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앰버 허드, 새로운 영웅

2019.01.02
*영화 ‘아쿠아맨’의 내용이 있습니다.

영화 ‘아쿠아맨’에서 붉은 머리카락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바다의 공주 메라(앰버 허드)의 모습은 얼핏 인어공주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는 공주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과 아틀라나 여왕(니콜 키드먼) 사이에서 태어난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를 찾아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부동생 옴 왕(패트릭 윌슨)을 막으라 재촉하고, 제벨 왕국을 위해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하는 대신 위기에 처한 아서를 구출하기를 선택한다. 아서가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지혜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고, 적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도 남성에게 뒤지지 않는 강렬한 액션 신을 선보이기도 한다. ‘아쿠아맨’이 아서가 단지 왕의 혈통을 가진 자가 아니라 영화속 대사대로 “영웅”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보여주듯 메라 역시 공주라는 신분보다 영웅으로서의 행동이 더욱 인상적인 캐릭터다.

아름다운 외양만으로 기억되지 않고, 서사의 한 축을 이끄는 추진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메라를 완성하는 건 “7살 때부터 공주보다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왕자가 되고 싶었다”(‘씨네21’)는 앰버 허드의 강단이다. 2016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가진 얼굴’ 1위로 꼽혔을 정도로 이상적인 외모를 가졌고, ‘쓰리데이즈 투 킬’에서 “아뇨, 난 모든 남자의 이상형이죠”라고 말해도 괴리감이 없던 배우. 하지만 그는 정작 "외모에 의존하지 않는 배역을 찾고 싶었지만 업계에 아는 사람이 없어 쉽지 않았고 엑스트라부터 시작하며 싸워왔다"(‘Company magazine’)고 말했었다. 2004년 영화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트’에서 단역으로 데뷔하며 다양한 작품을 거쳐왔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그의 섹시한 이미지였다. 첫 주연작인 ‘모든 소년들은 맨디 레인을 사랑해’에서 앰버 허드는 모든 남자들이 잠자리를 하기 위해 내기를 하는 퀸카로 묘사됐고, 그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인 ‘겟 썸’에서도 남자들의 싸움 속에서 매력을 발휘하는 여자친구를 연기했다. ‘럼 다이어리’에서는 지방 신문 기자를 유혹하는 팜 파탈의 여성이었고, ‘수상한 그녀’에서는 심지어 중년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여고생으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다크니스’나 ‘더 워드’같은 공포영화를 비롯해 다작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작품 밖에서도 배우로서의 커리어보다는 조니 뎁과의 결혼과 이혼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름답거나 예쁘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아서 매력을 느꼈다”(‘아쿠아맨’ 라이브 컨퍼런스)고 밝힌 ‘아쿠아맨’의 메라를 선택했고, 이를 통해 외모나 사생활로 소비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에서 앰버 허드가 연기하는 메라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현명하고 용감하면서도 신념이 굳센 메라는 단순히 배우의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관객의 기억에 남기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남성을 구출하면서 주어진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적들에게 맞서기 전에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과감하게 주먹을 날리는 메라를 통해 앰버 허드는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2010년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이후 앰버 허드는 LGBT 인권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보여줬고, 지난 10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도 스스로를 ‘배우이자 인권 활동가(Actress and Activist)’로 정의한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활동이 사회적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여성 수퍼히어로가 필요하다. 우리는 더 많은 여성을 이 세상에 필요로 한다. 우리는 잘 나가고 강하고 고차원적이며, 우리가 존경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을 만한 더 많은 여성 캐릭터가 필요하다. (아쿠아맨을 통해) 우리의 딸들 자매들 그리고 아이들은 강한 여성상을 볼 수 있다. 이젠 그럴 때도 됐다.” (‘Screenrant’) 그의 말처럼 힘과 지혜를 갖춘 메라의 등장은 개인의 특정한 정체성이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커밍아웃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 일이나 삶, 스스로를 표준화된 기준에 맞추고 싶지 않았다.” (‘ELLE’) 앰버 허드는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킨다.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영웅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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