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유튜브│① 10대의 모든 것

2018.09.11
약 한 달 전부터 유튜브 개인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학생]8ᄋ8은 자신이 만든 ‘냥새’라는 캐릭터와 반려묘 루키와 노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그가 처음 올린 동영상은 액체괴물 만지기였지만, 지금은 아이패드를 활용해 자신이 그림 그리는 과정과 반려묘와의 노는 장면을 모두 녹화하고 편집한 다음에 여기에 자막을 입혀 20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으로 올린다. [학생]8ᄋ8의 나이는 현재 만 9세, 초등학교 3학년이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가 IT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요한 주체로 자리한 것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는 점 또한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대신에 언어 구사력이나 사고의 깊이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1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 유튜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들에게 유튜브란 자기표현을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유튜버 [학생]8ᄋ8의 어머니 김정희 씨는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딸을 통해 이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첫째 아이는 중학생이고, 찰리 푸스와 트로이 시반을 좋아하면서 트위터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 성향 등 취향이 어느 정도 서 있다. 그런데 둘째 아이는 트위터나 다른 SNS를 통해 짧은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능력이 아직은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가 둘째 딸 [학생]8ᄋ8을 보면서 느낀 바는 다음과 같다. “영상이라는 방식이 어떻게 보면 가장 쉬워서 이용하는 것 같다. 그냥 찍기만 하면 되니까.” 실제로 유튜버 [학생]8ᄋ8 또한 “유튜브로 영상 올리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촬영을 한 다음에 편집을 하고 업로드를 하면 끝이라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10대들 사이에서도 SNS 세대와 유튜브 세대를 분리시킬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지금 상당수의 10대들이 유튜브를 마치 포털 사이트와 SNS처럼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유튜브 세대로 통칭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학교 교사 A씨는 “수업 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다큐멘터리나 과학 프로그램을 봤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교과목 강의도 유튜브에서 찾아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유해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숙제로 유튜브를 활용하라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편은 아니”라면서도, “유튜브나 BJ의 영상에서 본 것들을 글짓기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한 10대들은 자신의 채널에 놀러 온 사람들과 각자의 저작물에 대해 평가하거나 서로 응원하는 댓글을 달며 친해지기도 한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장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마음이 맞는 친구까지 사귄다. 유튜버 [학생]8ᄋ8은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나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유튜버들끼리 모인 ‘라니TV’의 일원이 되었다. ‘라니TV’의 일원들은 서로의 채널에 들어가 동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기도 하며 친목을 쌓는다. 또한 10대 유튜버들끼리 파티를 열기도 한다. 유튜버 이시환은 자신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10대 유튜버 파티에 가는 과정과, 도착해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로그 형식으로 만들어 올렸다. 그 밑에는 이날 파티에 참석했던 10대들의 댓글이 빼곡하게 달렸다.

나아가 생산자가 된 10대 유튜버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제 막 구독자를 늘려가는 유튜버 [학생]8ᄋ8에게는 자신만의 운영 원칙이 있다. “자극적인 영상은 안 올릴 거고, 공백기가 길어지지 않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공백기가 길어지면 사람들이 조금씩 떠나니까 사람들이 질리거나 떠나지 않게 콘텐츠를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방학 때는 “학교에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일주일에 2, 3번 올리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말하는 상대방이란 시청자와 구독자를 뜻한다. 그렇다 보니 그에게는 “편집할 때 영상에 무슨 내용을 넣을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아무래도 시청자가 좋아해야 할 만한 내용을 넣어야” 하므로. 무려 18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 흐림도 ‘흐림 라디오’라는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방송 상태가 좋지 않으면 오디오를 체크하며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엑소 콘서트에 간 영상부터 인테리어를 하는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한다. 어느새 10대들은 콘텐츠 제작자로서 자신의 일상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떤 관점에서 나의 일상을 포장해야 하는지, 무엇이 상대방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유튜브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자신의 미래까지 점치는 10대들의 모습이 어른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김정희 씨는 처음 딸이 아이패드를 사달라고 하면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는데, 어느 날부터 태블릿을 사야 컴퓨터에 그림을 잘 정리해둘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상 3~4세 유년기 때부터 유튜브에 올라오는 유아용 동영상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박스 안에 스케치북과 연습장을 모아두는 대신, 유튜브라는 저장소에 자신의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나 강아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일기장에 기록하듯 그들은 유튜브를 통해 나를 기록할 줄 안다. 따라서 유튜브 세대의 등장이란, 단순히 플랫폼의 진화나 10대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친목 도모를 위한 수단으로서 주로 기능했다면, 트위터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도모해서 팔로워 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계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유튜브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개인이 모든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야만 한다.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이미 올라온 것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요즘 어떤 음식이 맛있고 어떤 놀이가 유행하는지 트렌드를 파악해야만 “너 그거 봤어?”라고 묻는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10대들끼리 ‘인싸’와 ‘아싸’를 나누는 새로운 기준으로 유튜브가 등극했다.

“사실 딱히 어떤 영상을 보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고요. 유튜브로 인해 유명해진 사례를 보며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싶었어요.” 한 10대 유튜버의 말이다. 이는 유튜브를 보고 만드는 10대들에게 유튜브의 어떤 속성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드러낸다.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미디어 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른 요즘, 10만, 100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들이야말로 그들의 눈에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이다. 싸이월드 일촌평이 많은 친구,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친구, 페이스북에서 생일 축하를 많이 받는 친구. 세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친구가 인기인이고, ‘핵인싸’가 된다. 심지어 우리 반이나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증명되기도 했으니 기대는 점점 커진다. 꿈을 크게 가지라던 어른들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미래가 도래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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