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영화│① 왜 또 마동석일까

2018.11.13
또 마동석이다. 현재 극장에 걸려 있는 영화 ‘동네사람들’도, 11월 22일에 걸릴 영화 ‘성난 황소’도 마동석이 얼굴을 내민 영화다. 두 편을 포함해 올해 극장 개봉한 마동석의 출연작은 모두 다섯 편이다. ‘부라더’와 ‘범죄도시’가 지난해 10월과 11월 한 달 간격으로 연달아 개봉한 걸 감안하면,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마동석의 얼굴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신과 함께: 인과 연’)도 있고, 분투 끝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영화(‘챔피언’, 112만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동원, 손익분기점은 175만 명)도 있으며,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영화(‘원더풀 고스트’, 44만 명 동원, 손익분기점은 120만 명)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두 편의 성적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말이다(지난 11월 7일 개봉한 ‘동네사람들’은 개봉 3일째인 11월 10일, 16만여 명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 ‘성난 황소’는 블라인드 시사회 평점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 편집자). 장르도, 맡은 역할도, 흥행 성적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마동석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대한 신체와 강한 힘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같은 이유로 ‘또 마동석이야?’ 하며 피로감부터 느끼는 관객도 적지 않다. 대체 그가 극장가에 얼굴을 많이 내미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 전에 마동석이 어떤 배우인지 아는 게 먼저다. 주연이냐, 조연이냐, 어떤 감독과 작업했는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는가 같은 기준으로 구분하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배우’ 마동석의 필모그래피는 그가 기획도 한 영화와 연기만 한 영화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범죄도시’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등 주로 최근작이고, 후자는 ‘부당거래’(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베테랑’(2015) ‘부산행’(2016) ‘신과 함께’ 시리즈 같은 감독들로부터 캐스팅돼 연기를 한 영화들이다. 배우가 연기 하나에 집중하기도 벅찬데 그는 기획까지 한다. 마동석이 기획을 하고 싶어 한 건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다. 하지만 단역 시절에는 감독이나 프로듀서에게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낼 수 없었고,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온 까닭에 충무로에 인맥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진행하겠다는 꿈을 가진 채 아이디어를 노트에 메모해왔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서 특별 출연을 해 내뱉은 명대사인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어린 양반이 말이 짧네”도 마동석의 아이디어다. 이 대사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거구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아트박스 사장)를 단순히 활용한 말장난이 아니라 황정민과 유아인의 팽팽한 기 싸움을 잠깐 환기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쨌거나 최근 그가 기획에 참여한 영화들이 지난 시간 적어둔 메모에서 나온 이야기다. 688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는 그가 영화의 실존 모델인 형사를 만나 ‘왕건이파 소탕 작전’(2004년 서울남부경찰서 강력반 형사가 후배 경찰 2명을 데리고 가리봉부터 강남까지 돌며 하룻밤 사이에 조직폭력배 14명을 검거했던 사건 - 편집자)을 들은 뒤, 평소 알고 지내던 강윤성 감독에게 “‘투캅스’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챔피언’은 고등학교 시절 본 팔씨름 소재의 할리우드 영화 ‘오버 더 톱’과 자신의 미국 이민 생활을 엮어 재구상한 자전적인 이야기다. 이 밖에도 그는 ‘원더풀 고스트’, ‘동네 사람들’ 등 여러 영화들을 직접 기획했다. 마동석은 “좋은 제작자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오랫동안 생각해온 아이디어들이 운 좋게 제작될 수 있었다”며 “기획을 한다고 해서 혼자서 제작할 생각은 전혀 없다. 카메라 뒤에서 비즈니스하거나 돈 얘기하는 건 또 싫어서 앞으로도 계속 협업하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그는 창작집단 ‘팀고릴라’를 이끌고 있다. 마동석을 중심으로 작가, 감독, 프로듀서, 웹툰 작가, 매니지먼트사 관계자 등 총 21명으로 이루어진 동호회 같은 팀이다. 팀고릴라 멤버이자 ‘범죄도시’를 제작한 장원석 BA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마동석은 기승전 ‘영화를 만들면’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새벽에도 문자를 보내 의견을 물어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역시 팀고릴라 멤버이자 마동석과 함께 ‘범죄도시’를 작업했던 강윤성 감독 또한 장원석 대표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동석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술자리에서 던진 에피소드도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엮어 이야기를 만드는 기획이 탁월하다.”(‘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역시 팀고릴라 멤버이자 마동석과 ‘원더풀 고스트’를 함께 만든 조원희 감독은 “그의 정체성은 배우이자 기획자이다. 아이디어에 적합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을 조합하는 솜씨가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들을 종합하면 마동석은 영화화 가능성을 가진 아이템을 발굴해 개발하고, 아이템에 적합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을 찾아낸 뒤 자신이 직접 출연해 투자를 받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플랜B의 브래드 피트처럼 할리우드에선 프로듀서와 배우, 두 역할을 동시에 하는 배우가 많지만, 충무로에선 마동석이 거의 유일하다. 

