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영화│② 마동석 영화의 7가지 법칙

2018.11.13
독보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이거나. 22일 ‘성난 황소’로 올해만 다섯 번째의 주연 영화 개봉을 앞둔 마동석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가 모두 가능하다. 그만큼 액션과 무해한 남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비슷비슷해진 캐릭터에 대해 “여러 영화에 출연하면서 이미지가 소비되는 면이 있다”(‘동네사람들’ 언론시사회)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주 나오는 마동석의 작품들 속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에게 발견되는 법칙들을 찾아보았다.

1. 마동석이 맨몸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누구나 알듯, 강한 인상과 거대한 팔뚝을 가진 마동석은 한눈에 봐도 잘 싸울 것처럼 생겼다. 지난 1월 대한팔씨름연맹 KAF 이사로 취임하기도 한 마동석은 영화 ‘챔피언’에서 거대한 체구와 20인치 팔뚝만으로도 팔씨름 선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의 맨몸 액션은 영화에서 정의 구현을 위한 치트키라 할 수 있는데, 칼이나 총 같은 흉기를 최대한 배제하는 액션은 폭력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강력한 힘으로 악역들을 물리치거나 사람들을 구한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그저 맨손으로 후려쳤을 뿐인데도 바로 쓰러지고 마는 조직 폭력배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야, 숨 쉬어, 숨!” 장첸(윤계상)이 도끼로 사람들을 찍고 다니는 걸 보면 그가 다소 걱정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마동석의 팔뚝은 도끼보다 빠르다. ‘부산행’에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상화(마동석)의 비현실적인 모습조차 마동석이 연기하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다못해 울버린도 아다만티움 골격이 필요한데, 마동석은 맨몸만으로도 충분하다.

2. 마동석이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트레이닝복은 마동석의 페르소나다. ‘베테랑’에서 아트박스 사장으로 특별 출연을 했던 마동석의 배역 이름은 ‘덩치 큰 운동복’이었다. 만약 그가 반듯한 정장이나 티셔츠를 입고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를 말했다면 임팩트가 덜하지 않았을까. 트레이닝복은 서민적이면서 편안한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타이트한 핏으로 그의 우락부락한 몸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네사람들’에서의 학교 체육 선생님일 때도, ‘범죄도시’에서 형사를 연기할 때도, ‘챔피언’에서 팔씨름 선수를 연기할 때도 마동석표 트레이닝복은 그의 몸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부라더’에서는 아예 팬콧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팝덕’이 그려진 후드티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야, 오리 터진다 터져. 이게 오리야?” 마동석의 넓직한 가슴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오리의 모습과, 이를 굳이 언급하는 대사는 그의 거대한 체구와 대조적으로 소탈한 귀여움을 함께 부각시킨다. ‘다소 어설퍼 보이지만 사실은 강한 힘을 감추고 있는’ 마동석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제격인 장치.

3. 마동석이 가난하거나 재산을 날린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재물운과는 영 거리가 먼 사주를 가졌다. ‘범죄도시’의 마석도는 반장의 지갑을 들고 나와 후배 형사들의 용돈을 챙기고, 8만 원이 넘는 포차 음식을 주문한 뒤 조직 폭력배 두목에게 계산하도록 하는 모습을 보면 돈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챔피언’의 마크(마동석)는 여동생 수진(한예리)의 집에 찾아오는 사채업자들을 쫓아내지만 돈을 갚아주지는 못하고, ‘동네사람들’의 기철(마동석)은 심지어 여자친구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시골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다. 마동석의 캐릭터들은 투자에도 재능이 없다. ‘부라더’의 석봉(마동석)은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며 전 재산을 투자하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신과 함께’의 성주신(마동석)은 자신이 수호하는 가택의 주인 ‘허춘삼(남일우)’이 받은 보상금을 펀드와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빚을 3억이나 만들었다. “펀드는 반드시 오른다.”라는 그의 대사가 다소 원망스럽게 들릴 정도다. 이런 장치는 마동석이 그리 사회생활에 능숙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의 순박함을 보여준다. 사실 현실에서라면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인데, 그 점에서 마동석의 캐릭터가 스스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중년 남성들에게 일종의 판타지로 작용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4. 마동석은 역시나 마블리다

