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삽시다│당신은 제대로 먹고 있습니까?

2018.09.03
당연하게도 인간은 잘 먹어야 한다. 그것이 생존은 물론 행복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 이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먹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미래를 위해 ‘한 달 식비 10만 원’으로 살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금, 아이즈는 이번 한 주 동안 ‘잘 먹고 삽시다’를 주제로, 고정 코너를 제외한 모든 기사를 먹고, 먹기 위해 준비하고, 먹으며 사는 것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로 채울 예정이다.

얼마 전 SNS에서 한 장의 이미지가 화제가 됐다. 제목은 ‘월 소득 160만 원으로 70만원 저금하기’였고, ‘조정 전’과 ‘조정 후’로 나뉜 두 개의 표는 재테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월세 50만 원이 갑자기 30만원으로 줄어들고, 교통비 8만 원은 아예 사라지는 등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나, 무엇보다도 논란이 되었던 것은 한 달 식비로 책정된 금액, 10만 원이었다. ‘노력으로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논쟁은 잊을 만하면 돌아오곤 했지만, 10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보고 나니 정말 궁금해졌다. 과연 인간이 한 달에 10만 원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10만 원을 30일로 나누면 약 3333원이 된다. 이걸 또다시 세끼로 나누면 약 1111원이 나온다. 천 원 남짓한 돈으로 먹을 만한 것을 찾기 위해 가까운 편의점을 향했다. 내심 만만하게 생각했던 삼각김밥 매대를 둘러본 후 적잖이 당황스러워졌다. 대부분의 삼각김밥이 1000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가장 싼 축에 속하는 1000원짜리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먹더라도, 퍽퍽함을 달래줄 음료수조차 구입할 수 없다. 컵라면도 빵도, 영양을 생각해 고려했던 훈제란도 편의점에서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에서 점심 식대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한 끼 식비는 약 1111원에서 1666원이 된다. 이 돈이면 가장 싼 삼각 김밥과 200ml 우유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다. 한 끼를 회사에서 제대로 먹는다고 쳐도, 이렇게 두 끼를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삼각김밥의 평균 칼로리가 200kcal 안팎이고 흰 우유 200ml의 칼로리가 130kcal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는 성인 여성의 하루 권장 칼로리 2000kcal에도 못 미친다.

장을 직접 봐서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번이라도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카레 한 솥을 제대로 끓이기 위해서 이것저것 담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3만 원을 가뿐히 넘긴다. 게다가 한 달 내내 매일 하루 세끼 카레만 먹을 수도 없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혹은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식비를 극단적으로 아껴본 사람들에 의하면 업소용 냉동식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헬스보충제 또는 에너지 바만 먹고 버티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식생활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탱시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단순히 섭식의 즐거움이나 삶의 만족도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과 달리, 돈이 없어 먹는 것마저 생존 그 자체에 겨우 맞춰야 하는 것은 사회적 위험신호다.

2016년 보건복지부는 일종의 식생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을 제정, 발표했다. 총 9가지의 항목 중 첫 번째는 ‘쌀·잡곡, 채소, 과일, 우유·유제품, 육류, 생선, 달걀, 콩류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자’다. 영양을 고려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반대로, 사람들이 식품 구입에 쓰는 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1995년과 비교했을 때 2000년에는 121%, 2005년에는 143%, 2016년에는 183.7%로 상승했다. 그러나 식품 관련 지출 비율은 1995년도의 소비지출 중 29%를 차지했던 것이 2000년에는 27.4%로 감소했으며 2016년에는 다시 25.8%로 감소했다(‘21세기 식생활관리’). 먹는 것에도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식생활의 형태 역시 변화했다. 가공식품과 간편식, 외식의 비중이 증가했고 1일 3식에서 2식으로 식사의 횟수마저 줄어들었다(‘100세 시대를 위한 건강한 식생활’). 단출해진 식생활은 영양의 불균형뿐 아니라 다른 많은 문제들을 초래한다. 식사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배고픔을 해소시켜 주는 것 이외에도 다양하며 시각적, 미각적, 감각적, 사회적, 심리적 즐거움을 포함(‘21세기 식생활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는 것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사건,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가난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던 일들에서 가장 아프게 남은 것은 ‘남는 밥이나 김치가 있으면 방문을 두드려 달라’는 고인의 메모, 빠듯한 살림 속에서 족발을 시켜 먹은 가계부 기록 같은 것이었다. 최소한의 영양과 먹는 즐거움마저 포기해야 할 정도의 빈곤에 대한 해결책은 ‘노오력'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어떤 안전망을 만드느냐다. 160만 원을 버는 사람이 70만 원을 저축하기 위해, 자신을 먹이는 10만 원도 아깝게 만드는 사회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쓰일 수 있는가. 160만 원을 벌면서 식비로 10만 원을 쓰고 한 달 소득의 반에 가까운 70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삶이 원하는 미래란 무엇인가.

지난 8월, 2019년 최저 임금으로 8350원이 고시됐다. 30일 하루 9시간 기준 약 225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최저 식비는 얼마가 적당할까. 적어도 10만 원이 그 답은 아닐 것이다.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준이 마침내 식비까지 내려왔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인생은 생존게임이 아니며, 그저 버티는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한 잘 먹어야 한다. 그것이 더는 물러서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사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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