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진실은 이용 기록 안에 있다

2018.09.10
‘카카오톡 소설’이라는 걸 본 적이 있는지? 오가는 대화를 카카오톡 화면만으로 구성해 긴장을 조성하든 애정을 표현하든 한다. 1이라는 숫자가 어느 순간에 사라지는지, 혹은 사라지지 않는지가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단톡방 참가자를 확인하지 않고 욕을 했다가 단톡방 안에서 난리가 났다든가, 한 사람만 왕따를 시키는 또래 친구들의 상황을 카카오톡방 대화만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혹은, 좋아하는 배우나 (드라마) 배역의 이름으로 친구 이름을 바꿔 핸드폰에 저장한 뒤, 친구가 문자를 보내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잠금화면에 문자메시지가 쌓인다. 그 화면을 캡처한다. 부재중 전화가 두 통쯤 걸려온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오늘 일은 미안해” “사랑해. 제발 전화 받아줘” 같은 문자. 박보검과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박보검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설정’ 놀이는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큰 이슈가 되었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들이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만나 SNS를 통한 일종의 롤플레잉을 하며 가까워지고 범행을 공모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서치’는 십 대의 딸이 사라진 사건을 파헤치는 아버지가 경험하는 일을 일상 속 ‘화면’들로 구성한 영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UP)’을 연상시키는 오프닝은 부부가 딸의 탄생을 축하하는 순간부터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까지를 컴퓨터 바탕화면의 폴더 관리와 동영상 촬영 기록, 일정 관리를 통해 보여준다. 이제 남편 데이빗(존 조)은 홀로 16살 딸 마고(미셸 라)를 키우고 있다. 친구 집에서 밤을 새운다고 한 딸이 돌아오지 않자 데이빗은 마고가 두고 간 노트북에서 단서를 찾아 사건 담당인 로즈마리 형사(데브라 메싱)에게 건넨다. 아버지는 그간 몰랐던 딸의 생활을 알아간다.

‘서치’는 아니시 차간티 감독이 13일간 촬영하고 2년간 편집해 완성했다는데, 이 작품과 구성 및 내용상 거의 같은 작품이 있다.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의 시즌6 16화는 영화와 같은 도전(사라진 딸을 찾는 어머니가 딸의 SNS 기록을 뒤지고 다른 가족 구성원과 화상통화를 한다는 줄거리)에 나선다. 스릴러인 ‘서치’와 달리 '모던 패밀리’는 같은 상황을 코미디로 돌파한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 둘째 딸의 화상채팅 화면 너머로 남편이 오락하는 장면이 보이고, 온 가족이 한 화면에서 생일을 축하하고 다툰다. 모든 가족이 복닥대기 위해 같은 공간에 있을 필요조차 없다. 어머니는 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SNS 가짜 계정을 파고, 딸은 그 계정을 블락하고, 어머니는 새로운 가짜 계정을 판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품에서는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 척’하며 계정을 운영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치’가 형식적인 면에서 ‘장편영화 전체를 ‘화면’만으로 완성’했다는 사실과 대비되는, 내용상으로는 별 신기할 것 없는 영화임을 알 수 있다(범인과 그 동기를 일찌감치 짐작한 사람이 나 외에도 적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다만, ‘화면’이 영화의 일부인가 전체인가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예를 들어, 장윤현 감독의 ‘접속’(1997), 최호 감독의 ‘후 아 유’(2002) 때부터 인터넷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같은 식으로 긴장과 갈등을 조성했다. 가짜로 누구인 척하기, 혹은 가짜로 모르는 사람인 척하기.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2014)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영화들은 그래서 실제 인물과 아바타 일치시키기 이외의 다른 이야기를 추가했고, 그 부분이 이야기의 본론이 된다.

‘서치’의 흥행에 힘을 보탠 것은, 아니시 차간티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만큼이나 ‘화면 가득 글씨가 있을 때 어디부터 살펴야 할지 알게 된’ 관객들 자신이다. ‘서치’에서 우리는 계속 글씨를 읽는다. 상대가 문자를 입력하다가 마는 순간, 누군가가 대화창에 들어왔다가 나간 순간, 다른 윈도우에서 검색하던 정보는 무엇이며, SNS별로 어떻게 다른 내용을 업로드해왔는지 등을 읽어간다. 우리는 영상이 아니라 글씨를 읽었다. 수상한 누군가의 기척조차 프로필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 같은 것을 통해 알아간다.

출장지에서 가족과 연락할 때 화상통화를 이용하고, 요리를 할 때는 유튜브에서 검색하며, 일을 수락하거나 수정사항이 있을 때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보내게 된 사람들에게, 화면을 보는 일은 커뮤니케이션의 거의 전부가 되었다. 진실은 ‘이용 기록’에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곳에서도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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