‘프로듀서’ 마동석에 대한 충무로의 평가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다. 영화인 대부분 그를 배우인 동시에 기획자로 바라보고 있다. “마동석은 비지니스 스타일의 배우다. 그의 정체성은 배우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 나아가 감독까지 꿈꾸며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인지도가 널리 알려진 배우인 까닭에 홍보·마케팅 비용(P&A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고, 심하게 망한 영화가 거의 없어 투자자들이 선호한다.”(‘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기획자로도 뛰어나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객과 어떻게 만나게 해야 할지 아는 배우다. 그 점에서 마동석은 한국 영화사에 새롭게 등장한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부당거래’, ‘베테랑’을 함께 작업한 류승완 감독) “마케터보다 센스가 더 넘칠 만큼 마케팅 포인트를 너무 잘 안다. 영화 포스터를 찍을 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컨셉을 바꾸기도 한다.”(한 영화 마케터) 좋은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배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자로서 봤을 때 연기에 충실한 배우는 아니다. 지금 찍고 있는 작품에 몰입해 작업하는 배우도 아니다. 때때로 감독보다 현장을 더 적극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배우보다 오히려 제작자에 더 가깝다.”(한 투자사 임원)

‘다작 마동석’. 최근 2주 간격으로 그가 주연을 맡은 ‘동네 사람들’과 ‘성난 황소’가 연달아 개봉하면서 마동석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는 의견이 관객 사이에서 얼굴을 슬그머니 내밀고 있다. 불법 노래방 사장(‘두 남자’), 형사(‘범죄도시’), 팔씨름 선수(‘챔피언’), 유도 관장(‘원더풀 고스트’), 체육 교사(‘동네사람들’) 등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마동석이 좋은 결과를 내면 ‘범죄도시’ 같은 사례가, 반대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내면 현재 극장에서 부진하고 있는 ‘동네사람들’ 같은 사례가 나온다. 전자가 마동석이 화자 역할을 맡아 윤계상, 진선규 등 여러 배우들과 함께 서사를 이끌고 간 경우라면, 후자는 마동석이 가진 역량, 이미지에 기대어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영화 산업의 여러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이것이 전자와 후자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규정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배우로서, 기획자로서 마동석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마동석의 출연작이 비슷한 소재의 남성 주연 영화라는 비판을 받는 건 마동석과 팀고릴라가 내놓는 기획의 한계로 보인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마동석은 자기 복제가 능하고, 그게 주효하는 배우다. 그가 가진 매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험상궂은 인상, 웬만한 어른도 어린이처럼 보이게 하는 거구, 어마무시한 힘 등 마동석의 외양은 적에게는 위협이 되고, 아군에게는 든든하다. 한 손으로 좀비를 때려잡아도 자신의 연인(정유미)에게만큼은 쩔쩔매고(‘부산행’), 살인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조선족 조직인 장첸 일당을 맨손으로 일망타진할 만큼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양꼬치집에서 일하는 어린 소년에게는 상냥하며(‘범죄도시’), 팔씨름 하나로 세계 챔피언이 됐지만 가족 같은 존재(한예리, 권율)에게는 한없이 착한(‘챔피언’) 데다 집을 지키는 성주신이기도 하다(‘신과 함께: 인과 연’). 다른 마초 배우들을 실제로 만나면 때릴 것 같지만 마동석만큼은 그런 생각을 들게 하지 않는다. 마동석이 마약 공익광고를 찍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명예경찰 위촉장을 받은 건 그만큼 상징적이다. 이처럼 마동석의 무해한 이미지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무해한 이미지는 아무리 많이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계속 보고 싶다. 그것은 마동석과 팀고릴라가 지금보다 더 영리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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