매보다 ‘이런 책도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게 하려면 책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책을 알리려면 더 쉽게, 공짜이거나 과거에 비해 낮아진 가격으로 책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다양해진 독서 방식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아크앤북’ 같은 대형서점에 가서 관심있던 책을 읽기도 하고, 보다 저렴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모바일로 원하는 책을 제한 없이 읽을 수 있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많은 유튜브 채널과 팟캐스트 등에서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디지털 시대의 음악 듣기가 그렇듯, 독서 역시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서점의 MD로 일하고 있는 C는 ‘아크앤북’의 등장에 대해 “결국 책이 안 팔리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업계의 불황은 불황이 아니었을 때를 기억하는 것이 어려울 만큼 오래된 일이다. ‘아크앤북’을 비롯한 대형 서점의 변화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대형 서점은 책이 아닌 제품들의 매장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교보문고는 책과 함께 각종 생활 용품을 판매하는 대형 매장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책을 사지 않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읽는 지금, 오히려 책에 과거 이상의 비용을 들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독서 모임에 가려면 도서 구입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단지 책을 사는 것은 물론 관련 굿즈를 구입하며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독서가 모든 독자에게 책을 한 권 읽는 행위였다면 지금 독서는 얼마나 비용을 들여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주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2018 책의 해’를 맞아 지난해 진행된 독자개발연구 보고서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에 따르면 독서에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요인은 ‘개인적 관심과 취향(41.1%)’이다. 이 결과는 지금 독서의 한 방향을 보여준다. 각종 SNS에서 ‘아크앤북’을 검색하면 ‘아크앤북’의 이곳 저곳을 찍은 사진, 그 곳에서 읽은 책들을 인증하는 사진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아크앤북’이 화제의 장소가 되면서 그 곳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책이 무엇인지 타인에게 보여준다. 최근 에세이 서가에 비슷한 느낌의 표지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정 책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은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고, 예쁜 표지는 자신의 감각과 정서를 드러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독서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책의 내용보다 사진을 찍기 좋은 표지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책을 사놓고 읽지 않는 독자층은 언제나 늘 유의미하게 존재했다. 전체 책 판매량 중 책을 다 읽는 독자가 오히려 소수라는 주장은 출판업계의 오래된 속설이다. 이런 독자층은 출판 업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의미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의 가치는 그 내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에 접근하는 맥락에서부터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셀 오바마의 ‘비커밍’이 지난해 11월에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평소 미쉘 오바마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책을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에 하나는 ‘82년생 김지영’이었지만, 판매율이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이 어떤 맥락에서 화제가 되었는지를 알고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의 존재를 알아야 가능하고, 세상의 그 많은 책 중 하나를 골라서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은 지금 내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책과 세상은 상호적 관계고, 어떤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국 세상에 닿으려는 노력이다. ‘아크앤북’의 사례처럼 그 책들에 어떻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느냐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지만, 책은 이제 개인의 교양을 쌓는 도구라는 개념을 넘어, 자신이 세상과 연결 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지금 독서 방식의 변화는 그래서 책을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든 책에 닿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책에 대해 알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책 끝을 접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디북스 관계자는 “독서에 대한 경험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가까이에 왔고, 당신은 어떻게든 책을 만날 수 있다. 이제 결정할 차례다. 당신은 세상과 가까워지기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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