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인물들│송은이, 잘 될 줄 알았어!

2018.12.06
‘ize’는 이번 한 주 동안 2018년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할 ‘2018 올해의 인물들’을 선정했다. 하루에 두 명씩, 총 10명이다. 일곱번째 인물은 개그우먼 송은이다.


태훈이란 친구가 있다. 나에게 늘 "넌 참 한결같이 비주류 취향이다" 라는 말을 해댔던 친구다. 이 말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딱히 그러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팬을 자처한 연예인들은 TV에서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태훈이가 나에게 또 “넌 참 한결같이 비주류 취향이다”라고 말을 했을 때는, 내가 “난 송은이랑 이홍렬이 너무 웃겨” 라는 말을 한 뒤였다. 송은이에겐 미안하지만, 난 정말 송은이 팬이였다.

송은이는 정말 좋았다.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위트부터 참 좋았다. 털털하고 할 말 다 하는 똑똑한 코미디언이기도 하고, 게다가 다재다능하다. 요즘 걸그룹 셀럽파이브로 그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지만, 송은이는 예전부터 음악도 만들고 노래도 잘 했다. 그리고 남자들이 가득한 버라이어티 쇼의 세계에서 여자 예능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송은이가 김숙과 팟캐스트를 하기 전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자 후배들과 함께 무언가 하고 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송은이는 점점 TV 밖으로 사라졌다. 그 스스로도 말한 것처럼 방송사에서 불러주지 않아서였다. 그가 여러 여자 예능인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한 것도 결국 방송사에 출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다행히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 송은이는 일련의 시도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과거보다 더 자주 TV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후 유능한 제작자이자 기획자로서의 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작자로서의 면모에 찬사를 보낸다. 송은이가 타고난 제작자의 재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송은이가 자기 역할만 하고 집에 가는 방송인은 아니었을 거라는 점이다. 여성 예능인의 역할이 축소되고, 심지어 아예 배제되던 시절에 송은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동료가 필요했을 것이고, 동료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어야 하고, PD가 어떤 부분에 반응하는지도 유심히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았을까. 기회를 마련해야 하니 팟캐스트라는 답을 찾고, 팟캐스트에 제일 어울리는 사람으로 김숙의 재능을 생각한 것은 살아 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송은이의 재능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특화 돼 있다. 영상 컨텐츠는 결국 최종 편집자이자 최초 기획자인 PD의 생각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아무리 포장을 한다 해도 어느 순간 솔직한 심정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송은이의 프로그램을 보면 송은이가 보인다. 멋진 앵글 욕심보다도 내 친구가 얼마나 재밌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한 PD. “너 그거 잘하잖아, 그거 보여줘!”라며 PD가 더 신나게 엉덩이를 들썩이며 출연자 개인기를 부추기는 PD를 본 적 있는가. 개인적으로 할머니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손녀인 내가 할머니의 매력을 너무 잘 알아서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송은이는 자신의 동료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제작자이자 예능인으로서 그의 미덕이다. 송은이는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자세히, 가능한 더 좋게 바라보려 노력한다. “일은 미치도록 힘들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사람들을 찍는단 말입니까! 이 말도 안되게 웃기고 사랑스러운 여자들 좀 봐주세요!! 제발!!”하는 느낌이랄까. 거창한 기획의도 없어도 제작자가 출연자를 사랑해서 만드는 컨텐츠는 티가 난다.

올 한 해 동안 송은이의 성공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의 성공이 아주 단순한데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무엇이라도 하려고 하는 마음. 그 마음을 갖고 무엇이든 해보려는 태도가 송은이를 여기까지 오게 하지 않았을지. 송은이가 요즘 다시 TV에 자주 보이는 것이 기쁜 이유다. 그리고 태훈아 보고있니? 송은이가 이렇게나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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