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인물들│마동석 딜레마

2018.12.04
‘ize’는 이번 한 주 동안 2018년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할 ‘2018 올해의 인물들’을 선정했다. 하루에 두 명씩, 총 10명이다. 네번째 인물은 영화배우 마동석이다.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를 반복해 보여주는 것은 별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배우의 ‘대체불가’한 매력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영화가 지나치게 배우의 이미지에만 기대어 있다면 그것은 문제다.

지난해 ‘범죄도시’의 성공으로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흥행성을 인정받는 주연배우 자리에 안착했다. 연달아 개봉한 ‘부라더’ 또한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게다가 연말에는 ‘신과 함께-죄와 벌’이 메가 히트작의 반열에 오르면서 2편에 본격적으로 출연할 ‘성주신’ 마동석에 대한 아우라와 기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올해 개봉작 중 마동석이 주연한 작품은 무려 다섯 편이다. 5월 ‘챔피언’을 시작으로, 8월 ‘신과 함께-인과 연’, 9월 ‘원더풀 고스트’, 11월에는 ‘동네사람들’, ‘성난 황소’ 두 편이 연달아 개봉했다. 비슷한 시기의 다작 개봉이 꼭 의도라기보다는 공교롭게도 배급 시기가 몰리면서 발생한 상황일 것이다.

올해 쏟아진 마동석의 영화들이 차용하고 있는 그의 이미지는 ‘부산행’, ‘굿바이 싱글’ 등을 통해 선보인 ‘마요미’로서의 마동석이 아니라, ‘베테랑’ 속 ‘아트박스 사장’에 한층 가깝다. 우리 주변에 섞여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나타나 맨손으로 악의 무리를 응징해줄 것 같은 우락부락하고도 정겨운 히어로. 이러한 마동석의 이미지가 기획의 출발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 삼을 게 없다. 그러나 각본이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탄탄하게 뒷받침했어야 하지 않을까. 두꺼운 팔뚝이 트레이드마크인 마동석이 ‘팔씨름’을 한다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착상에서 시작한 ‘챔피언’을 보라. 마동석의 팔뚝만큼은 실컷 보여줬지만, 대신 그가 액션 연기 만큼 잘하는 일상적인 대사 연기는 빼앗아버렸다. 한국말이 서툰 입양아라는 설정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팔씨름 경기만으로는 영화의 승부수를 띄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입양아, 싱글맘 등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의 연대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는 영화 속 세계 자체가 인공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착하고 도식적이라 그들의 감정에 밀착하기 쉽지 않다. 이들의 사연은 그저 흔하디흔한 신파로 흘러가버린다.

‘원더풀 고스트’는 마동석의 이미지를 슬쩍 비틀어본다. 마냥 정의로울 것만 같은 그가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빠로 등장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에게는 슬픈 과거가 있고 각성하게 된 그는 억울하게 유령이 된 경찰 태진(김영광)을 대신해 싸운다. 고스트 버전의 ‘투캅스’, 수사물 버전의 ‘사랑과 영혼’이랄까. 하지만 태진은 마동석이 연기하는 장수에게 줄곧 애걸하는 인상을 남긴다. 마동석, 아니 장수가 나서줘야만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한 소도시에 부임한 기간제 교사가 사라진 여학생들을 찾아 나서는 ‘동네사람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그곳의 교사나 경찰, 정치인 등은 기이할 정도로 모두 한통속이라 외지인인 기철(마동석)만이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홀연히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고 또 홀연히 사라진다. ‘성난황소’에서는 그래도 동철(마동석)을 조력하는 인물들이 있다. 아내가 납치된 후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동철 곁에서 곰사장(김민재)과 춘식(박지환)은 영화의 잔재미를 살리며 팝콘무비로서의 적당한 가벼움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맨몸으로 적장을 뚫고 들어가 적들을 물리치는 액션은 오로지 동철의 몫이다. 이 영화들은 지나치게 마동석만을 사랑한 나머지 그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

이밖에도, 이 영화들을 보면 어떤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디서 본 듯한 짜깁기 설정에, 극의 사건을 진행시키기 위해 대상화되는 여성 피해자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남성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공권력과 부조리한 기득권, 사채업자나 조폭, 사이코패스로 수렴되는 납작한 악역, 극의 재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감정의 재고나 맥락 없이, 특히 피해자가 생존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다음 장면에 악랄하게 욱여넣는 유머와 개그코드,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한 작위성 짙은 액션. 무엇보다 누군가를 구원하는 남성 영웅의 활약을 최대한 멋지게 전시하게 위해 다른 존재들을 쉽게 지워버리고 단순화하고 희생시키는 세계가 버젓이 그려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올해 개봉한 마동석의 영화들 중 ‘신과 함께-인과 연’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많이 넘긴 작품이 없다. 이것은 관객이 벌써 마동석의 이미지에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미지는 여전히 한국 영화계의 소중한 자산이자 관객의 즐거움이다. 이 결과는 마동석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해 그것을 기능적으로 다루는 데서 온 어떤 한계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경향이 최근 한국영화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보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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