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인물들│화사로 말할 것 같으면

2018.12.07
‘ize’는 이번 한 주 동안 2018년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 할 ‘2018 올해의 인물들’을 선정했다. 하루에 두 명씩, 총 10명이다. 아홉번째 인물은 가수 화사다.


화사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청룡영화상’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연말 시상식 등에서 남다른 포스를 풍기던 걸그룹 마마무에서도 화사는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늘 보여 주고 있었다.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소리꾼이며, 애절한 발라드에서 재치 있는 랩까지 형식을 가리지 않는 재주꾼이고, 눈썹과 입술의 씰룩거림만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그냥 ‘꾼’이었던 것이다.

시작은 곱창이었다. 누구도 혼자 사는 것 같지는 않다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화사는 꾼으로서 곱창 먹방을 보여 주는데, 한여름 야외 테이블에서 곱창이며 막창을 쓱쓱 구워 먹는 장면에서 무대에서의 자신감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마무의 무대를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없듯 화사의 곱창 먹방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 나서 화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방송 이후 (내가 근무하는 동네인) 신사역 먹자골목에는 있던 곱창집은 줄이 섰으며 없던 곱창집은 신장개업했다. 이태원도, 홍대도, 부산도, 광주도 2018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곱창이 유행했다고 한다. 화사처럼 먹기 위해, 화사처럼 되기 위해.

우리는 참으로 잘 먹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 여럿 죽어 나가는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김을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찾아내 즐긴다. 상식적으로는 인체에 대한 자발적 학대로 보이는 ‘많이 먹기’ 개인 방송도 인터넷 곳곳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올해 이영자는 먹는 장면이 아닌, 먹을 것을 표현하는 입담만으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만한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화사는 무엇이 특별하고 무엇이 달랐는가. 그냥 본인이 편해서 입은 것처럼 보이는 패션으로, 털털하다 못해 과하다 싶은 솔직함으로 화사는 곱창 앞에 앉았다. 본인이 많이 먹고 잘 먹는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곱창을 모시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문하고 굽고 밥을 볶고 마저 먹은 것처럼 보인다.

결혼하지 못해 노년이 이른 어머니를 걱정시키는 중년 남성을 비롯해 장모님과 사위, 스타와 매니저, 느닷없이 해외 관광지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는 연예인, 더욱 더 느닷없이 군사 훈련을 받는 연예인 등등 관찰형 예능은 범람하고 있다. 시청자는 어느덧 관찰에 있어 전문가가 다 된 듯 카메라 앞에서의 진짜와 가짜, 솔직함과 가식을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화사는 곱창 앞에서 솔직했던 것이다. 그가 무대 위에서 늘 솔직하고 가식이 없던 것처럼.

그런 솔직함은 마마무 팬, 아니 가요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세상에는 이제야 알려진 듯하다. 화사는 청룡영화상이라서 김혜수의 이름을 외친 게 아니라, 진짜 김혜수를 좋아해서 한번 불러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매회 가요프로그램에서 조금씩 바꾸는 가사와 안무도 좋아서 그렇게 한 것 같다. 눈을 내리깔며 관객을 압도하고 표정을 비틀어 가사 속 나쁜 남자를 경멸하다, 묘한 웨이브로 다시 리스너를 유혹한다. 가수로서의 실력이 뒷받침된 솔직한 퍼포먼스가 이제껏 쌓여왔고, 이것이 예상치 못하게도 곱창 앞에서 터진 것이다. 곱창의 식감처럼, 고소한 박력으로.

다시 화사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예능인이 아닌 뮤지션이다. 곱창 먹방 이후 다시금 등장한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는 사실 조금 어색했다. 2018년을 예능의 한 장면으로 장악한 그가 2019년에는 음원과 공연으로 다시 그 일을 해내길 바란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겨울의 초입, 유력한 아웃도어 매장에는 화사의 사진이 붙어 있다(다른 브랜드의 모델로는 수지, 아이즈원, 트와이스 등이 있다). 이렇게 된 이상 화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없었던 디바로. 솔직하고 개성 있고, 출중하고 매력 있는 꾼으로서.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화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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