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② 박보검이 말하고 행동하는 법

2018.12.11
tvN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연기하는 김진혁은 비현실적으로 보일만큼 기존의 드라마 남자 주인공과는 다르다. 그동안 박보검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소년같이 해맑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는 속 깊은 남자의 얼굴을 만들어왔고, 이는 결과적으로 그가 조금은 결이 다른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중심으로 무엇이 박보검을 특별한 남자로 보이게 만드는지 살펴봤다.


박보검은 누구에게나 예의를 지킨다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석현은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유형의 남성이었다. 그는 빚을 받아내기 위해 칼을 들고 집까지 찾아온 일영(김고은)을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불렀으며, 파스타를 만들어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기까지 한다. 김혜수와 김고은 두 여성배우가 주축이 된 이 영화에서 박보검의 역할은 마치 남성 배우들 위주의 느와르 영화 속 주인공의 상처를 감싸 안아주는 성녀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예의 바르고 조심스럽게 누군가를 품어줄 법한 모습은 이후 박보검이 연기한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어진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그는 천재바둑기사지만 거만하지 않으며 또래 친구들과 동네 어른들을 소중히 여기는 최택을 연기했고, ‘남자친구’에서는 구김살 없이 심지 곧은 김진혁을 연기한다. ‘남자친구’에서 김진혁이 차수현(송혜교)과 처음 마주치는 장면에서 차수현의 차는 김진혁의 카메라를 망가뜨렸고, 비서 장미진(곽선영)은 다소 무례한 태도로 일관한다. 하지만 김진혁은 화를 내는 대신 자신 때문에 차가 막히는 것을 더 걱정하며 “다친 데도 없고 괜찮으니까 그냥 가세요”라고 말한다. 창문 너머로 이를 지켜본 차수현이 그에게 남다른 인상을 받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박보검은 자격지심이 없다
‘차이나타운’의 석현은 아버지의 빚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셰프의 꿈을 잃지 않는다. 엄마(김혜수)의 충실한 도구로써 살아가던 일영은 그런 석현의 모습에서 당혹감과 동시에 끌림을 느낀다. ‘남자친구’에서 차수현과 김진혁의 관계는 한발 더 나아가 기존 드라마 속 남녀의 위치를 역전시켜놓은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둘은 각각 호텔의 여성 대표와 그 호텔에서 일하는 남성 직원으로, 김진혁은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집안 출신이자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다. 하지만 김진혁은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자신과 차수현을 비교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차수현 앞에서 필름 통에 넣어놓은 얼마 안 되는 쌈짓돈을 확인하다가 들켜도, 차수현이 이코노미 석을 비즈니스 석으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해도 그는 절대 마음 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 플러스 원 양복을 입지만 ‘자신은 네이비와 그레이가 모두 어울린다’며 해맑게 웃고, 생일선물로 립스틱을 건네면서도 “저는 신입사원이고 명품 선물 준비하다 가랑이 찢어지면 모양 빠져서. 모델 사진 봤는데 대표님이 더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정말로 보기 드문 남성이다.

박보검은 지시받는 것을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남자친구’에서 김진혁은 뭐든 능숙하게 해내는 남자가 아니다. 차수현을 대신해 운전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사회초년생인 그에게 비싼 외제차는 낯설고 어려운 존재다. 이를 운전하기 위해서 김진혁은 차수현에게 조작법을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박보검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배우고, 지시를 받는 장면은 올해 초 방영됐던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서도 익숙히 보아왔던 모습이다. 서울 스케줄을 간 이상순을 대신해 단기 알바생으로 등장한 그는 민박집 주인 이효리와 선배 알바생 임윤아의 지시대로 자신의 역할을 착실히 해나갔다. 첫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저는 뭘 하면 좋을까요?”라거나 “손 한번 씻고 올까요?”라고 물어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노천탕을 청소할 때도 임윤아의 지시에 따라 마치 그의 손발이 된 것처럼 움직였다. 박보검은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 쉽사리 선을 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도권을 잡으러 애쓰는 것보다는 훨씬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태도다.

박보검은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준다
‘효리네 민박’에서 박보검은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곤란해 하는 손님들을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하며 “불편한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호의를 베풀면서도 상대방의 의사를 한 번 더 확인한 것이다. 그가 ‘남자친구’에서 연기하는 김진혁도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갖춘 남자다. 차수현과 쿠바에서 우연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좋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김진혁은 쉽게 그에게 다가가는 대신 아침식사 약속을 잡고, 자신이 무작정 차수현이 오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 전화번호를 줄 때 역시 마찬가지다. 김진혁은 손바닥에 자신의 번호를 쓰고 차수현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대표님 번호는 제가 알면 불안하실 테니까. 제 번호는 허드레 번호라서 괜찮아요. 대신 보이스 피싱에만 넘기지 말아주십쇼”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고 배려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남자의 행동이다.

박보검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남자친구’에서 우연히 차수현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김진혁은 그가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쿠바에서 에스코트해준 보상을 거절하면서 “좋은 마음으로 한 건데 연락처 대뜸 주면 사심처럼 보일 것 같다”라고 환하게 웃고, 차수현이 자신의 상사가 된 후에도 밤새도록 트럭을 몰고 그에게 달려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말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박보검은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없는 프로 바둑기사의 얼굴과 동시에 친구 아버지인 성동일 앞에서 ‘매일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린 아이의 얼굴을 보여줬다. 때때로 대책 없다고 느껴질 만큼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은 작품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 박보검은 듄 45의 일출을 보며 류준열과 가족 이야기를 하던 중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부모님은 저를 많이 찍어주셨는데, 생각해보니 저랑 함께 찍은 사진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형이 가족사진을 선물해 준다고 하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모습은 그가 연기한 인물들과 닮아있다. 그리고 이는 ‘남자가 우는 것은 흉하다’라는 편견이나 감정을 숨기려 일부러 상대방에게 못되게 구는 ‘츤데레’ 캐릭터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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