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인물들│이국종의 직업

2018.12.07
‘ize’는 이번 한 주 동안 2018년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할 ‘2018 올해의 인물들’을 선정했다. 하루에 두 명씩, 총 10명이다. 열번째 인물은 이국종 교수다.


많은 사람들이 이국종 교수를 높이 말한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다. 그가 외상외과 분야에서 보여준, ‘사람을 살린다’는 명확한 가치의 실현이 있다. 2011년 석해균 선장과 2017년 귀순 북한군 병사의 치료는 많은 이들에게 이국종 교수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2002년 이래 그가 외롭게 싸운 세상의 벽을 좀 더 널리 알린 기회이기도 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그가 보여준 책임감과 그에 대비되는 환경 및 제도의 부실함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고, 국민 청원으로 상징되는 변화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여기에 정치, 행정 그리고 의료계에 대하여 대중이 품고 있는 불신이 더해져, 그를 남다른 인물로 만든다.

그가 한창 미디어의 주목을 받던 시기, 자신을 ‘의료 노동자’일 뿐이라 말하는 것에는 단순한 겸손이나 자신을 낮추어 외상외과 분야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사회적 수사 이상의 복잡함이 있었다. 올해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과 TV 토크쇼를 통하여 자세히 털어놓았고, 이 복잡함의 정체는 ‘업’에 대한 고민을 바탕에 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TV 토크쇼는, 마치 위인전처럼 그가 외상외과 분야에 뛰어든 신화적 기원을 기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낸 책 ‘골든아워’보다 훨씬 자세하게 설명한 경력의 출발점은 모든 사람들이 전공과 직장을 택할 때, 혹은 택해질 때 벌어졌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외상외과를 선택했다.

이국종 교수가 특별하다면, 그 이유는 뛰어난 의술로 누군가를 살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옳은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의 직업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치열함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가 자신의 일에 대하여 반복하는 언어를 보자. ‘업의 본질’, ‘시스템’, ‘지속가능성’, ‘개인의 희생’, ‘기본 체력’. 그를 가로막는 언어를 보자. ‘자원배분’, ‘우선순위’, ‘형평성’. 이 언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뜨겁게 달구거나 차갑게 할퀴는지 헤아릴 수 없다. 그가 ‘골든아워’에서 ‘보직으로 부여받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최선을 다하’는 이순신을 말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중요한 가치는 그것이 평범해 보이거나 상투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드러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는 그것이 보편적이며 부정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보여준다.

‘골든아워’는 현실이 그렇듯 해피엔딩이 아니다. 외상외과 분야의 여건이 개선된다는 뉴스도 들려오지만, 이국종 교수는 이를 기뻐하는 대신 경계할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개인적 희생으로 버텨온 시간을 안타까워하고, 그 희생에서 비롯된 업무적 유산이 역사 속에서 의미 없이 사라질 것을 염려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꿈은 함께 일하는 후배 정경원이 시작할 수 있는 곳까지 나아가는 것뿐이다. 이는 실망도 체념도 아니다. 이상과 현실을 모두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그는 의도한 적이 없겠지만, 그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업에 관계없이 큰 위로를 받았음을, 외롭지 않다는 위안을 얻었음을 전하고 싶다. 외상외과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의 어느 한편에서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이 이국종 교수에게 빚을 진 것이라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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