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YG전자’에 내부의 적이 있나

2018.10.17
YG 엔터테인먼트와 넷플릭스가 제작한 ‘YG전자’는 회사에서 문제만 일으키는 가상의 조직, YG전자(YG전략자료본부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YG전자’의 4회 ‘플랜 B’ 내용 중 일부가 중국 비하로 문제가 됐고,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 팬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수정 및 삭제를 관계자들에게 지시한 상태입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3일 째인 14일 현재, 해당 내용은 넷플릭스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YG전자가 회사를 장악했다고 믿고 싶을 만큼의 일처리다.

문제의 에피소드에서, YG전자의 직원들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중국어로 “나는 돼지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중국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이 의상을 입었다. 애초에 중국을 희화화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입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나는 돼지다”라고 말하는 곳은 오디션 프로그램 촬영장이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과거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출연했지만, ‘YG전자’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불합격 통보를 받자 자신의 합격이 내정돼 있다고 우긴다. 빅뱅을 비롯한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좋아한 중국 팬들을 모욕했다 해도 할 말 없는 내용이다. 일본도 빠지지 않는다. 5회 ‘재정위기’에서 YG전자가 예산을 다 쓰자, 직원들은 일본 팬들을 대상으로 투어 상품을 개발한다. 일본 팬은 직원들에게 속은 것에 실망하다가도 새로운 이벤트에 다시 환호하는, 속이기 쉬운 사람들로 묘사된다. 또한 듀오 지누션의 멤버 진우와의 ‘SM 데이트’를 빌미로 일본 포르노 영화를 연상시키는 내용을 보여준다. K-POP으로 아시아에서 돈을 번 회사가, 특정 국가를 비하하고 팬들을 모욕하는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애초에 ‘YG전자’는 K-POP 산업과 팬덤을 비웃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만들어졌다.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보이그룹 위너에서 탈퇴한 남태현이 나와 화면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든다. 팬들에게는 마음 아플 일들이 ‘YG전자’에서는 장난 거리다. 아무런 이유 없이 소속 가수를 향해 욕도 한다. 보이그룹 젝스키스의 멤버 이재진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맥락 없이 ‘은지원 개새끼’라는 낙서를 쓴 것으로 묘사된다. YG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큰 스캔들인 마약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마치 회사에 대해 스스로 풍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YG전자 직원들은 마치 대마초를 피우는 것처럼 물담배를 피우고, 이 과정에서 마약은 승리가 한 번 당황하고 마는 웃음 소재가 된다. 제작자에게 이른바 ‘몸캠’을 요구받는 모델, 회사 이사에게 일방적인 구애를 받는 소속 연예인 등 약자 입장에 놓인 이들이 겪는 폭력도 모두 가벼운 웃음거리 취급 받는다. ‘YG전자’에 등장하는 승리의 악플러는 ‘YG전자’ 그 자신이기도 하다. YG 소속 가수의 몇 가지 스캔들을 놀리고, 과거라는 이유로 그저 촌스럽다고 낄낄거리는 악플러와 다르지 않다.

실패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JTBC ‘믹스나인’ 이후 짚고 넘어갔어야 했던 문제다. ‘믹스나인’은 양현석 대표가 출연자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것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영상은 ‘믹스나인’의 초반 반응에 악영향을 미쳤다. YG 엔터테인먼트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회사 전체가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던 것이고, 연출자 한동철 PD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면 콘텐츠의 내용에 관해 연출자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양현석 대표는 과거 인스타그램에 빅뱅의 멤버 G-dragon에게 곡을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스스로 공개한 바 있다. 그에 비하면 예능 연출자를 프로듀싱하는 방식은 매우 허술해 보인다.

‘YG전자’에서 가수 및 팬덤에 대한 조롱을 제외하면 성희롱과 배설물에 대한 코미디가 다른 한 축을 맡는다. 출연자들은 난데없이 옷을 벗거나 책상 위에서 똥을 싸려고 하며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킨다. 특정인의 지엽적인 부분을 꼬투리 잡아 놀리거나, 원색적인 부분들을 그냥 늘어놓는다. 마치 사회적인 훈련이 안 된 10대가 인터넷에 적어놓은 악플과 저속한 발언들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연출자의 폭주를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저신장증 장애인을 출연시켜 다쳤을 때 아파하는 모습을 희화화하고, 그를 자격지심 때문에 오히려 타인에 대해 편견을 갖는 캐릭터로 묘사한다. 이런 내용이 YG 엔터테인먼트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유통하는 콘텐츠에 담겼다. YG 엔터테인먼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이 시대의 세계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모른다.

‘YG전자’는 양현석 대표의 솔로곡 ‘악마의 연기’와 지누션의 옛 히트곡을 비웃는다. ‘악마의 연기’는 인터넷상에서 웃음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발표 당시 신생 회사였던 YG 엔터테인먼트를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된 히트작이었다. 양현석 대표의 솔로 시절이 웃음거리가 된 것 역시 오래된 일이다. 지누션의 곡은 옛날 곡이라는 것 외에 웃음거리가 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영화 ‘인간지네’처럼 인터넷상에서는 오래전에 화제가 됐던 것들이 패러디된다. 조롱마저 흘러간 것들을 써먹는다. 연출자는 시대의 변화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회사는 그런 연출자를 제대로 프로듀싱하지도 못했다. 어쩌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대형 기획사라 해도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지 않으면 ‘믹스나인’과 ‘YG전자’ 같은 결과가 나온다. 돈은 쓰는데 오히려 비판만 받는다. 혹시 이것이 ‘YG전자’에서 보여주려던 YG의 현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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