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여자들│② 여자들에게 배웠다

2018.08.28
최근 몇 년 사이 미디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같은 여성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어떤 여성들의 인상적인 행보에서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아봤다.

김수미의 연륜

tvN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는 내로라하는 셰프테이너들에게 반찬을 가르친다. 오래전부터 방송가에서 손맛 좋은 연예인으로 손꼽히곤 했던 그가 만드는 반찬들은 비교적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셰프들마저 군침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맛깔스럽다. 하지만 그의 비법을 배우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계량 따위는 끼어들 틈 없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의 반찬을 뚝딱 만들어내는 그 앞에서 셰프들은 경력에 상관없이 순한 양이 된다. 여성 노인이 전통적으로 레스토랑을 지휘해온 셰프들을 쥐락펴락하고, 그들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끄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에서 우러난, 따라갈 수 없는 연륜인 것이다.

김완선의 사랑

김완선은 MBN ‘비행소녀’를 통해 6마리의 반려묘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디바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그는 오래전부터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그렇게 가족이 된 고양이들에게는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중에는 하반신이 마비된 고양이도 있고, 김완선은 매일같이 기저귀를 갈아주기까지 한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 고양이들을 돌보면서도 ‘힘든 점이 없냐’는 질문에 “어려운 점은 딱히 많지 않은데 여러 마리라서 다 똑같이 사랑해줄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애정을 나눠 주는 것에 어느 정도 패턴이 자리 잡은 것 같다”(‘스포츠조선’)고 답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진정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다.

박나래의 재주

박나래는 2016년 9월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MBC ‘나 혼자 산다’에 합류했다.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는 이 방송을 통해 수없이 많은 재주를 보여줬다. ‘나래바’에서는 유명 맛집이 부럽지 않은 화려한 요리 실력을 선보였고, 요리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전현무나 이시언, 기안 84 등 무지개 회원들이 요리에 흥미를 느끼도록 돕기까지 한다. 또한 이사를 갈 때마다 자신이 꿈꿔왔던 대로 집 안을 정성껏 꾸미고, 절친한 친구의 브라이덜 샤워를 준비하며 직접 웨딩드레스를 만들기도 한다. 그의 또 다른 특기는 디제잉으로 보다 멋진 무대를 위해 제이블랙&마리 커플에게 춤을 배우고, 이렇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여름 현무 학당’에서 디제잉 파티를 주도하는 등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언제든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것은, 그가 가진 가장 큰 재주다.

박보영의 소신

박보영은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자신이 맡은 승희에 대해 ‘자칫하면 오해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 특정 장면이 지나치게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졌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감독에게 대사를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남자들은 모르는 그런 작은 부분들을 여성의 입장에서 조금 더 납득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여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승희에게 공감하기를 바랐다”(‘아주경제’)라는 그의 말은 배우이자 여성으로서 계속해서 고민해온 문제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치열한 고민 덕분에 박보영이 연기한 승희는 흔한 첫사랑 이야기 속에서 납작해지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여성 주인공이 되었다.

솔비의 꿈

솔비는 통나무집에 산다. 지난 3월 방송된 MBC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에서 그는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공개했다. 일반 가정집이 아닌, 식당이었던 이 건물에서 솔비는 마음껏 그림을 그렸다. 말괄량이 삐삐를 좋아해 그가 살던 ‘빌라빌라콜라’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룬 것이다. 그는 이전에도 MBC ‘나 혼자 산다’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속초의 호텔 베란다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고, 좋아하는 곳에서 밥을 먹으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릴 적 꿈을 잊지 않을뿐더러, 지금 자신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것. 방송에서 조금은 독특한 캐릭터로 통하던 솔비가 현재 살아가는 방식이다.

예은의 변화

원더걸스가 해체한 이후, 예은은 줄곧 사용하던 ‘핫펠트’라는 예명으로 다시 한 번 대중들 앞에 섰다. 스스로 붙인 이 이름에 대해 그는 “예은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걸그룹으로서 아이돌로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글들이 많다. 예은 몸매, 예은 얼굴, 이런 외모에 대한 평가들. 그런데 핫펠트를 검색하면 거의 음악에 대한 얘기가 99프로다”(‘마이크임팩트’)라고 설명했다. 익숙한 원더걸스와 예은이라는 이름이 아닌, 핫펠트라는 새로운 이름은 그를 아이돌이자 여성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줄 도구였다. 또한 ‘여자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여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영자의 용기

Olive ‘밥블레스유’ 8회에서 이영자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다.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이영자는 20일 방송된 KBS ‘안녕하세요’에서 “사람들이 내 수영복 차림을 보고 당당하다고 하던데, 아니다. 나도 끊임없이 사회적 편견과 내 자존감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폭력적이고도 집요하며, 이영자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은 타인은 물론 자신의 시선에서조차 쉽게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언급하는 것은, 어쩌면 몸을 훤히 드러내는 수영복을 입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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