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존재감

2018.12.26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연기하는 에밀리는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폭우 속을 뚫고 걸어오는 그의 모습은 손에 든 우산과 머리에 쓴 페도라, 그리고 전신을 휘감은 빈틈없는 슈트에 거대한 남성용 손목시계까지 모두 어두운 색이다. 그 사이로 빛나는 것은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트레이드 마트라고 할 수 있는 긴 금발머리와 여유 있는 표정이다. 위압감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분위기. 성별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홀리는, 그래서 복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에밀리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178cm의 장신에 길게 늘어뜨린 금발머리, 마치 바비 인형을 연상시키는 얼굴.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외모를 타고났고, 이런 외형은 데뷔 초 그가 주연을 맡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데뷔작인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에서 그는 여름 햇살 아래 눈부신 청춘을 만끽하는 소녀, 브리짓을 연기했고 구김살 하나 없이 시원스런 미소는 하이틴무비답게 사랑스러웠지만 전형적인 ‘금발 미인’ 이미지를 구축할 만한 것이기도 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드라마 ‘가십걸’의 히로인 세레나 역에 캐스팅 된 이유에 대해서 “내 머리가 금발이기 때문”('allocine')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이 이미지는 오랫동안 그를 대표하는 것이었다. ‘가십걸’로 인해 스타덤에 올랐지만, 후에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좀처럼 연기력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그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여성이자 배우로서는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결혼과 출산을 거친 후부터다. 2016년 개봉한 ‘언더워터’에서 그는 영화 내내 수영복 차림으로 식인상어와 사투를 벌인다. 출산 후 몇 개월 만에 완벽한 근육질의 몸매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살아남기 위해 대적할 수 없는 존재와 맡서는 낸시 캐릭터 역시 그동안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보여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에서는 다시 1930년대 자체를 상징하는 듯한 완벽한 금발 미인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하이틴스타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서 스토리를 끌고나가는 것은 에밀리의 실종으로 인해 미스터리한 상황에 빠지는 스테파니(안나 켄드릭)다. 하지만 작품 전체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기묘한 매력을 불어넣는 것은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역할이다. 그는 자신의 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외모를 십분 활용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존재감으로 작품을 이끌어 간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촬영하며 가장 우려했던 점’을 묻는 질문에 “6년 동안 예쁜 옷을 많이 입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소녀를 연기했다. 이 영화의 캐릭터도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일하는 여자지만 생김새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으면 했다”('버즈피드')라고 말했다. 그래서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감독에게 남자 슈트를 입겠다는 아이디어를 직접 냈고, 여러 스타일을 종횡무진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등장만으로도 남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금발 미인. 이는 여전히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대표하는 이미지지만, 앞으로는 이것만으로 그를 설명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해질 것 같다. 금발 미인의 클리셰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아하게 진주목걸이를 걸면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둔기를 떨어뜨리는 여자. 그게 바로 지금의 블레이크 라이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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