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콘셉트│② 2018 걸그룹 변화의 모먼트

2018.11.20
소녀시대, 블랙핑크, 마마무,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프리스틴V, 위키미키, 구구단, 여기에 선미와 태연, 유리, 효연, 아이유 등등. 2018년은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여성 가수들이 당차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내세워 활동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몇 년 사이 여성들이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자연스레 생긴 변화들이 아이돌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친 결과일 것이다. 올 한 해, 걸그룹 시장의 변화를 실감케 만든 순간들을 모아보았다.

# (여자)아이들의 선전

2018년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 중에 데뷔곡으로 1위를 차지한 팀은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여자)아이들과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프로듀스 48’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뿐이다. 그중 (여자)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의 걸그룹이 데뷔 앨범에서는 발랄하고 귀여운 면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자기 식대로 사랑하고 그 감정에 흔들리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리더인 소연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보여준 랩 실력과 더불어 타이틀곡 ‘LATATA’의 작곡, 작사를 맡았다. 보이그룹의 경우 데뷔부터 작사, 작곡, 프로듀싱, 안무 창작 등의 영역에 참여하면서 ‘실력파’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멋지다는 칭찬을 이끌어내는 일이 잦다. 그러나 걸그룹은 외모 이야기가 이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연의 역할과 (여자)아이들의 콘셉트는 많은 신인 걸그룹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 에이핑크의 변신

S.E.S.와 핑클로 시작된 한국 걸그룹의 청순 계보를 잇던 에이핑크는 올해 7월에 ‘1도 없어’라는 곡으로 컴백했다. ‘NoNoNo’, ‘Mr. CHU’ 등의 히트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울적한 분위기의 이별 노래인 ‘LUV’를 부른 적도 있지만, 기존과는 아예 정반대인 섹시한 콘셉트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JTBC4 ‘나만 알고 싶은 비밀언니’에 출연한 멤버 하영조차도 “팬들이 안 좋아하면 어쩌나” 고민했을 정도로 그들에게 큰 변화였던 셈. 그러나 에이핑크의 변신은 단순히 청순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었던 걸그룹이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지금 트렌드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미, 블랙핑크, 레드벨벳 등의 어둡지만 세련된 콘셉트가 인기를 끄는 상황까지 맞물리며 에이핑크는 파스텔톤의 사랑스러운 뮤직비디오와 발랄한 안무 동작에서도 벗어났다. ‘섹시하다’, ‘걸크러시다’라고 일컬어질 법한 연출을 짜깁기한 듯한 뮤직비디오처럼 결과물의 완성도 자체가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청순 콘셉트에서 상징적이었던 그룹이 바로 이 시기에 변화를 꾀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마마무 화사의 부흥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곱창을 먹는 장면이 나간 후, 전국에 있는 곱창집이 식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소주 브랜드에서는 화사가 유행시킨 깔라만시 소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소주를 구매하면 깔라만시 원액 일정량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해서 항상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곱창, 김부각, 소주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기가 원하는 공간에서 편안한 자세로 먹는 그의 모습 자체가 음식을 더욱 맛있어 보이게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걸그룹 멤버들은 항상 다이어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무대 위를 휘젓고 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흥이 가득한 화사의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던 때처럼, 그는 음식을 먹을 때도 화장기 없이, 그저 자기가 좋은 대로, 먹고 싶은 만큼 신나게 즐긴다. 화사를 통해 대중은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이 다양한 취향과 성격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 아이즈원과 트와이스의 선택

Mnet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탄생한 아이즈원 멤버들은 쇼케이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도 귀여운 것을 할 줄 알았다.” 멤버들조차도 신인 걸그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들의 데뷔곡 ‘La Vien Rose’는 앞으로의 각오와 열정을 붉은 장미꽃에 비유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주력했고, 강렬한 퍼포먼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여기에 앙증맞은 안무와 남성의 고백을 기다리는 여성의 모습을 발랄하게 표현하며 4년째 최고 인기 걸그룹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트와이스까지 ‘Yes Or Yes’를 통해 먼저 남성에게 고백하는 여자의 당돌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제 제작자들은 신인 걸그룹에게도 ‘열정’, ‘붉은색’처럼 강렬한 키워드를 사용하고, 가사와 안무의 기조를 수정하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의 반응을 살핀다.

#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

한 유명 걸그룹 기획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니의 솔로 앨범은 걸그룹이 부진한 계절에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좋은 시도다.” 그를 비롯해 많은 대중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강조하듯, 가을과 겨울은 계절감 때문에 아이돌 음악이 발라드 음악에 밀려 약세일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걸그룹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낸다는 것은 언뜻 무모해 보이지만, 사실 선미나 태연처럼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선을 오가며 활동 중인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단, 제니의 데뷔와 음원 차트 1위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블랙핑크로서 보여준 모습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블랙핑크는 2NE1을 이어 YG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걸그룹이 됐고, 그 기조를 이어받아 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곡을 선보였다. 이 영향력을 바탕으로 제니가 ‘SOLO’에서 ‘Baby, 자기, 여보 보고 싶어 다 부질없어’라고 노래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는 현재까지 음원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결과는 블랙핑크의 인기가 그들이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는 여성의 애티튜드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대중, 특히 여성 소비자는 지금 멋있는 여성의 모습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제니의 ‘SOLO’는 블랙핑크의 영향력을 산업적으로 유리하게 풀어낸 결과물임과 동시에, 걸그룹에게 기대하는 대중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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