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와 J.K 롤링의 동문서답

2018.11.08
11월 중순 개봉 예정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화제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고, 전작인 ‘신비한 동물 사전’의 평이 좋았으니,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상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처럼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게 단순히 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는 1편에서도 백인 일색이었던 캐스팅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엔 거기에 더해 내기니 역에 한국인 배우 수현을 캐스팅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공식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포터모어에서는 내기니를 “볼드모트의 애완용 뱀이자, 충성스러운 종”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내기니가 사실은 뱀이 아니라 사람이었으며, ‘말레딕터스’로서 엄마로부터 딸에게만 전해지는 저주 때문에 인성을 잃고 영원히 뱀이 되는 운명에 처한 캐릭터로 나온다. 결국, 아시안 여성이 사악한 백인 남성의 종이 되는 설정이 되어버리니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건 당연하다.

작가인 엘렌 오는 이 문제가 영화에 다양성을 불어넣고는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지 못했을 때 나타난 결과라고 얘기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맥락을 고려했을 때, 결국 볼드모트는 아시안 여성을 영혼의 그릇으로 삼고 종으로 부렸던 것이 아닌가. 아시안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과 서양 문화권의 아시안 여성에 대한 페티시즘을 떠올리면 소름 끼치는 건 당연하다. 인종차별 외에도 캐릭터 설정에서의 여성혐오 또한 문제다. 말레딕터스는 여자들한테만 전해지는 저주를 갖고 있고, 결국엔 짐승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신화 속에 비슷한 설정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성을 충동적인 동물에 비유했던 일이 실재했는데, 2018년의 영화가 꼭 저런 설정이 필요했던 것일까. 저주로 인성을 상실한 내기니는 볼드모트의 명령으로 악행을 일삼다가 결국 백인 남성인 네빌 롱바텀에게 죽는다.

논란에 대한 J.K. 롤링의 답은 완전히 동문서답이다. “나가(The Naga)는 인도네시아 신화 속 뱀처럼 생긴 신화적 존재로, 그래서 이름을 내기니라고 지었습니다. 그들은 때론 날개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인 존재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자바인, 중국인, 베타위 족 등 수많은 민족이 있습니다.” 나가가 사실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인도 신화라는 점도 문제지만, 인도네시아 신화라 하더라도 왜 동아시아인을 캐스팅한 걸까? 아시아는 그 동네가 다 그 동네니까? 미디엄의 한 작가는 여기에 더해 ‘드래곤 레이디’로 상징되는 인종차별 문제 또한 있다고 지적한다. 1930년대 동아시아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용과 연관 지어 동양에 대한 이국적인 느낌을 부각한 스테레오타입과 수현이 연기한 내기니가 비슷한 상징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J.K. 롤링은 2016년, 자신은 책에서 헤르미온느의 피부색을 묘사한 적이 없다며, 헤르미온느 역할에 흑인 배우 노마 드메즈웨니가 캐스팅되는 것에 찬성했었다. 해리 포터의 세상 속에서 캐릭터의 피부색이 묘사된 적은 없지만, ’마리 수는 롤링이 처음 책을 쓸 때는 아마 백인을 상정해두고 썼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진보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롤링은 듣고 싶은 얘길 해주었지만, 정작 이야기 속 설정들은 꼬여가기만 했다. 호그와트에는 유대인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7권 내내 크리스마스만 기념했고,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미국의 마법부 대통령은 흑인 여성이었지만 이야기 속 배경이 되는 시대는 짐 크로법이 살아 있었을 때였다. 해리 포터 이야기가 인종 차별을 메타포로 가져다 쓴 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었지만, 메타포는 적절한 맥락 속에서 사용될 때 빛을 발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순혈’과 ‘잡종’이라는 해리 포터 속 이야기는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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