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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끼리 하는 텃밭 농사

2018.10.01
©언니네텃밭 페이스북
언니네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다소 어리둥절해한다. “우리끼리 뭘 한다고? 텃밭에 농사지어 돈도 번다고?” “토종? 생태농법은 다 뭐꼬?“ 지역의 여성농민회에서 강의가 시작됐다. 텃밭! 전통적으로 가족과 이웃의 먹거리를 생산했던 땅! 여성 농민들이 정성 들여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여 이듬해에 갈무리해둔 ‘토종 종자’로 재파종을 거듭하던 곳. 텃밭을 여성 농민들의 새로운 ‘희망의 터전’으로 삼고 싶었다. 돈을 좇는 농사가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언니네 텃밭‘ 사업을 하자고 했다.

처음부터 고민들이 막 쏟아졌다. 당장 무얼 심을지? 어디다 팔지? 등등. “텃밭을 내가 주관해서 할 테다”라며 남편의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자신 없어라 했다. 여지껏 그리 해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는 작물마다 폭락으로 망하는 농사가 다반사였던지라. 생각 끝에 집 울타리 옆 본래 그렇게 사용되던 조그만 텃밭에 하나둘씩 텃밭 꾸러미에 넣을 채소들을 심어가기 시작했다. 언감생신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시작했던 언니들도 적지 않았다. 언니들은 모일 때마다 별별 얘기들을 다 쏟아냈다. “시간도 없는데 거기를 왜 들락거리냐는 소리에 눈치 보느라 죽겠다”, “수천, 수만 평을 농사지어도 돈이 안 되는 판에 당장 집어치우라는 호령에 싸움을 박터지게 하고 왔다” 등등.

그러나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언니들의 노동과 열정은 가히 억척이었다. ‘소규모 손두부가공’을 횡성, 영광, 순천, 김제 등에서, 그리고 ‘유정란 재배’에다 제철채소 재배들이 곳곳에서 토종에다 생태농법 도입으로 활기 있게 추진되어갔다. 생태농법보급단을 만들고 전통유기농업의 가치와 기술을 배우며, 직접 실행에 옮겨나갔다. 왜 소농의 농업이 지속 가능한 농업이며 그 가치와 기여도가 무엇인지 배우며 자긍심과 의지도 키워나갔다. 사업은 텃밭제철채소들을 포장하여 월정액으로 가입한 소비자들에게 주 1회씩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하는 ‘제철꾸러미사업’과 단품의 농산물과 농민가공품을 구입하는 ‘장터사업‘(인터넷 쇼핑몰과 로컬장터 포함)으로 진행됐다. 실도 많았지만 그것이 곧 득이 된 많은 일들과 세월이 흘러갔다. 우선 내 이름이 쓰인 통장이 생겼다. 자신이 쓸 곳에 써도 되는 자신만의 소득이 생긴 것이다. 빈정거리고 야단을 쳤던 남편이 ‘다음엔 무얼 심을 거냐? 이랑 내는 거 내가 해줄까? 포장작업 하는 데 같이 가면 안 되나?’ 등등 달라진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동네나 지역사회에서 인정도 받게 됐다. 2016년에는 드디어 ‘언니네 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으로 법인격을 갖추고 제2의 성장을 향한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그사이에 꾸러미 방식은 전국적으로 100여 개 넘게 생겨났고, 다양한 농산물 직거래사업단은 물론 개별 농민들도 직거래 방식 판매 참여가 늘어갔다. 이 외에도 ‘언니네 텃밭’ 취급 품목에 있어서 다종다양함이나 가공품은 여전히 부족하며, 소득 규모에 있어서 획기적인 증가가 어려운 점 등으로 인해 여성 농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특히 농협 등 농기관 단체와 정부의 로컬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소농 중심의 직거래 활성화라는 시장마저 교란되는 듯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검토를 최근 2~3년째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출발하면서 세운 소농 여성 농민들의 토종 및 생태 농법으로 하는 방식과 생산자 중심적 운영 방식(* 세계적 추세의 하나인 CSA형: 공동체 지원 농업)은 여전히 옳으며, 이 점에 언니네 텃밭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강점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며 뚜벅뚜벅 걸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언니네 텃밭’은 내년 3월이면 10년째를 맞이한다. 읍/면 혹은 시/군에 기반을 둔 20여 개의 ‘꾸러미생산자공동체’와 장터생산자공동체를 기본으로 하여 300여 명의 소농 여성 농민들의 지속 가능한 농업과 국민들의 식탁 건강을 일구며 책임지는 일에 더더욱 전념해갈 것이다. 나아가 기후온난화로 망가져가는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쌀을 제외하면 5% 이하로 떨어져버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회복해가는 지렛대가 되고자 한다. 마음을 보태주고 함께하는 건강한 소비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쉼 없이 ‘텃밭 농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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