‘마블리’로 대변되는 마동석의 언밸런스한 귀여움은 영화 밖 그의 실제 언행에서 시작됐다. ‘반창꼬’ 촬영 현장에서 병아리를 조심스레 손에 쥐고 웅크린 마동석의 모습과 “(자신이 다치게 할까 봐) 병아리가 무섭다”는 발언은 일찍이 화제가 됐고,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보여주는 의외의 귀여움이 시선을 모았다. 마동석이 출연하는 영화들은 그의 ‘마블리’ 이미지를 그대로 캐릭터화하거나 몇몇 장면에서 이를 어필한다. ‘20인치 팔뚝요정이 온다’는 ‘챔피언’ 포스터의 문구는 ‘20인치 팔뚝’의 강렬한 이미지와 ‘요정’의 귀여운 이미지를 병렬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도 마동석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안마의자를 즐기거나, ‘생선의 눈이 나를 쳐다본다’며 회 먹기를 거부하는 모습이 꾸준히 등장했다. ‘동네사람들’의 기철 역시 수업에 빠진 유진(김새론)을 뒤쫓으려 시내에 나왔다가 길거리 먹방을 펼치고, 인형 뽑기에 성공해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거대한 체구와 귀여움을 함께 가진 ‘마블리’는 힘이 세고 때때로 폭력을 행사해도 무해한 남성이라는 이미지를 대변한다. 다만 이런 캐릭터가 지나치게 반복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5. (형사) 마동석의 적은 (조직폭력배) 마동석이다

영화 속 마동석은 어떤 식으로든 주먹 세계에 몸을 담는다. ① 공직에 몸담은 형사 ② 조직폭력배/사채업자 ③ 전, 현직 운동선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스티 보이즈’에서 몽키스패너로 손가락을 때려 부수는 사채업자를 훌륭하게 소화했던 그는 ‘이웃사람’에서 연쇄살인범마저 벌벌 떨게 만드는 사채업자로 재등장했고, 곧 개봉 예정인 ‘성난 황소’에서도 ‘느낌 오지? 잘못 건드린 거’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한때 어둠의 세계에 몸담았던 남편을 연기한다. 어둠의 세계 속 마동석을 대적하려면 최소한 마동석이 연기하는 형사나 운동선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은 전직 형사라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보여줬고, ‘범죄도시’의 마석두 역시 형사가 가질 수 있는 강인함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동네사람들’에서의 기철은 ‘아주 평범한 선생님’(포스터 홍보 문구)이지만 전직 동양 챔피언이고, ‘챔피언’의 마크 역시 한때 팔씨름 세계 챔피언을 꿈꿨던 강력한 팔뚝으로 부당한 폭력에 맞선다. 정의와 불의, 어느 쪽에 서든 항상 강렬한 힘을 자랑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마동석과 싸울 수 있는 존재는 마동석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6. 마동석이 여성과 아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강강약약(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영화 속 마동석은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여성이나 아이에게만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과 함께: 인과 연’의 성주신이 지하세계의 법을 어겨가며 지상에서 버티는 이유는 어린 현동(정지훈)의 앞날을 걱정해서고, ‘부산행’에서의 상화는 우락부락한 겉모습과 달리 아내 성경(정유미)과 뱃속의 아이를 아끼는 사랑꾼이다. ‘챔피언’에서의 마크는 못생겼다는 아이들의 놀림에도 화를 내지 않고, 문화체험 차 돌쇠 복장을 입은 그를 이벤트 직원으로 오해해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여성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이런 그의 캐릭터가 정점에 오른 건 ‘동네사람들’이다. 여학생들의 거친 언행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뒤돌아서 “이 동네 애들은 뭐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거야?”라는 푸념을 늘어놓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여성과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고 있는 지금, 마동석이 약자들에게까지 거대한 팔뚝을 휘두르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강력한 남성성을 대변하는 동시에 이를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조절한다. 마동석은 사회 주류에서 밀려나고, 변변찮아 보이지만 한 번 화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중년 남성이 되어 그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한편 아이, 여성 등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7. 마동석이 포스터에서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다

그저 마동석이 미간에 주름이 잘 잡히는 얼굴일 수도 있다. 다만 포스터 속 그의 얼굴만으로도 이미 짐작이 가는 캐릭터와 줄거리는 그의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 ‘성난 황소’의 메인 포스터에서 어둠 속 깊은 미간의 주름으로 위압감을 드러내는 마동석의 얼굴과 ‘느낌 오지? 잘못 건드린 거’라는 문구는 이미 그가 보복을 위해 강력한 액션을 보여줄 캐릭터라는 점을 예상하게 한다. ‘챔피언’이나 ‘동네 사람들’의 포스터에서 미간에 주름을 잡고 무언가와 힘겹게 맞서는 듯한 그의 모습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실제로 마동석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한눈에 잘 표현한 포스터 자체를 문제라 하기는 어려우며, ‘신과 함께’나 ‘부라더’처럼 자상하거나 코믹한 모습의 그를 담은 영화들도 존재한다. 다만 작년 ‘범죄도시’의 흥행을 시작으로 올해 마동석 주연의 영화가 무려 5편이나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상황(‘신과 함께: 인과 연’,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 황소’)에서, 한눈에 대변되는 그의 캐릭터가 반복된다면 관객들 역시 기시감을 느끼게 되리라는 점은 우려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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